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칼럼

  • 이성호함경도 실향민의 아들로 서울의 유력한 산동네 돈암동 출생. 북악산과 삼각산을 닮은 작은 교회와 소박한 사람들을 가슴에 훈장처럼 여기는 포항의 작고 불편한 교회의 책임사역자. 한신대 신학대학원. 한신대 대학원 교회사 박사과정(Ph.D.Cand.)수료. 연규홍 교수와 「에큐메니칼 신학의 역사」(Vital Ecumenical Concerns) 번역, 「장공 김재준의 삶과 신학」 집필. 포항CBS라디오 5분 메시지, 포항극동방송 ‘소망의 기도’ 진행자. 책에 한(恨)이 맺혀 ‘Book Party’할 수 있는 도서관 교회를 꿈꾸다.

우리들의 간증

이성호 | 2016.03.10 17:04

우리들의 간증

 

해마다 여름이면 전교인수련회를 겸해 기도원을 찾던 때가 있었습니다. 부흥집회에 빠지지 않는 순서가 간증입니다. 예전에 비해 왕성할 정도는 아니지만 요즘도 비슷비슷한 간증집회는 여전합니다. 대체로 간증들은 어렵게 살다 예수 잘 믿고 축복받아서, 남편의 일이 해결되고 아이들이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등등 잘되었으니 당신도 열심히 기도하고 교회에 헌신하면 하나님이 축복해 주신다는 열이면 열! 대략 이런 내용입니다.

 

들었던 간증 하나를 소개하겠습니다. 무슨무슨 지역에 사는 한 농부가 농사를 지었습니다. 남들 못지않게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런데 그만 그해 여름에 큰 태풍이 불어 닥쳤습니다. 하필이면 그 지역을 통과하는 바람이 워낙 쌔어 농작물 피해가 예상된다는 속보가 연일 계속되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다른 논의 벼는 태풍으로 다 쓰러져 망했는데 그분의 벼는 하나님이 보호하심으로 잘 자라서 더 많은 돈을 벌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모인 사람들은 부러웠는지, 신기했는지 큰소리로 아멘하며 열심히 통성으로 기도했습니다. 이분들은 어떤 기도를 하실까 궁금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여러분도 비슷한 간증을 들어보셨죠? 저는 이런 간증이 우리 신앙의 수준을 대신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간증을 제가 약간만 바꿔보겠습니다. - 태풍이 불어 다른 집 벼들은 다 쓸모없게 되었는데 우리 집 논의 벼는 다행히 큰 피해 없이 잘 자라 많은 수확을 하게 되었습니다. 너무도 감사했지만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 금할 길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태풍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웃과 수확한 작물을 나누고 수익금의 일부도 나누어 드렸습니다. 모두가 행복해 질 수 있는 기회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 어느 쪽이 성경적으로 들리시나요?

 

간증의 사전적 의미는 ‘자기의 신앙생활에서 얻은 특별한 종교적 체험을 고백함’이겠습니다. 이 용어가 기독교적 용례로 사용될 때는 ‘하나님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솔직하게 말해지다.’의 의미가 됩니다. 그러니까 자랑이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황당하고 무속적인 주장으로 대신할 수 없는 것이 간증입니다. 그쯤 되면 집회가 아니라 ‘신파’가 됩니다.

 

성경에서 가르치는 복 개념은 제비가 물어다 주는 박씨나 넝쿨째 굴러오는 호박이 아닙니다. 아무리 종교적인 언어로 표현한다고 해서 다 복음의 진리가 아닌 것처럼 사람들의 심리가 이런 횡재를 마다하지 않는다고 해서 불로소득을 축복이라 여길 수는 없는 것입니다.

 

만담 같은 이야기는 그냥 웃어넘겼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요행’이나 ‘운수대통’같은 사연들에 환호하면 할수록 성경의 원리와는 멀어지게 마련이고 결국 웃음거리가 되고 맙니다. 복음에 화답하시고 진리를 흠모하시기를 바랍니다. 더하여 기대하기는, 간증을 듣는 사람이 되지 말고 진실한 간증을 하는 사람이 되셨으면 참 좋겠습니다.

 

우리가 산을 오르다 보면 혼자인 것 같지만, 종종 사람을 만납니다. 모두 같은 산을 이미 올랐거나 함께 오르는 분들입니다. 나 혼자인줄 알았는데 반갑지요! 높고 험한 산일수록 그 반가움은 더 큽니다. 뵐 수는 없지만 메아리만큼 큰 소리로 인사합니다. 봄, 봄, 봄이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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