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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칼럼

  • 조영민총신대 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을 공부했고, 내수동교회와 분당우리교회에서 13여년간 청년사역을 했다. 현재 설교 클리닉 연구소 <호밀리아>의 연구위원을 하며, 총회 청년교재 집필과 몇 권의 성경본문과 관련된 묵상집의 필진이기도 하다. 2014년 12월부터 성산동에 있는 나눔교회 담임목사로 사역 중이다. 저서로는 <선택, 하나님 편에 서다>, <읽는설교 룻기>가 있고, 아내 한영미와 딸 수아, 아들 원영과 함께 하나님 나라를 꿈꾸며 열심히 걸어가고 있다.

'담마진'을 통해 배우다

조영민 | 2016.03.28 21:31
‘담마진’을 통해 배우다.

조영민·2016년 3월 28일 월요일

요 며칠 아팠다. 병명은 '담마진' ... 어려운 용어여서 더 쉬운 말로 하면 '두드러기'라고 하는 병이었다. 고난주간 사경회 마지막 금요일 말씀을 준비하는데 갑자기 온 몸이 간지럽기 시작했다. 뭔가 이상해서 피부를 보니 이곳 저곳이 붉게 올라오고 있었다. 병원에 갈 시간이 없었기에 가까운 약국에 가서 간단한 약을 받아 먹고 나머지 원고를 정리하는데 ... 점점 더 가려웠다. 

고난 주간 말씀 사경회 마지막 예배 모임은 교회에서 드려지는 예배 중에 가장 중대한 예배일지도 모른다. (물론 아닐 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래동안 묵상했고 사랑하는 말씀을 잘 준비해서 올라고 싶었다. 그런데 몸이 계속 점점 더 간지러운 거다 ... 결국 기도했다. 하나님 제발 이 금요기도회만은 ... 결국 90분짜리 설교와 이후 기도회를 마치는 것 까지는 할 수 있었다. 

문제는 ... 그 후부터다 점점 심하게 온 몸에 반점이 생기고 가렵고 ... 잠도 잘 수 없고 누울 수도 없고 ... 무언가 생각을 할 수도, 책을 읽을 수도 없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토요일을 집에서 보내며 부활주일을 준비했는데 아무 것도 준비할 수 없었다. 어디에 앉아서 책을 읽지도 워드를 치지도 못했다. 부활주일 예배는 다가오는데 한 줄도 쓰지 못했다. 병원에 가서 주사도 맞고 약도 먹었지만 가려움증을 이겨낼 수 없었다. 점점 더 심하게 짜증을 부리는 나를 보게 되며, 부활의 주님을 확신있게 전해야 하는 부활절 설교인데 ... 나는 내 안에 있는 이 짜증과의 싸움을 싸워야 했다 ... 정말 가려움증은 감당할 수 없는 정신의 붕괴를 가져왔다 ... 부활절 설교를 다른 분에게 요청해야 하지 않나 라는 생각도 했는데 그럼 또 너무도 걱정하실 성도님들이 생각나 그렇게 말할 수도 없었다. 

주일 새벽이 되어서야 조금 생각을 할 수 있었고 글을 쓸 수 있어 원고를 작성하고, 최대한 성도님들에게 얼굴을 보이지 않을 수 있는 거리에서 말씀을 전하기로 했다. 평강의 왕, 사랑의 왕, 가르치는 왕, 파송하는 왕 ... 이신 부활하신 예수님에 대해 증거했다. 신기하게 말씀을 전하는 동안은 가려움이 멈췄다. 그리고 그 말씀을 다 전한 후에 도망치듯 또 집에 왔다. 이틀이 지난 지금이제 가려움은 잦아들었다.  아직 온 몸에 반점들이 남아 있지만 첫날과 둘째 날에 비하면 참을 만하다.  그리고 돌아봤다. 이 담마진이 내게 남긴 게 무엇인지에 관하여 ... 

