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그리스도인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나는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애송되는 윤동주 시인의 시 한 소절입니다. 이 시가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까닭은, ‘언어의 순수함’이나, ‘순결한 시인의 정서’에도 있지만, ‘우리 사회상이 반영’된 요소, 또한 빠질 수 없는 이유입니다. 내 자신이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한, 일종의 자기투영입니다. 부끄럼 많은 삶, 더 이상 파장이 일지 않는 식어버린 가슴에 대한 ‘대리충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제가 목회자이므로, 우리에게로 시선을 돌려보겠습니다. 여러분! 제발 성경만 고집하지 마십시오! 물론, 그나마도 읽지 않는 분들에야, 비기겠습니까만, 지금까지 읽은 책을 기억할 정도라면 대단히 위험합니다. 기본적인 문맥파악이나 사색훈련이 돼있지 않는 경우가 허다한 주로 이런 분들이 다른 사람들 앞에서 주장과 고집이 남다르거나, 진리의 파수꾼 같은 위선을 격하게 드러냅니다. 사랑, 믿음, 충만...용어들은 줄줄줄 말하지만, 논리는 약하고, 내용도 없이, 그냥 좋은 거니까, 하자는 식입니다. 우리가 짊어져야 할 역할이나 책임은 그렇게 간단치가 않습니다. 

기독교인 일수록 책을 읽어야 합니다. 세상의 속됨에서, 신앙을 지켜간다는 것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말이 책이지, 기본적인 인문학 책들은 그야말로 정보와 지식입니다. 오늘의 사회가 어떠한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져 왔는지, 또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이런 구체적인 이해나 세계관 없이, ‘거룩’과 ‘공의’를 펼침이 과연 가능할까요? 자칫 자신뿐 아니라, 이웃을 다치게 할 수도 있습니다. 한권의 책이라도 전체가 잡힐 때까지 읽으면, 새로움이 열리고, 성경의 세계와도 접목이 이뤄집니다.

지난 8-90년대와 비교해보면. 요즘은, 예전과는 견줄 수 없는 번역과 눈부신 역작들이 즐비합니다. 오해하진 마십시오. 성경 다음으로 입니다. 그럼, 어떻게 그 많은 책들을 다 사보냐구요? 우리가 무슨 돈이 있겠습니까? 구석구석까지 들어와 있는 도서관을 이용하시면 됩니다. 좋은 책을 고르기도 쉽고, 대여일도 넉넉하고, 무진장의 분량을 내 것으로 하기에 딱입니다. 시간이요? 혹시 신학서적 읽다가 실패하셨다고, 걱정하지 마십시오. 인문학 책들은 아무리 어려워도 신학서적의 1/10정도입니다.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워 하지만 마시고, 성경책만 폈다 덮었다만 하지 마시고, 더불어 책 읽는 기독교인이 되십시오. 남들을 향해, 속되다 그릇되다 하기 전에, 세상의 눈물과 한숨도 보시고, 꽃 같은 사람들도 만나십시오. 그런 당신은 더 아름답습니다!

-포항에서 이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