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우파와 좌파, 당신은 좌파입니까? 우파입니까?
사람의 행동을 좌우하는 것은 관념(ideas)이라는 것이다. 오늘은 과거의 관념(past ideas)이 낳은 산물이다. 그리고 오늘의 관념(present ideas)은 내일을 형성할 것이다(루트비히 폰 마제스).
현재는 과거에서 왔고 미래로 가는 진행이다. 우연한 현재는 없고, 수정될 과거도 없고, 확정된 미래도 없다. 그런데 과거를 재해석하면 현재도 바뀌고 미래도 바뀐다.
공병호 박사는 <좌파적 사고 왜, 열광하는가?>에서 현재 대한민국의 수준을 진단하고, 과거의 원인과 미래의 가치를 예측하면서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과거와 현재의 의미 파악(가치관 확보)을 주장했다. 사고를 위해서는 현재를 분석하고 진단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의 현재에 대해서 공 박사는 심각한 가계 부채와 국가 부채와 군사적 긴장(핵무기가 배치된)이 유지되고 있는 상태라고 평가했다. <좌파적 사고 왜, 열광하는가?>는 긴박한 우리 상황을 인지하지 않고 긍정적 미래만을 그리는 것에 경계를 주는 저술이다. 그러한 사고가 “좌파적 성향”인데, 정부가 개입하여 경제를 주도하려는 태도에 대한 비판이다.
공 박사가 제시하는 좌파적 성향은 기본적으로 상당히 예리하다. 좌파적 성향이 발생하는 토양은 빈곤 문제가 해결된 뒤에 일어난다는 것과 인간 본성 자체라는 것이다. 훈련되지 않는 인간은 자연스럽게 좌파적 성향을 가진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기 전부터 나는 좌파일까? 우파일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 둘로 나누는 것이 합당한 분류법일까? 공 박사는 시장에 대한 정부 개입의 정도에 따라 좌와 우를 분류했다. 좌파와 우파가 태생적 속성일 수 있지만 훈련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정립한 뒤, 좌파적 사고가 성행하는 우리 사회를 우파적 성향으로 전환할 것을 제언하고 있다.
좌파적 사고의 정점인 ‘평등’은 쉽게 성취될 산물이 아니다. 자유와 평등이 동시에 실현될 수 없다. 공 박사는 좌파적 사고에서는 (시장의) 자유를 억제하고 평등을 실현하려는 성향을 제시했다. 그렇다면 우파적 사고는 자유를 증진해서 시장의 가치를 높이려는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우리사회는 “소득을 증대해서 시장을 활성화시키자”, “시장이 활성화되면 소득이 증대된다”는 두 가치가 대립되고 있다고 보는데, 시장이 활성화되어 개인 소득이 증대되는 낙수효과가 없음이 증명되었기 때문에, 우파적 사고가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했다. 다만 소득을 증대하면 시장이 활성화된다는 것도 증거가 나오지 않을 것 같아 암담하다.
공 박사는 좌파적 사고가 인간에 대한 낭만, 도덕적 우월성이 있음에 대해서 비판했다. 그래서 어쩌면 인간이 좌파적 성향에 가깝다고 강조할 것이다. 인간에 대해서 소극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를 가진 인간은 지도자들이 갖는 성향이다. 좌파적 성향을 주장하는 지도자도 결국 우파적 사고를 갖고 있어야만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성공한 지도자(정권을 창출한)는 반드시 우파적 성향을 갖고 있어야 한다. 평등을 강조하는 좌파적 성향에서 오히려 계급 구조가 강화된다.
좌파적 성향이 악을 제거하기보다 이상향을 추구하는데 열심한다는 공 박사의 표현은 예리한 제시라고 생각한다. 우리 경제에서 필요한 전기에서 핵발전소와 값싼 전기료 제공의 가치에서, 핵 위협이 없는 이상향을 실현시키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들고 싶은 예는 성소수자의 권익이라는 이상향과 사회 근본 질서(가정 제도)에 대한 필요성에서, 가정 제도를 희생하면서도 소수자의 권익을 증대하려고 한다. 그리고 인구감소를 걱정하고, 필요인구를 외부에서 들여오려고 한다.
우리 사회에서 좌파와 우파를 어떻게 나눌까? 외교적 성향으로 나눌 수 없고, 과거 이해를 따라 나눌 수도 없다. 일제강점기에 대해서 전혀 긍정적으로 해석하지 않고, 양민학살의 존재를 인정하고, 독재정권의 부당한 인권침해와 생명탈취를 인정하지만, 나는 우파라고 생각한다. 가정이 안전하게 유지되기를 바라고, 사회의 기본 가치가 보존되기를 기대한다. 선생님을 쌤으로 하겠다는 발상에 놀랐다. 쌤은 선생님에 대한 속어적 준말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님’을 떼겠다고 했다면 합리적이었을 것이다. 급격하게 사회 가치관을 변화시키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러나 독재(우파독재와 좌파독재)는 싫어한다. 우파가 집권해서 좌파를 청산하는 방식이나, 좌파가 집권해서 우파를 청산하는 방식은 이데올로기이다.
생(生)을 낭만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 이상향 가치와 실현 가능한 가치를 냉철하게 인지해야 한다. 공병호의 <좌파적 사고 왜, 열광하는가?>는 우리 사회가 좌클릭된다는 분석이다. 좌파적 성향이 경제적 상황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종교와 의식 체계까지 연관되어 있다. 필자는 치열한 경쟁 구도에서 생존하는 강인한 생명력을 갖기를 원하는 것으로 이해했다. 우리 사회가 경쟁을 제거한다 해도, 국제 사회에서 불가능할 것이고, 우리가 잘한다 해도 국제 정세를 파악하지 못하면 몰락한다. 값싼 분배는 없고 희생 없는 소득도 없다.
스위스에서 성인에게 월 3백만원(정도)을 지급하는 기본소득(UBI) 안이 상정되었는데, 76.9%가 반대했다고 한다. 월 삼백만원의 기본소득 나쁘지 않지 않는가? 정치인은 기본소득 제공을 계산할 것이 아니라, 개인 역량 강화를 위한 방편을 제공하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필자는 우파라고 생각한다. 기본소득 주장은 사회단체에서 주도하는 것이 좋겠다.
평등과 생존, 두 개의 떡을 동시에 취할 수 없다. 경쟁 없는 인생과 국가 관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공병호 박사는 좌파 성향의 정권에서는 제거(개입)하여 실현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이고, 그러한 주장을 좋아하는 성향을 좌파적 성향으로 분석했다. <좌파적 사고 왜, 열광하는가?>는 다양한 데이터를 한 스토리로 묶었기 때문에 짧게 요약하는 것이 어렵다. 필자의 한줄 정리는 “인간과 사회를 낭만적이고 도덕적인 이상으로 보지 말고, 경쟁 상황에 놓인 치열함을 직시하라”로 제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