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칼럼

  • 문양호평신도 때부터 제자훈련과 평신도 신학, 기독교 세계관에 관심이 많아 관련 자료와 책이라면 모든지 모으는 편이었고 독서 취향도 잡식성이라 기독교 서적만이 아니라 소설, 사회, 정치, 미술, 영화, 대중문화(이전에 SBS드라마 [모래시계] 감상문으로 대상을 받기도 했죠) 만화까지 책이라면 읽는 편이다.
    지금도 어떤 부분에 관심이 생기면 그에 관련된 책을 여러 권씩 읽는 중독성을 가진 총신대학원을 졸업한 목사.

내가 살던 그 집

문양호 | 2016.03.16 11:35
1.

환절기때마다 비염이 도지던지, 편도가 붓던지 하곤 하는데 이번엔 편도다. 일주일 전쯤 집근처 이비인후과에 갔지만 잠시 낫는 듯하다가 새벽이면 문을 밀고 들어오는 냥이들덕에 다시 목갚이 붓고 말았다.

몇년 전 살던 집근처에 자주가던 이비인후과에 가기로 맘먹고 방향을 잡았다.

벌써 삼년전이란다. 축농증에 갔던 기록탓으로 의사선생님은 코때문이냐고 묻는다. 목을 보시더니 편도보다 편도대가 부었다고 목속에 스테로이드주사 한방, 엉덩이에 주사한방, 약은 재발까지 대비해 일주일 치다.

냥이들의 자유로운 방출입을 허용한 대가다.

항상 자유엔 희생을 동반한다.



2.

간만에 이전 살던 집은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했다. 재개발지역 전세집이었던터라 집주인이 전세를 덜올린 편이라 집도 상당히 낡고 주변환경은 추래한 면이 있었지만 구석구석 잡다한 짐과 적지 않은 책무더기를 넣을수 있는 창고같은 방과 다락까지 있어 좋았다.

게다가 주변 집들이 다른 골목보다는 간격이 있고 집 앞에 작은 화단을 픔은 마당과 전용주차장같이 쓸수 있는 공간도 있어 부모님과 함께 사는 내겐 꽤 괜찮은 집이었다.

화단엔 여러가지 꽃이니 고추, 작두콩같은 것도 심었고 가끔씩 조그마한 바베큐통에 삼겹살이나 닭한마리를 마당에서 구워먹는 기쁨도 솔솔찮았다.



3.

몇년만에 지나가는 집. 헐렸을 수도 있을텐데...

골목에 들어가 점차 가까워 지는데 뭔가 이상하다.

멀찍이 보이는 집에 지붕보다 높게 솟은 파란 깃발, 붉은 깃발이 보인다.

철거예정이라도 알리는 깃발인가?

집가까이 다가가 보니 이런....

집은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 크게 변한것 없는데 그 깃발이 문제다.

파란 깃발, 붉은 깃발과 더불어 문옆에 있는 배너같이 드리워진 천에 쓰여진 문구 '장군보살’.

그 집은 무당 또는 점집이 되어 있었다.



아무리 권사나 장로가 살았던 집이라 할지라도, 깊은 영성지닌 목사가 살았던 집이라 할지라도-내가 그렇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들이 떠나가면 그저 집일 뿐이다. 누가 그 집에 들어가 사느냐에 따라 그 집의 성격과 용도는 달라지고 그 집은 채워진다.

아무리 그 역사가 깊고 전통이 있다 할지라도 마찬가지다.



4.

평신도때나 목회자로서 사람들을 돌보고 양육할때 그리스도인으로서 내가 있음으로 가정이 복을 받고 내가 있어서 회사가 보호받고 이 나라가 그래도 지금의 형태를 유지한다는 영적 프라이드를 갖자는 이야기를 하곤 했다. 그래서 내가 그곳을 떠난다는 것은 그곳으로는 엄청난 손실일수 있다는 자긍심을 갖자고 격려하곤 했다.

물론 전제는 있다. 나를 주께서 온전히 다스리시고 계시고 내가 순종하는 삶을 살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내가 주의 인도하심속에서 주의 임재속에서 내가 있는 곳을 위해 날마다 기도할때 주님은 나로 인해 내가 있는 공동체에 복을 더하시고 은혜주시며 지키신다.

또한 이러한 이들이 함께 할때 그 가정은 힘이 있고 그 교회에는 능력이 있다. 그렇게 주께 새벽에 부르짖으며 기도하는 이들이 있기에 지금 이 나라가 엉망진창인데도 버티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내가 주께 내 중심을 드리지 않을때 내가 살던 그 집처럼 앞에 깃발은 바뀌고 말 것이다. 내가 과거에 헌신하고 충성된 그리스도인이었다는 것이 지금 내가 꼭 잘살고 있다는 보장은 될수 없다.

교회도 마찬가지이다. 좋은 역사와 건강한 교회로 소문났던 곳도 그곳에 하나님이 임재하시지 않으면 과거의 전통과 자원도 쓸모없는 것이 될고 말것이다. 아무리 맛있고 영양가 있는 음식도 상해버린지 오래라면 더이상 가치는 없다. 그저 음식물쓰레기에 지나지 않는다.



깃발까지 걸린 옛 집을 떠나 현재 살고 있는 집쪽으로 방향을 틀어 걷는다.

이제 그 집은 내가 살았던 그 집일뿐이지 지금 나의 집은 아니기에...

지금 집에서 잘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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