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칼럼

  • 문양호평신도 때부터 제자훈련과 평신도 신학, 기독교 세계관에 관심이 많아 관련 자료와 책이라면 모든지 모으는 편이었고 독서 취향도 잡식성이라 기독교 서적만이 아니라 소설, 사회, 정치, 미술, 영화, 대중문화(이전에 SBS드라마 [모래시계] 감상문으로 대상을 받기도 했죠) 만화까지 책이라면 읽는 편이다.
    지금도 어떤 부분에 관심이 생기면 그에 관련된 책을 여러 권씩 읽는 중독성을 가진 총신대학원을 졸업한 목사.

유실물센터

문양호 | 2016.02.20 22:39

유실물센터

 

1.

벌써 두 번째다 지난번에는 평촌쪽에서 핸드폰을 전철에서 두고 내려서 한바탕 소동이 났는데 이번엔 아이패드를 인천 국제공항에서 잃어버리고 도로 찾았다.

핸드폰 때는 블루투스 이어폰과 핸드폰의 접속이 끊어지는 것을 느끼면서 열차에 두고 내림을 알았는데 이번엔 출국배웅하고 종로로 돌아오고서야 깨달았다. 부랴부랴 연결도 잘 안 되는 인천국제공항 유실물센터와 공항철도 유실물센터에 연락을 해서 접수를 하고는 맥 놓고 기다린다. 사진에서 보듯 꽤나 낡아 보이긴 하지만 사연이 깊다. 이전 교회에서 사역을 위해 거금 들여 아이패드 I을 구입하고 두 달도 안 되서 아이패드 II가 나와서 쓰린 마음은 있었지만 설교, PPT 및 글쓰기 등으로 정말 잘 사용했다.

그러다가 교회를 나와 새로운 출발을 한 후 그림그리기도 공을 들였지만 아이패드 IIOS 업데이트가 안 되서 어려움과 여러 가지 한계도 있었다. 그러던 중 미국에서 삼 십 년 넘게 연락도 없었던 초등친구가 터치펜을 국내에 잠깐 들어왔을 때 부러 선물하고 갔었고 또 다른 친구가 아이패드II를 키보드 달린 케이스와 함께 선물해줘서 하나님과 친구에게 감사하면서도 받아도 되는가 하는 생각을 가졌었다.

이것을 가지고 기존에 하던 설교, 글쓰기 만이 아니라 그림, 다양한 버전의 성경읽기 및 ebook 및 예배시간 찬송가 반주 등까지 전천후로 사용해서 기기 성능대비 및 효과와 효율로는 이만큼 뽑기 힘들 정도로 사용했었다.


2,

어제 나의 어리석음과 아둔함으로 잊어버리고 난 뒤 단순함에 가르치시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원시적으로 사역하시기를 바라는 하나님의 훈련이 아닐까 하는 고민이 들었다. 무엇이 갖추어져야만 하는 지금의 사회 속에서 우리는 하나님의 능력과 지혜가 아니라 감각적이고 효율성으로만 사역하는 방법론적 목회나 사역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데 몇 시간 후 전화가 왔다. 주일이 낼모레라 다시 공항으로 가는 공항철도에 탔다.

인천공항 지하 1층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간 곳

유실물 센터.

공항의 화려함과 세련됨과는 달리 그 곳은 갖가지 물건들이 어수선하게 쌓여있는 듯이 보인다. 또다른 창고가 있긴 하지만 아마도 두 명의 직원이 있는 곳은 아직 분류도 되지 않은 물건인 듯 싶다. 가보고서야 왜 그리 전화가 안 되는지 이해가 간다. 금요일 저녁인데도 당장이라도 물건을 보내달라고 떼를 쓰는 듯한 사람의 전화에 직원의 얼굴이 굳어져 힘들어 하는 것을 보며 저런 전화들이 하루에 얼마나 쏟아질까 하는 생각이 든다

별의별 물건들이 다있다. 옷들은 부지기수고 밥솥 같은 것이며 부피도 상당한 저정도의 물건을 어떻게 잊어버릴 수 있을까 하기도 했지만 남말해서 무엇하랴.


3.

어쩌면 우리들도 우리 삶에 잃어버리고 잊어버린 많은 것들이 있지 않을까?

별로 쓸모없는 것이라면 갖고 있거나 잃어버려도 이미 쓰레기에 지나지 않을 것이고 대체물이 있거나 여유분이 있는 물건이라면 씁쓸하긴 하지만 그리 찾으려는 열심을 내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삶에는 잊어서는 안 되고 잃어서는 안 되는 것들이 있다. 삶에 있어서나 신앙에 있어서나 말이다.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것을 잃어버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잊어 버린 모습들이 지금 우리 사회이고 교회와 신앙인들의 모습이지 않을까? 최근에 잇달아 드러나는 부모의 자녀에 대한 과도한 폭행과 살인은 부모의 마음을 잃어버린 이들의 모습이다. 정치가 엉망이 되어버린 속에서 우리는 정치의 도를 잃어버리고 양심을 팔은 정치가들을 본다. 목회의 기본을 잃은 목회자의 갖가지 사고침 속에서 영혼에 대한 사랑이 실린 심장의 분실을 보고 교회의 갈등 속에서 지체에 대한 함께 했던 추억을 상실한 기억의 앨범을 본다.

성령의 이끄심이 끊어짐을 망각한 성도의 기억상실도 본다.

물건을 잊으면 나같이 운좋게 하나님의 은혜로 되찾을 수 있겠지만 우리 삶의 이러한 상실은 무엇으로 되찾아야 할까?

누군가의 유실물이 쌓여져 있는 이런 센터처럼 번거롭지만 다시 찾아가 번호만 부르면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또 무엇을 잊은 지도 모르는 나의 무딤으로 인해 오늘 이 아침 내가 무엇을 잊었는지부터 다시 곰곰이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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