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칼럼

  • 신동수1999-2002년 서울 방배동 기독신학교에서 M.Div.를 수학하고, 2002-2004년 미국 칼빈신학대학원에서 Th.M.으로 조직신학(칼빈연구)을 전공, 2004-2010년까지 미국 휘튼대학원 성경.신학부에서 박사과정을 이수할 때까지 개혁신학과 칼빈신학에 대한 연구를 하였습니다. 시카고 지역에서 한인신학교 조직신학 교수와 담임목회 및 도시선교 등을 섬겨왔으며, 학교와 목회, 그리고 이민생활 현장에서 고민하며 묵상한 에세이와 아직 한국어로 번역이 되지 않은 의미있는 개혁파 신학/신앙 관련 서평 등을 지속적으로 쓰고 있습니다.

1920 년대로 부터 2020 년대를 읽다

신동수 | 2020.11.17 22:30
역사는 반복된다 (History rotates). 코로나 19 판데믹 이후 세상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내노라 하는 많은 식자들이 나름 일가견을 가지고 이렇다 저렇다 예견을 쏟아내지만, 차라리 지나간 역사를 살펴볼 때 명경처럼 우리의 앞 날을 들여다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1920년 대로 부터 2020년 대를 들여다보려 한다.

1. 1920년 대 미국 및 전 세계는, Spanish Flu 판데믹 때문에 5천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고, 이어진 경제적 여파로 1929-1939년까지 10년간 경제적 대공황 (Great Depression) 을 맞이하였다.
1' 2020년 미국과 전 세계는 이미 132 만명이 죽었고, 현재 3차 유행을 지나고 있으며, 백 년 전 대공황 이후로 가장 심한 대공황이 2024년부터 시작 되리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진짜는 아직 오지 않았다!

2. 1920년 대는 전세계적 정치적 격변의 시기였다. 민족주의가 발흥하고, 극단적 인종주의 (KKK), 반유대주의 (antisemitism) 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고, 반이민 정서가 증가했고, 극보수/파쇼 지도자 (히틀러, 무솔리니, 일본 제국주의 지도자)들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2' 2020년 대는 강력한 통치자 (strong-man politics) 가 전세계적으로 각광 받을 것이다. 각 국가 마다 자국의 이익을 최대한 유지 발전시키는 방향의 이기적 자국주의가 기승을 부릴 것이다. 당연히, 국가간 자원과 경제적 이득 창출을 위한 분쟁이 비극적 결말 (전쟁 등) 의 위기로 치닫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미국의 새 국방장관 예정자가 취임하기도 전에 72 시간 내에 중국 함대를 모두 침몰 시킬 수 있다는 경고 (?) 를 날렸다.

3. 1920년 대 최첨단 기술의 발명이 - TV, 라디오, 워키토키 등 - 소통의 혁명을 가져 왔다. 이 때 미국은, 중산층의 정치적 목소리가 높아지고, 또, 대형 미디어 재벌이 탄생했다.
3' 2020년 대 전반적 경제적 타격에도 불구하고, 거대 재벌인 Facebook 이나 Amazon 은 자산이 두 배가 되었다. 일부 재벌이 나라 전체의 자본을 독점하고 정치적 권력까지 쥐게 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

4. 1920년 대 문화는 전반적으로 문화의 황금기라 불렸다. 재즈가 유행하여 재즈 시대 (Jazz Age) 라 불렸으며, 미디어의 발전과 함께 노래와 음악이 유행했으며, (있는) 여성들의 사회적, 도덕적 자유를 향한 도전이 크게 일어났다 (짧은 치마, 여성 비행사 등).
4' 2020년 대 문화는 모든 인종적 압제와 성적 억압에 저항하는 인종차별 반대 운동과 LGBTQ 인권 운동 중심으로 전개 될 것이다. 이미 상당한 사회적, 법적 지위까지 확보한 이들이 사회적 약자에서 대중문화의 대세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5. 1920년 대는 진보와 보수, 과학과 기독교 사이에 사상적 대립이 격화되던 시대였다.
5-1. 우선 정치적으로 1920년부터 13년간 시행된 금주법은 여성의 참정권 부여와 여성기독교금주연맹의 맹활약, 그리고 기독교 보수 정치인들의 협업으로 13년간 미국내에서 술을 만들 수 없게 만든 법이었다. 이는 가장 실패한 미국의 수정 헌법 중 하나로 언급되는데, 남은 건, 더 많은 사람들이 불법으로 술을 마시고, 대공황 경제에 기름을 붓고, 유명한 마피아 그룹들이 밀주제작과 판매로 막대한 자금을 얻게 하는 결과만 낳았다. 기독교 정치인들이 바라던 "도덕 재건" 은 오히려 반대로 미국을 "죄의 도시" (Sin city) 로 만들 뿐이었다.
5-2. 1920년 대 미국 기독교도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결국 우스운 결말을 맞았다.
1) 당시, 미국 대통령은 공화당 출신 보수적 침례교회가 밀던 침례교도 워렌 하딩 (Warren G. Harding) 이었는데, 자기 본처 이외에 두 번째 부인을 두고 애까지 낳았다는 루머 (사실, 사실 이야기) 가 돌았다. 그 때, 야당은 신랄하게 그를 공격했는데, 이런 대통령을 막아 주던 이가 있었으니, 당시 가장 인기 있던 부흥사 빌리 선데이 (Billy Sunday) 였다. 그는 비난자들을 모두 저주 받을 썩을 놈들이라며 욕하고 대통령을 변호해 주었다. 하지만, 대통령의 루머가 사실로 드러나며, 그의 도덕성과 영성을 지지하던 보수파 기독교 지도자들은 많은 이들에게 실망을 안겨 주었다.
2) 더욱 우스웠던 장면은, 진화론의 대두와 함께 보수파 기독교 (후에 근본주의자라 명명된) 목사들이 법정에서 과학 선생님과 진화론-창조론 논쟁을 벌이게 된 1925년 테네시의 한 시골 마을 법정 사건 (Scopes Trial) 이었다. 이 때, 전국으로 중계된 이 논쟁으로, 보수적 기독교 (근본주의) 가 얼마나 폐쇄적이고 비이성적인지 드러나 버렸다. 역사는 이 날을 법정에서 근본주의자들이 비웃음 받던 날 (mocked in the courtroom) 로 기록한다.
5' 2020년 미국과 미국을 맹렬히 따르는 한국은 진보와 보수, 상식과 맹종 사이의 극한 대립을 이미 경험하고 있다.
5-1' 보수와 진보의 정치적 대립 구도는 이미 그 극단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이제 편가르기 정치 (identity politics) 만이 난무한다. "나라를 팔아 먹어도 무조건 찍는다," 거나 "내 편이 안 되면 다 무효야" 라는 어거지가 정치를 대신하고 있다.
5-2' 정치도 염려스럽지만, 더욱 염려스러운 것은, 보수적 기독교계의 비이성적 떼거지 맹종, 상식을 버린 근본주의화 이다. 이미 백 여년 전, 실망과 조롱, 이어진 교회의 침체를 경험하였기에 변화가 있어야 함에도, 미국과 한국의 보수파 교회들과 지도자들은 여전히 특정 대통령에게 몰빵을 하고, 상식에 어긋난 차별금지법 반대 성명을 발표하고, 세상의 조롱과 놀림에 개의치 않고 대화와 소통 없이 자기들이 옳다는 주장만 반복하니 100년 전에서 한 발 자국도 나아가지 못한 모습이다.
참으로, 1920년 대나 2020년 대나 "요란한 이십 년 대" (Roaring Twenties) 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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