1. 욥에 대한 공감

이전에 욥을 읽을 때, 나는 욥과 관련된 여러 주석들을 읽으며 욥의 심정들을 정리했었다. 그리고 이러한 정리는 매우 신학적으로 탁월한 논리들을 잘 정리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욥기 전체를 단 두 번의 설교로 전하면서 나는 욥의 마음을 참 잘 대변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니 그건 아니었다. 나는 욥이 자신의 피부를 긁으면서 이 시간을 보냈다는 것을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러한 가려움이 사람의 정신을 얼마나 피폐하게 하는 지도 몰랐다. 이제 알게 된 것은, ‘옳고 그름'을 이야기 하는 친구들의 이야기가 욥에게는 전혀 들리지 않는 문제라는 것이다. 욥이 입을 열어 하나님을 원망하는 듯한 말을 하는 것은, 어쩌면 하나님을 원망하는 게 아니다. 그저 그가 인간이기에 그 거대한 가려움 속에서 할 수 있는 사랑하는 이를 향한 탄식 같은 거란 말이다. 기대일 때가 그곳 밖에 없지만 기대일 그 분의 신실하심조차 의심되어지는 그 순간에 그래도 그분께 나아가 그분께 기대여서 온 몸을 비비고 있는 것이다. 

가려움 속에서 나는 욥기를 다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욥은 친구들과 대화에 관심이 없다. 친구들과 싸워 이기고 싶은 마음도 없다. 그저 은혜로운 주님이 필요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 은혜로운 주님이 오시는 것으로 욥기는 끝난다. 담마진이 내게 준 선물은 언젠가 욥기를 욥의 관점에서 말할 수 있게 될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였다. 

2. 피부 질환을 가진 이를 향한 공감  

청년 사역을 할 때, 만성 아토피를 가지고 있는 청년이 있었다. 그 청년은 자주 자신의 몸을 긁었고 움찔 움찔 놀라는 것 같은 행동을 자주 했었다. 많이 가렵다고 했었고 나는 늘 그 친구가 그럴 때 그러라고 했다. 한번은 이 청년이 너무 긁어서 팔과 다리에 피가 나고 딱지가 생겨 있는 것을 봤다. 밤새 너무 가려워서 자기도 모르게 긁었다는 거였다. 나는 “좀 참지 그랬어!” 라고 말했다.  시간이 조금 지났지만 너무 미안하다. 좀 참을 만한 수준의 가려움이 아니었던 것이다. 피가 나도 긁지 않을 수 없을 만큼 가려웠기에 그렇게 자신의 몸에서 피가 나도록 긁었던 것이다. 

움찔 움찔 거렸던 그 친구의 행동도 이제는 알겠다. 온몸이 간지러워서 그렇게라도 몸에 힘을 주어 가려움을 잊어 버리려 한 거다. 그 청년에게 한 번도 “왜 그러냐?”라는 말은 안했지만, 늘 속으로 말했다. “너 왜 그러냐 ? 좀 참지!”라고.  그런데 이제는 그런 그 청년의 행동을 봐도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거나 묻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얼마나 가려운지 내가 경험해 보니까 이것이 늘 이었던 그 청년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 힘든 중에 했었던 수능준비가 얼마나 치열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참 그 청년을 잘 몰랐고, 잘 도와주지 못했다. 다시 만나면 손을 내밀어 그 친구의 아픈 피부에 손을 얹고 꼭 안아주고 싶다. 


*** 살면서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 중에 얼마나 알고 있었던가 생각나는 일들이 있다. 담마진이 내게 알려준 것은 ... 내가 정말 많이 모른다는 것이었고, 이제 안 그 만큼 또 그 지식에 맞게 행동해야겠다는 거다. 아토피로 고생하는 한 사람 한 사람 .. 기억나는 사람들의 이름을 부르며 기도해 본다. 그리고 ... 넌 정말 대단하다고 이제까지 달려 준 것만으로도 넌 잘 한거라고 꼭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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