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90일 간의 성경 통독
90일 간의 성경 통독
고신 교단에 발을 딛고 있다면, 저자의 이름은 신화와 같은 이름이라는 것을 알 것이다. 이십 대 후반의 늦은 나이에 고신대학교에 입학했다. 직장 생활을 하다 하나님의 거룩한(?) 부르심을 버티지 못하고 두 손 두 발 다 들고 왔던 터라 각오가 남달랐다. 그렇게 시작된 대학생활은 지금껏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신세계를 향유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모든 지성의 향유를 누리기 전, 한 분을 만나야 했다. 그분의 이름은 노록수였다. 당시 남아공 선교사였던 것으로 기억난다. 선교에 불타고 있던 노록수 선교사의 메시지는 뜨겁고 감동적이었다. 무슨 설교를 했는지 기억에 남는 것은 하나도 없지만, 마음의 온도는 느껴졌다. 그 후로 난 노록수 선교사의 이름은 귀동냥으로 들었을 뿐이었다. 이렇게 시간이 흘러 저자의 이름으로 다시 만나게 되다니 이 어찌 기쁘지 않으랴. 저자 소개 글에 자녀가 15명이란 문구에 적지 않게 놀랬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시는 대로 번성의 명령에 순종하는가 싶었다. 그런데 자세히 읽어보니 친 아들은 셋이고, 나머지 12명은 에이즈로 부모를 잃은 고아들, 즉 가슴으로 낳은 아이들이었다.
90일 동안 성경을 일독할 수 있도록 구분했다. 하루에 약 12장 정도 매일 읽어 나가면 90일 정도면 성경을 일독할 수 있다. 매일 읽어나갈 분량은 목차에 넣었고, 매일 읽어나갈 분량을 정리하고 요약해 두었다. 독특한 점은 아들인 노하영 전도사가 영어로 번역하여 한영으로 비교하며 읽을 수 있다. 다만, 영어는 노하영 전도사가 자의적으로 수정했기 때문에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석 달에 한 번, 일 년에 네 번 통독이 가능하다. 하루에 12장 정도면 그리 많지도 적지도 않는 분량이다. 이 정도의 분량이면, 통독 위주로 성경을 읽되, 전체 흐름 속에서 중요한 주제를 묵상하면 좋다. 저자는 하루의 분량 중에서 중요한 주제들을 해설해 줌으로 전반적인 흐름을 잡아 준다.
선교사의 눈으로 바라본 성경은 어떤 세계일까? ‘묵상 통독’이란 제목도 궁금했지만, 선교사의 관점으로 바라본 성경 읽기가 어떤 것인지 궁금했다.
“나는 아프리카에서 선교사로 24년을 지내면서 이런 교훈을 수없이 받으며 살아오고 있다. … 전혀 모르는 사람, 기대치 않은 곳에서 후원을 해 줘 지금껏 일해오고 있다. 하나님은 사람이 너를 도와 네가 일하는 게 아니고 하나님이 너를 도와 사역한다는 것을 끊임없이 자기 종에게 각인 시키고 싶은 것 같다”(32쪽).
통독과 묵상이 어우러진 책이라 그런지 성경 읽고 묵상하며 떠오른 생각들을 옮겨 놓은 듯하다. 90일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성경을 읽고, 하나님의 뜻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영어로 묵상 글을 읽을 수 있다는 특권은 이 책만이 줄 수 있는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