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2000년 기독교 역사신학의 완결판
알리스터 맥그래스는 ‘이신칭의의 현대적 의미’, ‘회의에서 확신으로’, ‘십자가로 돌아가라’등과 같은 탁월한 저서를 쓴 신학자이며, 제임스 패커의 뒤를 잇는 21세기 복음주의 리더이기도 하다.
지금은 옥스퍼드에서 조직 신학을 가르치지 않고, 과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분자 생물학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뛰어난 과학자일 뿐만 아니라, 일반 과학의 영역을 신학의 영역에 적용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저자의 신학의 역사(Historical Theology)는 교부시대(약 100~451)의 신학 사조에서부터 현대의 신학에 이르기까지 해당 시대의 역사적 배경과 신학의 발전 및 사상가 그리고 중요한 여러 사건들과 사례들을 다루고 있다. 보수적인 신학에서부터 자유주의와 포스트 모더니즘에 이르기까지 저자의 신학적 지식은 실로 놀랍게 느껴진다. 일반 신자들에게는 다소 소화하기 힘든 내용일 수 있겠지만, 처음 신학을 시작하는 신학도에게는 다양한 신학적 스펙트럼들을 역사라는 뼈대 위에 놓고 정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유용한 것 같다. 일반 목회자들에게는 자신의 목회사역에 직접적인 도움은 줄 수 없겠지만, 그들 역시 신앙인이면서 동시에 여러 다양한 현대의 사상에 대항하여 기독교의 진리를 고수하는 신학자라는 점에서 일반 신학 역사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다.
역사 신학은 교회사와 조직신학의 조화 위에서 이루어진다. 역사 신학은 교회의 역사 속에서 기독교의 핵심적인 교리들이 어떻게 형성되고 발전되어 가는지를 연구하고, 역사적 배경 속에서 어떻게 이러한 교리들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연구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교회사는 역사 신학의 시간적 부분을 담당하며, 조직 신학은 역사 신학의 내용적인 측면을 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의 많은 신학도들은 단순히 보수적인 신앙의 고수라는 명목 하에서 자신의 교단을 넘어선 다양한 기독교의 교리 및 교회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올바른 역사 신학에 대한 이해는 그리스도의 구속사에 대한 시각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과거 영광스러웠던 교회의 모습과 우리의 선배들이 목숨을 걸고 지키려 했던 신앙의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알려 줄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크게 4개의 시기로 기독 역사를 구분하고 있다.
첫째, 교부시대(100~451년)이다. 교부 시대는 교부(교회의 아버지)들을 연구하는 신약 성경 기록 말기부터 칼케돈 회의에 이르기까지의 시대를 지칭하는 데 쓰인다. 이 시기는 정경의 범위를 확정하고, 여러 이단들의 도전 속에서 하나님과 그리스도와 성령의 삼위일체론과 교회와 심판과 부활에 대한 기본적인 신앙의 뼈대인 사도신경의 확립을 이루었다. 그리스도의 두 본성인 인성과 신성의 본질에 대한 사색을 하였고, 5세기 초에는 지금도 논쟁이 되고 있는 신학적 난제인 펠라기우스와 아우구스티누스 사이에 하나님의 주권과 인간의 책임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
둘째,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500~1500년)이다. 로마 제국의 멸망과 함께 기독교는 불안정안 시기에 접어들게 되었고, 7세기에는 아랍의 침략과 이슬람의 중흥으로 서방 교회는 십자군 원정을 하게 된다. 또한, 교황 권위의 강화와 함께 서구 기독교는 독특한 형태의 수도원의 등장과 켈트 기독교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중세는 흔히 암흑기로 비유되며, 이 시기에는 인문주의와 스콜라주의의 중요한 사상이 대두된 시기였다. 인문주의(Humanism)는 오늘날에는 주로 기독교를 부인하는 인간중심적인 사고를 가리키는 말이지만, 르네상스 시대의 인문주의자들은 교회를 개혁하는 것에 힘을 기울였다. 교부시대는 특히 아우구스티누스적인 유산을 강화하려 하였고, 이것은 아퀴나스의 신학대전에서 잘 나타난다.
셋째, 종교개혁과 개혁후기 시대(1500~1750)이다. 현대의 대부분의 종교 부흥운동과 개혁 운동은 이 시기의 종교 개혁 운동의 정신과 맥을 같이 한다. ‘오직 성경으로’라는 모토아래 종교 개혁은 교회와 일반 사회에 까지 막대한 변화를 일으켰다. 원래 종교 개혁 운동은 루터교, 개혁교회(칼빈주의), 급진적 개혁주의(재침례교), 카톨릭 종교개혁의 4가지로 나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가톨릭 종교개혁을 제외한 나머지 3가지의 경우를 종교개혁이라 한다. ‘오직 믿음으로’, ‘오직 은혜로’를 통한 성경 번역과 만인 제사장설과 직업 소명설 등은 이 시기의 가장 특징적인 종교 개혁의 내용이었다. 또한, 이 시기는 청교도주의와 경건주의의 시기였다.
넷째, 근대 시대(1750~현대)이다. 근세에 들어서면서 발달된 과학 기술로 인한 지리상의 발견으로 유럽에 국한된 기독교는 급속히 전 세계로 전파되기 시작하였다. 이 시기는 북미의 대각성 운동으로 큰 신앙적인 부흥을 경험한 시기였으며, 계몽주의의 발흥으로 신학에까지 인간인성 만능이라는 사상이 들어오기 시작하였으나, 이것은 경건주의 운동으로 이러한 합리적 사상의 영향은 많이 무디어졌다. 현대 신학은 18세기말의 낭만주의와 유물론에 뿌리를 둔 마르크스주의는 신학에 큰 영향을 끼쳤다. 또한, 자유주의와 모더니즘, 그리고 20세기 칼 바르트의 ‘교회 교의학’으로 꽃 피운 신정통주의가 있으며, 근본주의에 반대되는 복음주의 운동과 오순절 은사주의 운동 등이 있다. 게다가 개발도상국에서는 독특한 신학의 형태들이 발전하면서 현대에 이르고 있다.
이 책에 나타난 다양한 신학자들 중 우리의 신앙 감정에 도움이 될 만한 신학자들을 참조하여 깊이 있게 연구해 본다면 많은 유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들의 시대에 자신들이 직면한 여러 신학적인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 산물들을 연구함으로써, 우리 시대가 안고 있는 문제 해결에 대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종교 개혁, 18세기 영적 대각성 운동, 청교도 운동 등과 같은 흥미를 끄는 시대의 교리와 사상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는 역사라는 틀 속에서 자신의 신앙 형성에 훌륭한 양분을 제공할 것이다.
역사 신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접할 수 있게 해주는 이 책은 기독교 역사에 많은 논란이 된 사건들, 형성된 교리들과 교단 및 교파들의 발생과 영향들, 그리고 사상가들에 대한 섬세한 서술로 신학을 공부하는 신학도들에게 필수적인 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