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교회는 왜 쇠락해 가는가
복중에서부터 교회를 다녔다. 즉, 부모님의 신앙고백과 의지에 의해 유아세례를 받았고, 그렇게 청소년이 되기까지 자발성을 상실한 채 예배와 교회에 출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상의 사이클이었다. 그런데 고등학교 여름방학 때 문제가 생겼다. 친구들이 주일을 끼워 캠핑을 같이 가자는 유혹을 받아들인 것이다. 마음속으론 부모님이 허락하지 않으실 것이라는 것을 예감하고 있었지만, 고집을 부릴 대로 부려도 결국 실패로 끝났다. 그때부터 생긴 ‘교회는 왜 가야 하지?’라는 질문 속에서 한 동안 생을 살게 되었다. 물론 신앙의 체험도 있었고, 신앙의 확신도 있었지만 어린 나이의 욕구가 좌절 되는 경험은 만만치 않은 반항심을 가지게 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한층 더 깊은 고민에 빠져 산다. ‘교회는 왜 존재해야 하는가?’
불신 전도
저자는 본서의 독자 대상을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영국인을 염두에 둔 것 같다. 물론 현재의 영국은 그리스도교 국가가 아니지만, 그럼에도 그들의 문화와 정서 안에는 그리스도교적인 바탕이 깔려 있으며, 교회라는 주제는 비그리스도인이라 할지라도 익숙한 주제일거라는 생각을 본서를 통해 조심스럽게 상상해 본다. 왜냐하면, 본서의 첫 장인 ‘교회에 다니지 않는 이유’에 대해 교리적인 갈등이나 종교 간의 개종 문제를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그냥 신을 믿지 않는다거나, 교회의 권위적이고 억압적인 문화, 교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들을 나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분명 우리 한국의 현실과는 부분적으로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본서의 교회에 관한 주제를 기존의 성도들이나 새가족들을 대상으로만 삼는 한국교회와는 다르게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새로운 아이디어와 영감을 주는 부분이며, 현재의 한국교회가 비그리스도인들에 대하여 어떻게 접근하고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반드시 숙고할 필요가 있는 부분이라 생각된다.
하나님 나라의 확장인가, 교회 성장인가
필자가 계획에도, 능력에도 없는 개척을 하게 된 이유는 주관적이지만 필자와 아내 모두에게 갑작스럽게 주어진 하나님의 음성(마음) 때문이었다. 정말 하룻밤의 역사였다. 그리고 필자는 시시 때때로 기도한다. ‘주님 왜 저에게 개척을 요구하셨습니까?’ 지금도 던지는 질문이다. 그러는 동안에 한 가지 모아지는 결론이 있다. ‘교회 성장’과 ‘하나님 나라의 확장’은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다. 필자 또한 개척의 용광로를 경험하지 않았다면 이 둘의 차이를 몰랐을 것이다. 이러한 고민에 대해 본서의 저자도 같은 고민을 한 흔적이 보인다. 마지막 장인 ‘현실과 이상의 간극을 주의하기’에 나오는 것처럼 성경에 나타나는 ‘하나님의 나라’와 ‘교회’에 대한 진지한 연구와 고민을 우리가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익히 우리는 교회의 탄생을 ‘성령’에 두고 있지만, 저자의 짧은 충고처럼 사람들이 교회를 세우게 될 때 교회는 하나님 나라와는 상관이 없는 자신들을 보호하고 유지하는 집단으로 전락한다. 그래서 저자는 다른 학자의 연구를 살짝 인용하면서 하나님 나라와 교회 앞에 놓인 유혹과 변질의 위험성을 지적하면서 교회가 추구해야 할 것은 교회 성장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확장이라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두 개의 핵심 질문
본서는 총 6개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이 주제들은 문학적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처음 2개의 주제와 마지막 2개의 주제가 중간의 핵심 주제 2개를 감싸고 있는 인클루지오 구조이다. 첫 번째 주제인 ‘교회에 다니지 않는 이유’와 마지막 여섯 번째 주제인 ‘현실과 이상의 가극을 주의하기’가 짝을 이루고, 두 번째 주제인 ‘왜 교회에 가야하는가?’와 다섯 번째 주제인 ‘예배로 나아가기’가 짝을 이루며, 본서의 핵심 주제에 해당하는 세 번째와 네 번째의 주제 ‘교회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와 ‘교회를 찾아가기’가 짝을 이루고 있다.
