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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칼럼

  • 문양호평신도 때부터 제자훈련과 평신도 신학, 기독교 세계관에 관심이 많아 관련 자료와 책이라면 모든지 모으는 편이었고 독서 취향도 잡식성이라 기독교 서적만이 아니라 소설, 사회, 정치, 미술, 영화, 대중문화(이전에 SBS드라마 [모래시계] 감상문으로 대상을 받기도 했죠) 만화까지 책이라면 읽는 편이다.
    지금도 어떤 부분에 관심이 생기면 그에 관련된 책을 여러 권씩 읽는 중독성을 가진 총신대학원을 졸업한 목사.

『있다...없다』

문양호 | 2017.04.21 14:37

있다...없다

 

1.

있었다.

한쪽 발목을 잃은 비둘기는 아직 있었다.

이전 글에서 서울역 지하도 분식집 앞에 새벽이면 찾아와 주인 아주머니가 주시는 음식을 먹곤 하는 비둘기가 아직 있었다. 이쁜 딸의 출근 시간이 바뀌어 몇달동안 볼수 없었던 비둘기였다. 잘 지내는지, 겨울은 잘 보냈는지 궁금했었는데 다행히 살아 있었다. 다리를 절룩거리긴 하지만 그래도 건강하게 살아남아 그 분식집이 제집인양 아주머니와 잘 내는 듯 싶어 반가왔다.

비둘기 만이 아니라 겨울이면 동네 길냥이들도 걱정이긴 하다. 길냥이 사망률이 가장 높은 때가 겨울철인데 몇 년째 집근처 골목과 작은 공원주변을 맴도는 냥이들이 겨울을 잘 견뎌 낸 것을 보면 괜히 마음이 애틋하고 더 반갑다. 일이주전 옆집을 맴돌던 임신한 냥이가 안쓰러워 물과 먹이를 주었는데 비록 직접 주진 못해도 문 앞에 가끔씩 먹이를 놔주면 어느샌가 먹고 사라진다. 보진 못해도 흔적만 남겨도 기쁘다.

 

2.

없었다.

서울역 지하도를 나와 회현역까지 올라가는 길 목 앞 굴다리에는 서울역이 아닌 그곳에서 홀로 기거하는 노숙자 할아버지가 한분 있다, 굴다리라고는 하지만 높이가 십미터는 족히 되고 폭은 아주 짧아 잠자리하기에는 그리 좋은 곳이 아닌데 기둥 사이로 이불과 박스를 깔아 살고 계셨다. 꽤 오랫동안 홀로 계셨던 분인데 지난 겨울 지나가면서 과연 이 추위를 어떻게 견딜까 혹시나 지난밤 추위에 변고라도 생기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있었다. 어제와 다른 이불의 변화를 보고 괜찮으셨구나 하는 생각에 이쁜 딸과 안도의 숨을 쉬곤 했다.

그런데 서울역 고가공원 공사가 남대문 시장 초입에서부터 시작하는 관계로 주변 공사가 점점 진행되다보니 굴다리 및 보도블록도 새롭게 단장하는 작업이 얼마전부터 시작되었다. 요며칠은 바로 굴다리 초입까지 밀려와 바로 그 자리 직전까지 전개되면서 저 할아버지는 어찌됄까 염려가 됐었다.

그런데 오늘 그 길을 지나다 보니 그분의 자리는 사라지고 그분이 남기고간 약간의 흔적만 있을 뿐이다. 어디로 갔을까? 새로운 개발과 변화는 종종 그렇게 그곳에서 살던 이들을 밀어내곤 한다. 그들은 그곳에서 그리 중요한 가치를 지녔다고 생각되지 않았기에 그렇게 우리들의 삶에서 밀려나가 그 존재감을 잃곤 한다.

 

3.

우리들 주변에는 그렇게 변화라는 이름으로 기존의 삶의 터전을 잃고 밀려나 사라져 가는 이들이 있다. 발목잃은 비둘기처럼 그네들 집단에서는 약하고 쓸모없을지 모르지만 누군가의 소리없는 돌봄으로 위로와 힘을 얻는 경우도 있는 반면에, 오랫동안 주변이들이 인정하건 안 하건 간에 자신의 자리를 잡아 살아가지만 변화와 새로움이란 이름하에 그 터전을 빼앗기고 떨어져나가는 이들도 있다.

아니 어떤 이들은 공동체에서 나름의 열심과 수고를 다하고 자기 역할을 했지만 발전과 개혁이라는 이름하에 그 가치를 잃어버리고 밀려나는 이들도 있다. 그런 변화 속에서 그들의 자리를 잃고 떨구어져 나가곤 한다.

우리나라의 박정희 당시 산업발전이 그러했고 민주화운동때 희생된 이들도 그러했다. IMF나 글로벌 위기때도 그러했다. 지금도 그런 일들은 일어나곤 한다.

어떤 때는 기업에서 기업환경변화와 구조조정이라는 이름하에서 묵묵히 자기의 자리를 지키며 그 역할을 수행해왔던 이가 쫓겨나고 정권쟁취라는 이름으로 온갖일을 다하다가도 그 역할을 잃거나 희생양으로 토사구팽되는 이들도 있다. 심지어 교회에서도 사랑의 공동체라 하나되고 희생한다 말하다가도 약간의 잡음과 교회의 갱신이라는 이름하에 그 기능을 잃은 기존의 성도들이나 목회자, 영적 리더들도 알게 모르게 떨어져 나가고 지워버리는 경우들이 허다하다. 그리고 남은 자들끼리 사랑의 공동체를 다시 말하곤 한다. 공동체에서 헤어짐이나 갈라짐이 없을 순 있다. 그러나 교회공동체에서 그 갈라짐에 분노나 증오가 있다면 그것은 변명이 될수 없다. 어떤 형태로건간에 치유나 화해는 있어야 한다. 그것없이 부흥을 논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인간적으로는 잘될지 모르지만 하나님의 관점에서는 아닐 수 있다.

물론 기업이나 정치, 교회도 그렇게 밀려 나가는 이들이 있다고 해서 조직이나 공동체에 문제될 것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그들을 떨어냄으로 공동체는 더 잘 운영될 것이고 효율적인 곳이 될 것이다, 하지만 조직을 이루는 구성요소의 기본은 사람이라는 것을 우리는 잊어선 안된다. 특히나 신앙공동체는 더더욱 그러하다. 광야를 건너 애굽으로 향했던 이스라엘 무리에는 군사나 청년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부모의 손길이 없이는 한순간도 살수 없는 갓난 아기부터, 누군가의 끊임없는 돌봄이 필요한 환자와 노약자고 같이 있었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같이 가는 공동체이길 기도한다. 조금 느리고 불편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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