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칼럼

  • 이성호함경도 실향민의 아들로 서울의 유력한 산동네 돈암동 출생. 북악산과 삼각산을 닮은 작은 교회와 소박한 사람들을 가슴에 훈장처럼 여기는 포항의 작고 불편한 교회의 책임사역자. 한신대 신학대학원. 한신대 대학원 교회사 박사과정(Ph.D.Cand.)수료. 연규홍 교수와 「에큐메니칼 신학의 역사」(Vital Ecumenical Concerns) 번역, 「장공 김재준의 삶과 신학」 집필. 포항CBS라디오 5분 메시지, 포항극동방송 ‘소망의 기도’ 진행자. 책에 한(恨)이 맺혀 ‘Book Party’할 수 있는 도서관 교회를 꿈꾸다.

기도와 주문

이성호 | 2016.05.30 18:15
기도와 주문

저는 사실 설교 방송을 잘 듣지 않습니다. 설교는 예배중에 선포되는 말씀의 증거이므로 시간과 공간의 영역을 벗어나 신청곡처럼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서 입니다. 그런데 메르스의 공포가 전국을 강타할 즈음, 운전 중에 우연히 이름을 알만한 명망 있는 목사님의 설교를 듣게 되었습니다. 메르스의 위험에 따른 기도의 촉구가 주된 내용이었습니다. “메르스가 어서 물러가게 해달라고 기도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희생과 헌신을 각오하고 기도해야 합니다.” 뭔가를 더 기대하며 운전하다 어리둥절했습니다. 끝까지 그게 다였습니다. 희생과 헌신을 대신하는 기도라...

단순히 메르스가 ‘어서 물러가게 해달라고 다 모여서 기도하자'구요. 우리가 정성을 다하면 우주의 신적 기운이 우리를 도와서 메르스를 물리친다? 그건 굿이나 다를 바가 없습니다. 기도는 당연히 해야지요. 그러나 기도 자체가 목적이 될 순 없습니다. 염원을 하나님께 고하는 것이 기도지만 기도는 단순히 하나님께 부르짖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간구만 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하나님은 말씀하시고 우리는 그 말씀 따라 준행합니다. 한국 교회가 자주 생략하는 것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합니까?”를 묻고 그렇게 나아가는 측면입니다.  

불편한 말씀이지만 우리가 직면하고 경험하는 대부분의 어려움들은 우리들의 탐욕으로 인한 결과물입니다. 메르스 백신이 없는 이유도 돈이 되지 않기 때문에 만들지 않았습니다. 인간중심으로 살아가는 후유증이고 결과물일 수 있습니다. 그렇게 살면서 자신을 지켜달라고 신께 애원합니다. 얼마나 앞뒤 맞지 않는 경우인가요?

데살로니가전서 5장 17절, “쉬지 말고 기도하라”의 말씀은, 밤낮으로 엎드려 기도하라는 요청이 아닙니다. 기도 중에 주시는 말씀대로 살아내는 것, 기도한대로 사는 것도 기도의 영역입니다. 또한 하나님의 원하시는 뜻을 알리는 것도 우리 몫입니다. 이 모두가 기도입니다. 우리 삶 전체를 기도라 할 수 있습니다.

잘 안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다시 일어서는 것 역시 기도이며 신앙의 진면목입니다. 주문 외우듯이 “물리쳐 주십시요!”만 되풀이 하는 것은 기도도 아니고 우리 역할도 아닙니다. 우리의 예배나 기도를 부적처럼 이해해서는 곤란합니다. 십자가 목걸이 그거 아무리 차고 다니고 신주단지처럼 떠받든다 해도 하나 달라지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 자체로 무슨 신통한 힘이 있을까요. 그냥 장신구입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사용하시며 우리는 그 일을 위하여 부름을 받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선한 일을 하도록 지음 받았습니다. 기도는 주문과는 다릅니다. 낮아짐과 주림은 피하고 높아짐과 풍성하게만 해 달라는 요구는 갓난아이들이 하는 땡깡입니다.

기도의 능력은 세상의 한복판에서 하나님의 뜻에 맞는 삶을 위해 노력과 선한 싸움을 하는 이들을 위한 것입니다. 바라기는 여러분은 교회가 아닌 밖에서 실생활에서 하나님을 섬기기를 기대합니다! 삶으로 기도 드리는 단계까지 이르렀으면 좋겠습니다.

때로는 용감하게 때로는 무모할 정도로 하나님의 약속을 신뢰하고 따르는 삶이면 참 좋겠습니다. 상대가 얼마나 강하냐 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하나님이 말씀하셨다”는 확고한 믿음, 요지부동의 줏대 있는 사람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내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 기도입니다. 그것이 본문에서 제기된, ‘쉬지 말고 기도하라’의 바른 의미입니다.

이 한 주도 주안에서 샬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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