교회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분명한 것은 교회가 교회 자신을 위해 존재한다면 그것은 비극이다. 교회는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존재한다. 그러나 교회가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존재하지 않고, 교회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현상이 역사 속에서 반복되어 나타났고, 이러한 유혹과 위험은 교회가 존재하는 한 항상 있을 것이다. 본서의 저자와 역자가 밝히듯이 교회는 도구이지 목적이 아니다. 교회는 하나님 나라의 선포와 확장을 위한 도구이다.
‘교회를 찾아가기’에서는 저자가 경험하고 이해하는 다양한 교회의 특징들이 소개된다. 즉, 완벽한 교회는 없으며 또한 완벽한 성도도 없기에 각각의 다른 특징들을 가지고 있는 교회들에 대해 비교하거나 자기중심적 비판으로 나아가지 말고 서로의 장점과 단점들이 협력과 연합을 통해 ‘하나님의 선’이 이 땅 가운데 이루어지고 있음을 믿어야 한다(롬 8:28). 그래서 자신의 성향에 맞는 교회를 선택하여 출석하라고 권면하고 있다.
교회는 왜 쇠락해 가고 있는가?
소문에 의하면 영국은 이미 이슬람 국가가 되었다고 들었다. 그리고 유럽의 개신교회가 쇠락해 가고 있다는 소식은 오래전부터 들어 왔다. 그리고 본서의 역자가 언급하고 있듯이 1990년을 기점으로 한국의 개신교회도 쇠락의 길에 접어들었고, 현재는 주일학교와 젊은이들이 교회 안에서 자취를 감추어가고 있다. 이것은 분명 얼마 전 유럽의 교회가 쇠락해 가던 모습의 재현이다. 이러한 점에서 아마도 영국의 교회는 그 원인과 문제점들을 찾고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을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본서를 통해 짧게나마 느껴지는 것은 예배의 참석률이 얼마 되지 않겠다는 느낌이다. 그 이유는 본서의 저자가 성례전을 강조하는 것과 예배의 정서적 부분을 짧은 지면에 상대적으로 언급을 자주하고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자가 생각하기에 이 부분은 영국의 상황과 한국의 상황이 다르다고 생각된다. 한국 교회는 오히려 예배 중에 정서적 요소에 너무 집중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화적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국의 목회자들과 성도들이 본서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1장의 ‘교회에 다니지 않는 이유’와 6장의 ‘현실과 이상의 간극을 주의하기’와 마지막 부록인 역자의 ‘교회의 정체성과 나아갈 길’의 해설 부분이다.
결국 교회가 쇠락해 가는 이유는 ‘자기중심성’ 때문이다. 젊은이들과 많은 성도들이 교회를 떠나가는 모습들을 보면서도 그 이유들에 대해 반성하기 보다는 여전히 자신들이 옳다는 식의 태도 말이다. 또한 교회는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데, 교회 자신들의 존재와 확장을 위해 온 힘을 쏟으면서 복음이 세상과 타자를 향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욕망과 야망과 욕구들을 채워주는 자기 합리화로 변질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도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그리스도인들 즉, 가나안 성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여전히 우리의 주변에는 비그리스도인들과 교회에 대하여 적대적인 교회를 떠난 자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현실들에 대해 교회는 반드시 기도와 고민을 해야 한다. 여기에 본서는 같은 고민들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