서평
지질학자의 과학적 간증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다보면 앞뒤로 약간 거리가 있는 두 개의 피사체 중 어디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의 사진이 되는 경우들이 있다. 그 사진 중심이 달라지면서 전체적인 사진의 느낌이 달라진다.
사람들의 삶도 그런 듯 싶다. 어느 사람의 환경은 달라진 것이 없는데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세계관이나 가치관이 달라짐으로써 그 사람이 바라보는 삶과 생활이 재해석되는 것을 보곤 한다.
특히 신앙이 그렇다. 예전에는 하나님을 철저하게 거부하고 비방하던 이들이 하나님을 만나고 달라져 그가 속한 삶의 터전은 달라짐이 없는데도 삶을 대하는 태도와 바라보는 눈은 완전히 달라짐을 본다.
이 책의 저자가 그렇다. 그의 신앙연수는 이년이 채 안된다. 게다가 대학 지질학 교수다. 그리고 그는 그가 대하던 학문을 재해석 하게 된다. 특별히 그가 지금까지 공부하고 연구하던 학문 자체를 버리고 다르게 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동일한 학문을 선글라스를 끼고 새롭게 본다. 아니 그보다는 이전에는 흐릿하게 보던 것을 난시와 근시를 교정하고 제대로 보는 것 같다고나 할까?
기고만장하고 자기 자신이 중심이었던 저자가 어느 순간 극심한 우울증으로 무너지고 그 속에서 구원을 갈망하고 스스로 하나님을 찾아간다. 그리고 다메섹 도상에서 사울이 바울로 변화되었듯 저자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과 삶의 태도로서 살게 된다. 심지어 그는 자신의 연구실에 있던 학생들에게 과거의 자신의 모습에 대해 용서를 구하기까지 한다.
그런 그의 간증과 달라진 그가 자신이 바라보는 지질학과 과학을 담아낸 것이 이 책이다. 더구나 그가 지질학자이기에 그가 이제 하나님을 믿는 이로서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지질학과 하나님의 창조에 대한 조화가 어떨지는 상당히 흥미롭다. 우리는 교회 안팎에서 벌어지는 창조과학과 진화론의 대립을 본다. 교회에 초청해 창조과학이란 강의를 듣고 아멘으로 화답하고 그랜드 캐년에 신앙투어로 가서 노아의 홍수의 증거다라고 설명을 듣고 할렐루야로 화답하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이런 현장 가운데 있을 때는 도전도 받고 힘을 얻을지 모르지만 정작 아이들이 학교로 돌아가거나 일반 사회로 돌아가면 비과학적이라고 친구와 선생님들에게 비난 받고 맹목적 신앙을 갖고 있다고 조롱당하기도 한다.
강사나 목회자의 믿음에 찬 이야기가 일부 교회나 몇몇 믿는 이들 사이에만 머무는 이유는 무얼까? 그것은 일반은총을 너무나 쉽게 특별은총으로 풀어내려는 무리수에서 오는 것이기도 하고, 교수이긴 하지만 자신이 전공하지도 않은 전공을 무리하게 풀어냄에서 오는 문제이기도 하다. 창조과학이 과학적 체계를 갖추고 있고 증거가 충분하다라고 하지만 그것을 주장하는 창조과학회 학자 중 전공자는 별로 보지 못하는 것은 이미 과학적 신뢰성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심지어 지적설계에 관련된 학자들 중에도 비전공자가 적지 않음을 보곤 한다. 그런 점에서 지질학 교수인 저자가 바라보는 창조과학과 노아 홍수는 흥미로울 수밖에 없고 기타의 창조과학자들과는 차별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그가 회심했다고 해서 갑자기 과거의 학자로서의 학문이나 그 태도를 바꾸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전의 학문을 신앙인으로서 바라볼 때 이전엔 신앙의 증거가 되지 않던 학문들이 오히려 신앙의 증거가 됨을 이 책에서 보여준다. 저자는 젊은 지구론이라든가 그랜드캐년이 노아의 홍수의 증거라는 데에 전혀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것의 붕괴가 신앙적 토대를 허무는 것과는 무관하다는 것을 책에서 설명한다. 오히려 지질학자로서 신앙과 과학을 어떻게 조화시킬지를 풀어낸다. 그가 이 책에서 이야기하듯 그가 신앙을 갖고 과학을 대한 것이 아니라 과학을 먼저 대하고 신앙을 가졌기에 이제 과학 그 자체를 신앙의 눈으로 재해석하게 되는 것이다.
앞서 지적했듯 모호하게 보았던 세상을 이제 신앙의 눈으로 분명하게 보게 되었고 아마도 신앙의 깊이를 더해가며 마치 라식 수술 후 점점 더 시력이 좋아지는 것처럼 과학에 대한 신앙적 해석을 더 깊이 있게 해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독자로서 갖도록 한다. 비록 그가 신앙인으로서 자신의 학문을 바라보는 시각이 아직은 제대로 다듬어지지 않았다 할지라도 그 첫 성과물을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한 가치를 지녔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제목에서 나타나듯 지질학을 통해 하나님을 더욱 깊이 만나는 과정을 보여준다. 창조를 증명하기 위해 과학을 논하는 과학서에 머물지 않고, 한 과학자의 간증으로만 머물지도 않으며, 이 두 가지를 하나로 엮는 독특성과 재미를 준다는 점에서 이 책은 더더욱 독자를 즐겁게 한다. 그의 다음 책이 어떤 모습을 지니게 될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