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서평

세속적 문화와 기대에 부응하지 않는 목회자의 정체성
불필요한 목회자/유진 피터슨, 마르바 던/차성구/좋은씨앗/서상진 편집위원유진 피터슨과 마르바 던이 함께 저술한 『불필요한 목회자』는 목회의 본질이 무엇이며, 목회자가 세상 속에서 어떤 존재로 살아가야 하는지 심도 있게 성찰하는 책이다. 이 책은 목회가 단순히 교회 성장이나 행정적 관리의 역할로 축소되는 현대적 경향에 대한 깊은 반성과 더불어, 목회의 본질을 다시금 회복해야 한다는 절실한 외침을 담고 있다. 저자들은 목회자를 세상의 기능적 요구와 효율의 논리 속에 가두려는 시대적 흐름에 저항하면서, 오히려 목회자가 ‘불필요하다’는 평가 속에서 참된 정체성을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역설적 제목은 곧 목회의 본질이 세상의 필요나 유용성으로 환원될 수 없음을 드러내는 선언이다.
이 책은 현대 사회가 목회자에게 기대하는 수많은 요구들을 비판적으로 성찰한다. 사회는 목회자를 유능한 경영자, 재정 전문가, 상담가, 조직가, 심지어는 정치적 지도자로까지 요구한다. 그러나 저자들은 이러한 요구가 목회의 본질과는 전혀 다른 길이라고 말한다. 목회자는 무엇보다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고, 예배를 인도하며, 성도들의 삶을 말씀 안에서 새롭게 해석하도록 돕는 존재이다. 따라서 목회자가 세상의 유용성에 매달릴수록 오히려 본연의 자리에서 멀어지고, 결국은 교회가 세속적 효율의 논리에 갇히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통찰은 오늘날 교회의 위기를 단순히 외부적 요인에서 찾으려는 관점이 아니라, 목회자 자신이 본질을 상실한 데에서 기인한 것임을 날카롭게 드러낸다.
저자들이 말하는 ‘불필요한 목회자’는 세상적 기준으로 볼 때 쓸모없고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존재이다. 그러나 바로 그 자리에서 목회자의 참된 정체성이 드러난다. 목회자는 세상의 흐름을 따라가며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사람이 아니라, 말씀과 성례라는 교회의 중심적 행위를 통해 하나님 나라의 현실을 증언하는 사람이다. 이는 목회자가 단순히 유능한 관리자가 아니라, 하나님의 현존을 드러내는 증언자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 관점에서 저자들은 목회자의 역할을 신학적으로 재규정하며, 교회가 세상과 구별되는 거룩한 공동체로 존재할 수 있도록 목회자가 반드시 불필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의 전반적인 흐름 속에서 피터슨과 던은 목회자가 해야 할 핵심적인 세 가지 직무에 주목한다. 그것은 말씀의 선포, 예배의 인도, 영적 공동체의 형성이다. 말씀의 선포는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성도들이 하나님의 말씀 안에서 자신들의 삶을 재구성하도록 돕는 사건이다. 예배의 인도는 교회가 세상의 가치와는 다른 질서 속에서 하나님을 경배하는 공동체가 되도록 만드는 중심적 행위이다. 영적 공동체의 형성은 단순한 인간관계의 친밀감을 넘어서, 성도들이 서로를 말씀 안에서 돌보고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아가도록 돕는 과정이다. 이 세 가지 직무는 목회자의 정체성과 직결되며, 다른 모든 기능적 요구들보다 우선되는 본질적 요소들이다.
저자들은 특히 목회자가 세상적 성공과 유용성의 논리에 휘둘릴 때 발생하는 문제들을 비판적으로 지적한다. 목회자가 성도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데 몰두하거나, 교회를 기업처럼 운영하려 할 때, 교회는 더 이상 복음의 증언 공동체가 아니라 세속적 조직으로 전락한다. 이때 목회자는 더 이상 하나님을 증언하는 사람이 아니라, 단순한 관리자나 기술자로 변질된다. 이러한 현실은 오늘날 교회가 겪고 있는 위기의 본질을 잘 드러내며, 저자들은 바로 이 지점에서 목회자의 ‘불필요함’을 강조한다. 목회자가 불필요해야만, 교회는 세상의 기대에서 벗어나 하나님의 말씀에 온전히 귀 기울일 수 있다.
『불필요한 목회자』는 단지 목회자 개인의 정체성 회복을 말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 책은 교회 공동체 전체가 세상의 효율주의와 유용성의 논리에서 벗어나도록 촉구한다. 목회자가 본질을 회복할 때 교회는 더 이상 세상 속에서 경쟁하는 또 하나의 기관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증언자이자 대안적 공동체로 존재하게 된다. 따라서 이 책은 목회자만이 아니라 모든 성도들에게 교회의 본질을 다시금 성찰하게 하는 도전을 던진다. 교회의 사명은 세상의 성공 모델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세상 속에서 다른 삶의 방식을 살아내는 것이다. 이 점에서 이 책은 목회자와 교회 모두에게 본질 회복을 요구하는 강력한 선포이다.
책의 서술 방식은 학문적 논의와 동시에 목회적 현실 감각을 결합한다. 피터슨과 던은 탁월한 신학자이자 동시에 깊은 목회적 경험을 가진 저자들로서, 이론과 실제를 긴밀히 연결한다. 따라서 이 책은 단순히 추상적 담론이 아니라, 오늘날 교회와 목회자들이 직면한 현실적 문제들에 대한 구체적 대답을 제공한다. 저자들은 목회자의 현실적 고민을 공감하면서도, 그 고민을 넘어 더 본질적인 자리로 나아가도록 독자를 이끈다. 이 점에서 이 책은 단순한 신학적 논문이 아니라, 목회자들의 영적 성찰을 이끄는 안내서이다.
『불필요한 목회자』는 목회의 길을 걸어가는 이들에게 깊은 위로와 동시에 날카로운 도전을 준다. 목회자는 세상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때 종종 무력감이나 실패감을 느끼기 쉽다. 그러나 저자들은 오히려 그 ‘무력감’이 목회자의 참된 자리임을 강조한다. 목회자가 무력해 보일 때, 그 자리에서 하나님이 드러나고 복음의 능력이 나타난다. 따라서 목회자는 자신의 유능함이나 성과가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과 성령의 사역에 의존하는 존재이다. 이러한 관점은 목회자가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오히려 그 자리에서 하나님의 능력을 신뢰하도록 이끈다. 이 책은 목회자들에게 자신이 불필요하다는 사실이 실패가 아니라, 참된 목회의 시작임을 알려준다.
결국 『불필요한 목회자』는 오늘날 목회와 교회가 직면한 위기에 대한 신학적 해답을 제시한다. 교회는 세상 속에서 유용함으로 인정받으려 할 때 오히려 그 정체성을 상실한다. 그러나 목회자가 불필요할 때, 교회는 세상의 효율 논리와 무관하게 하나님 나라의 현실을 증언하는 공동체로 서게 된다. 이 책은 그 역설 속에서 교회와 목회자의 정체성을 새롭게 규정하며, 본질로 돌아갈 것을 요청한다. 목회는 유용성을 추구하는 직업이 아니라, 말씀과 예배와 공동체 속에서 하나님을 드러내는 존재 방식이다. 따라서 『불필요한 목회자』는 오늘의 교회와 목회자들에게 본질을 회복하라는 가장 근본적인 도전을 던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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