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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은혜의 힘으로 일하는 우리
일과 은혜/브라이언 채플/이지혜/생명의말씀사/조정의 편집인
취업을 위한 간절한 기도 부탁을 자주 받는다. 하나님 은혜로 오랜 준비 끝에 마침내 꿈꾸던 직장생활을 시작하면, 어김 없이 수고와 고통을 쳇바퀴처럼 연신 감내해야 하는 직장생활에서 벗어나게 해달라는 기도 요청이 들어온다. 그렇다. 우리는 일을 얻기 위한 은혜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일을 하기 위한 은혜도 필요하다(원제: Grace at Work). 일은 인류의 타락 이전에 하나님이 부여하신 하나님 형상을 입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특권이었다. 사람의 범죄로 땅이 저주받았고 해 아래 행하는 모든 일에 불필요한 고통과 수고가 뒤따르기 시작했다(가시와 엉겅퀴). 얼굴에 땀이 흐르는 것은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고 일용할 양식을 얻게 하는 하나님의 선물이었지만, 사람의 죄는 그 선물을 완전히 망가뜨렸다. 엉뚱한 목적을 위해 일하고, 하지 않아도 되었을 수고를 평생 하게 되었다. 사람이 하는 모든 소망 없는 일에 하나님의 은혜가 절실해졌다.
항상 은혜를 강조하며 우리의 행위가 아닌 하나님 은혜로 달려가도록 소리치는 목사이자 설교자 브라이언 채플은 그레이스 장로 교회 원로 목사이자 커버넌트신학교 명예총장, 낙스신학대학원 설교학 교수로 섬기고 있고, ‘은혜’에 관한 책을 다수 편찬했다(생명의 말씀사에서 2017년 <은혜가 이끄는 삶>, 2002년 <성화의 은혜>가 출판됐다). 채플은 그리스도 중심적 설교, 예배, 기도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특별히 그가 쓴 <그리스도 중심의 설교>는 미국 여러 신학교에서 설교학 교재로 사용되기도 한다(은성, 2016). 2013년 팀 켈러의 <일과 영성>을 만났을 때, 국내 기독교 서적 중 직장생활을 다룬 책은 매우 드물었다(두란노, 2013). 하지만, 지금은 웨인 그루뎀, 벤저민 퀸, 월터 스트릭랜드, 제임스 해밀턴, 폴 스티븐스, 세바스찬 트레거 그리고 조정민 목사 외 다수의 국내 저자들이 이 주제를 다룬 책을 냈다.
그런데도 브라이언 채플의 목소리로 하나님의 은혜가 우리 직장생활에 필요하다는 진리를 배우는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유익하다. 첫째, 채플은 전형적인 설교자다. 변증적인 설득을 통해 돌고 돌아 진리를 찾아가는 사람이 아니다. 이런저런 견해를 비교하며 분석하고 그 결과를 제시하는 학자가 아니다. 성경의 분명한 가르침을 가지고 성도의 피부에 와닿도록 간청하고 호소하는 설교자다. 그는 우리가 하는 일이 모두 하나님 앞에서 얼마나 존엄한지 복음을 근거로 설명한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아무리 쓸데없어 보여도, 하나님을 위해서 하는 모든 일은 영원한 가치를 가진다. 우리가 다 알 수 없지만, 하나님은 그 작은 일에 충성된 우리를 통해 큰일을 이루고 계신다. 저자 채플은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 하나님 은혜가 어떻게 작동되는지 온유하고 담대하게 선포한다.
둘째, <일과 은혜>에서 채플은 단순히 직장생활만 다루는 게 아니라 돈, 성공, 악, 리더십, 워라밸 등 그리스도인이 일터에서 고민하는 여러 가지 문제를 성경적으로 다룬다. 저자는 세상이 말하는 성공과 주님이 보시는 성공의 차이를 말하고, 돈이나 성공이 주님의 자리를 차지해서는 안 된다고 분명히 경고한다. 채플은 돈이 하나님의 은혜임을 알고 은혜 안에서 벌고 사용할 것을 요청한다. 우리의 성공이 하나님 은혜를 따내기 위한 수단이 아님을 분명히 알고, 조건 없는 하나님 사랑 안에서 참된 성공 즉 하나님 영광을 위해 우리 재능을 충성스럽게 사용하기를 추구하라고 권면한다.
특별히 워라밸에 관하여 저자는 무엇을 하는가보다 누구를 위하여 하는가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하나님을 위한 일과 나를 위한 일을 억지로 구분하여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하든지 하나님을 위하여 하는 것을 삶의 목적으로 삼을 때, 삶은 무엇을 얼마나 하는가와 상관 없이 적절한 균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조급하여 쉼을 누리지 못하거나, 쉬고 싶은 마음과 나태함을 혼동하여 게으른 자로 살아갈 수도 있다. 두려워하지 말고 하나님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 워라밸을 누리는 비결이다.
셋째, 채플은 직장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이들을 위한 장을 마련했다. 지도자에 대한 의무와 지도자로서의 의무를 설명하고, 합당한 리더십을 가지고 사람들의 유익을 구하라고 권면한다. 그는 또한 모든 은혜로운 사역의 본으로 겸손하신 예수님을 손꼽는다. 왕이신 예수님께서 섬기는 자로 이 땅에서 어떻게 용기 있고 온유하고 겸손하면서도 결단력 있는 사랑을 보이셨는지 말해주면서, 각자의 일터에서 그와 같은 인품을 나타내어 하나님을 증거하는 빛과 소금 역할을 다할 것을 요청한다.
결국 그리스도인은 ‘나의 나 된 것은 오직 주의 은혜’임을 알고 고백하며 살아내는 자들이 아닌가? 이 진리는 그리스도인이 대부분 시간을 보내는 일터에도 반드시 적용되어야 한다. 우리는 받은 은혜로 충만하여 그 은혜를 힘입어 일하고 그 은혜를 자랑하기 위해 일하며, 그 은혜를 흐르게 하기 위해 일한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과 같은 일터에 있는 자들은 누구든지 하나님의 넘치는 은혜를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 브라이언 채플의 <일과 은혜>가 언제나 하나님 은혜가 절실히 필요한 모든 그리스도인 직장인에게 은혜 안에서 일하는 축복을 가져다 주는 하나님의 귀한 도구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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