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일본어에서 들어온 말, 우리말일까 일본말일까?
이한섭 고려대학교 일본어학과 명예교수가 2014년에 <일본어에서 온 우리말 사전>을 편찬했다. 이 사전은 1880년대 이후 일본어에서 우리말에 들어온 어휘 3,634 단어를 조사, 검증하여 수록하고 있다. 이 교수는 일본어에서 온 우리말 3,634 단어를 밝혔다.
예를 들어 ‘단어(單語)’란 낱말은 어디서 유래하는가? 중국인가 한국인가, 아니면 일본인가. 쉽게 판단이 서지 않을 것이다. 이 교수의 조사에 의하면 ‘단어’란 말은 일본에서 영어 word의 번역어로 성립된 말이었고, 우리나라에서 처음 용례가 보이기 시작한 것은 1895년 대한제국의 <관보>에서였던 것으로 제시했다. 사회(社會)라는 단어는 society의 번역어로 일본에서 만든 어휘이고, 우리 토종 언어가 아니라는 것이다. 대통령, 헌법, 검사, 판사, 경찰관, 과학, 철학, 물리, 도서관, 박물관, 오방떡, 융자, 팔방미인, 광고, 승강기, 연애, 모험, 전망 등등 우리가 너무나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어휘가 우리 토종 언어가 아니라 일본에서 온 어휘라는 것이다. 우리 삶 속에 있는 일본어를 많이 퇴출시키고 있는데, 너무나 우리말처럼 익숙해진 일본어까지 퇴출시키지 못한다.
이 교수는 언어 사용자가 언어를 사용할 때에 언어를 분별하고 사용하는 것을 위해서 <일본어에서 온 우리말 사전>의 집필의도를 밝혔다. 언어는 생명이기 때문에 변화가 당연하다. 그러나 학문의 한 기능은 그 변화 원인과 과정을 밝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볼 때에 외국어 번역을 전담하는 국가 학술 기관의 필요성을 인식한다. 외국 어휘가 발생하면 동시에 대체 언어를 창안해서 소개하고 개념을 정립해야 한다. 그래서 빠른 속도와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위해서 협의된 언어 유통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동양 사회는 서구 사회의 사상을 반복하고 있다. 그것은 서양 사회도 그렇다. 서양 사회의 포스트모던은 동양 의식이 첨가되면서 발생했다고 생각한다. 그런 포스트모던 구조를 동양 사회가 서양 체계로 반복하고 있다. 동양 사회는 포스트모던 전부터 신비주의, 자연주의 사회였다. 서양 사회의 지식 체계가 필요 없다. 그런데 그런 의식 구조 속에 동양에서 차용한 서양 지식을 식재(植栽)한 지식체계라면 어떠한 구조일까? 동양에서 가장 후진국인 일본은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 서양 문물을 가장 먼저 차용하는 집단이 되었다. 그리고 세계 최강 선진국이 되었다. 그렇다고 서양이 아닌 동양적 사고 체계를 갖고 있다. 한중일의 공동의식 체계, 한중일의 격동은 세계 격동의 한 축이다. 그 격동 속에서 견딜 수 있는 방안은 지피지기(知彼知己) 뿐이다.
이한섭 교수의 저작은 현재 우리말의 상태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저술이다. 학문하는 사람, 방송, 미디어에 종사하는 사람, 지식인들은 반드시 숙지해야 할 산물이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한 어휘씩 전환하여 우리말로 정착시키는 시도를 국립국어원에서 진행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