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소명의 즐거움으로 살아가는 삶의 비결
사람이 태어나서 일해야 하는 것은 하나님의 섭리에 해당한다. 일은 인간의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일은 남녀를 불문하고 건강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해야 마땅하다. 학생이 공부를 하는 것도 일에 해당하며, 가정주부가 살림을 하는 것도 일에 해당한다. 장성한 남녀가 사회생활을 하는 것만으로 일의 범위를 한정할 수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일의 개념은 폭넓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일에는 귀천이 없다. 돈을 버는 양에 따라서 어떤 직업은 귀한 직업이고, 어떤 직업은 천한 직업이라고 차별해서는 안 된다. 사도 바울은 고린도서의 몸 비유에서 모두가 머리가 될 수 없으며, 어떤 이는 눈으로, 어떤 이는 귀로, 또 어떤 이는 발로 기능한다고 말한다. 귀가 눈을 부러워하여 귀의 일을 하지 않으면 들을 수 없을 것이고, 발이 머리를 부러워하여 걷지 않는다면 장애인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국가는 그 구성원들이 각자의 직업을 가지고 유기적으로 돌아가기에 큰 집단으로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리스도인에게서 모든 직업은 각자의 달란트를 따라서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소명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 저자가 줄곧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소명이란 말에 오해가 있는 듯하다. 소명은 목회자로 부름을 받은 사람들에게만 적용되는 말이 아니다. 크리스천이라면 모든 직업에 하나님의 소명이 있다. 직업에 있어서 성과 속을 구분하는 것은 종교개혁 당시에 만인제사장주의에 의해 이미 파괴된 개념이다. 그런데도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목회직과 일반직을 구분하여 목회직만을 거룩한 직업이라고 일컫는다. 즉 이원론적인 사고에 영향을 받아 목회직만이 거룩하며 그 이외의 직은 덜 거룩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저자는 이런 개념이 잘못된 것임을 주지시키기 위해서 ‘직’과 ‘업’의 개념을 강조한다. 즉 ‘크리스천에게서 직은 다를 수 있지만, 업은 모두 같다’는 것이다. ‘직’은 개인이 갖고 있는 직업의 종류이고, ‘업’은 모든 크리스천이 추구하는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삶이다. 따라서 크리스천이 갖는 모든 직업은 거룩하며, 거기에 하나님의 소명이 내재되어 있다. 목회자만이 소명을 받은 것이 아니라, 모든 크리스천들이 하나님께서 부르신 소명으로서의 직업을 갖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소명감은 목사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나는 예수님을 만난 사람입니다. 나는 구원 받은 자입니다’라고 고백하는 모든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에서 자연스레 발현되는 현상인 것이다. 전문사역자로 부르심을 받은 베드로, 마태나 세리직을 그대로 유지한 삭개오나 소명의 질적 차이가 없듯이 말이다.”
따라서 저자는 크리스천에게서 모든 일이 성직임을 힘주어 강조한다.
“남들에게 비천하고 비루해 보이는 일조차도 소명감이 넘치면 성직이 되는 것이다. 목회직이라 하여 자동으로 성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일을 성직으로 믿는 그리스도인에게 성직이 되는 것이다. 거룩하신 하나님과 항상 함께한다는 마음이기에 영적인 일로 환골탈태하는 것이다.”
저자는 본서에서 베드로, 요셉, 다윗, 에릭 리델, 그리고 아브라함 카이퍼의 삶을 살피는데, 아브라함 카이퍼는 화란 자유대학의 설립을 기념하는 설교에서 “모든 삶의 영역 중 단 한 치도 주님의 영역이 아닌 곳은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크리스천에게서 모든 직업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소명의 현장이 된다. 목사라고 영적으로 우월하며, 일반직이라고 영적으로 열등하다는 의식을 가져서는 안 된다. 모두가 하나님 앞에서 받은바 달란트를 가지고 직업 현장에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살도록 부름을 받았다.
이 책 ‘생계를 넘어 소명’은 생계의 현장에서 몸부림치며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살면서, 믿는 자들의 리더로서 성도들을 이끌고 있는 한 목회자의 삶에서 우러나오는 진솔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소명의 의미를 찾기 위해서, 목회만이 아니라 몸소 일반적인 직업도 가져보았다. 청소부도 해보았고, 지금은 교회를 겸하여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저자는 이런 활동들을 통해 여러 사람들을 접촉하면서 크리스천들이 직장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어려움에 공감할 수 있었고, 그가 경험한 세계를 통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자로서 일하도록 사람들을 격려할 수 있었다.
“하나님이 우리를 사용하시는 삶의 영역에 제한구역은 없다. 따라서 그리스도인은 교회의 담을 넘어 어둠을 향해서 적극적으로 나아가야 하고 필요한 곳에 뿌려져야 한다.”
오늘날 목회자가 세속직을 겸하여 갖는 것에 대한 뚜렷한 개념이 없는 상황에서, 본서는 그것에 대한 이정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목회자는 그가 하는 일에 대해서 성속을 따질 필요가 없으며, 어느 전선에서라도 ‘생계가 아니라 하나님을 위해 일한다’는 소명의식을 갖는다면, 그 일은 곧 하나님의 일이 되는 것이다.
본서는 상황마다 그에 따른 적절한 예제들을 통해 알기 쉽게 접근하고 있으며, 논리전개나 구성이 탄탄하다. 또한, 학문적인 접근이 아니라 저자가 실제 몸으로 경험한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 저자의 부드러운 문체 또한 이 책을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편안함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본서를 통해 현장에서 ‘생계의 고통이 아니라 소명의 즐거움으로 살아가는 삶의 비결’을 터득하는 분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