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먼 미래가 아닐지도 모르는 이야기
먼 미래가 아닐지도 모르는 이야기
고등학교 땐가 주말의 명화를 통해 잊을 수 없는 SF영화를 보게 되었다. 그건 나중에 저주받은 걸작으로 회자됐던 리들리 스코트 영화의 『블레이드러너』였다. 어떻게 저런 영화가 극장개봉이 아닌 TV에서 먼저 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임팩트가 강한 영화였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E. T.』와 같은 해 개봉이라는 비운까지 겪었던 『블레이드러너』는 몇 년이 지나 디렉터스 컷으로 그리 크지 않은 극장에서 국내에 매니아들을 타겟으로 개봉할 때 굳이 다시 가서 볼 정도로 내게는 인상적이었다. 너무 시대를 앞서갔고 디스토피아적인 암울한 분위기 때문이었는지는 모르지만, 그 영화는 미국에서도 폭망했지만, 지금은 SF 영화의 중요 교과서가 될 정도로 강한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영화는 리플리컨트, 즉 복제인간을 소재로 해서 인간성은 무엇인가를 다룬 깊이 있는 영화다. 당시로는 너무 먼 미래 같고 비현실적 같지만 이 영화의 미래로 잡았던 해가 2019년인 것을 보면 격세지감이 느껴지고 모든 것이 영화대로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는 이루어진 면도 있고 또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는 듯싶어 흥미롭기도 하다.
이번에 읽은 『최윤식의 퓨처리포트: 빅테크놀로지 편』는 미래학자인 저자가 세상이 어떻게 변화해 갈지를 예견한 시리즈 중 테크놀로지 분야에 관한 부분이다. 사실 이 책을 읽다보면 어느 정도 동의되는 부분도 있지만 약간 허황스럽기도 하고 과연 그렇게 진행될까 하는 부분들도 있다. 주요 기술로 꼽은 나노, 인공지능, 3D프린터 등이 저자가 예견한 대로 흘러갈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너무 앞서나간다고 생각되는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가볍게 여길 부분은 아닌 듯싶다.
과거를 돌이켜 보면 85학번으로 전산을 학부에서 전공한 필자는 당시 GPS라든가 컴퓨터의 미래를 배우면서 과연 이것이 언제쯤 가능할까 생각도 했다. 대학 다니는 도중에 하드 디스크도 없는 XT로 PC를 처음 대학에서 접했고 직장 다니는 도중 100MB ZIP드라이브를 보면서 저걸 어떻게 다 쓸 수 있을까 하는 감탄도 했던 것을 보면 나를 포함한 당시의 사람들이 얼마나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해서 어두웠는지를 돌아보게 된다. 나름 첨단학과에 있었다는 이들이 그랬으니 일반 사회는 더 반응이 느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우리들에게 미래를 바라보고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생각하게 한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미 미래학자로서 한국교회만이 아니라 한국사회 및 이 세계가 어떻게 흘러갈지를 끊임없이 제시하고 있는 저자의 책이기에 더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작인 『최윤식의 퓨처리포트: 빅이슈 편』에서 북한관련 문제를 예측하고 분석했던 저자이기에 더욱 신뢰가 간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이들 중에는 굳이 기독교 출판사가 기술적인 영역의 미래를 다룬 책까지 내놓을 필요가 있는가 하는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사실 이 책을 읽다보면 저자가 이야기하는 나노, 인공지능, 3D프린터들에 대한 기술적인 설명과 예측을 보면서 자신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게 느껴져 생경감을 가질지도 모르겠다. 그럴 수 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들이 당장 우리에게 어떤 도움이라든가 이해를 주는 것은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앞서 리들리 스코트가 1982년에 내놓은 『블레이드러너』가 먼 미래처럼 다룬 2019년을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인 것을 생각한다면 미래의 기술이라고 생각하는 부분들이 꼭 먼 훗날의 이야기만은 아닐 수 있고 또 그 일들이 나랑은 당장 관련이 없을지 모르지만 나의 자녀들이나 십수년 후의 교회 공동체가 그 테크놀로지 앞에서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들과 윤리, 신학적 문제 등을 고민하게 될 수 있을지 모른다. 저자도 이런 테크놀로지를 이야기하며 나름의 신학적 접근을 하지만 무언가 낯설고 설익은 듯한 주장이나 논리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미래는 진행형이고 변화되어지고 진화해간다는 측면에서 가볍게 다룰 수 있는 것은 아닐 듯하다.
특히나 이 책은 목회자나 교회리더 및 청년들이 읽었으면 싶다. 가끔 목회자들이 자신의 갇힌 생각이나 고정된 관점이나 편견으로 변화에 대해 너무 쉽게 평가하고 판단하여 공동체에 말함으로써 오히려 공동체를 힘들게 하는 경우들을 본다. 그러기에 목회자나 리더는 모든 것을 다 알지는 못하더라도 좀 기본적인 지식이라도 제대로 읽고 이해하고 이야기하는 자세를 가지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