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칼럼

  • 문양호평신도 때부터 제자훈련과 평신도 신학, 기독교 세계관에 관심이 많아 관련 자료와 책이라면 모든지 모으는 편이었고 독서 취향도 잡식성이라 기독교 서적만이 아니라 소설, 사회, 정치, 미술, 영화, 대중문화(이전에 SBS드라마 [모래시계] 감상문으로 대상을 받기도 했죠) 만화까지 책이라면 읽는 편이다.
    지금도 어떤 부분에 관심이 생기면 그에 관련된 책을 여러 권씩 읽는 중독성을 가진 총신대학원을 졸업한 목사.

열린 문 or 닫힌 문

문양호 | 2016.05.04 15:41


 

얼마 전 주일,

예배를 드리고 있는데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한 청년이 들어온다.

망설이는 듯 싶어 설교중이긴 했지만 앉으셔도 된다고만 이야기했는데 잠시 망설이더니 다시 나간다.

그리고 몇 분 지났을까 다시 들어오더니 멈칫거리며 의자에 앉아 설교를 듣기 시작한다.

예배 후에 청년과 짧게나마 40~50분 대화를 나누었다.

청년은 내가 있는 5층에 사무실을 둔 아는 선배랑 약속이 있어서 왔다가 찾지 못했고-주일엔 예배드리는 우리 교회 외에는 열린 곳이 없다.- 유일하게 열린 문이 있어서 들어왔었다고 했다.

처음엔 찾는 곳이 아니라 다시 나갔지만 앉으셔도 된다는 이야기가 그의 귀를 맴돌며 붙잡아 다시 들어오게 되었다고 한다.

 

처음 만나는 사이이고 당연히 서로 아는 것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었지만 한시간도 않되는 시간 꽤나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처음엔 간단히 그가 들어오게 된 것과 처음 보는 사이라 부담갖지 않도록 소개정도만 그치려했는데 오히려 그 청년이 더 이야기가 나누고 싶어하는 듯 싶어 편하게 이야기를 주고 받을 수 있었다.

그에겐 그가 찾고자 하는 문이 닫혀 있어 유일하게 열린 문으로 들어온 우연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 청년에겐 하나님이 다른 문을 닫으시고 그에게 열어놓으셨던 문으로 들어오게 되었던 것 같다. 그는 그저 한 선배를 만나 무슨 이야기인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그의 고민이나 문제를 한 자락 나누려고 왔겠지만 그날 그는 좀더 근원적인 문제를 나누고 끄덕이며 또 고민하며 돌아갔다.

 

종종 그럴 때가 있다

우리가 원하던 문이 열리기를 바라고 나아가지만 그 문만이 아니라 주변의 길과 문마저 모조리 닫혀 있을 때가 있음을 본다, 그러다 한 켠에 예상치도 않은 문이 열림을 보고 우리는 한 걸음 그문에 발을 디딘다. 그속에서 자신이 풀려하는 문제보다 더 본질적인 문제를 보고 그 길도 본다. 그것은 내 의지나 생각을 넘어서는 하나님의 인도라 말할수 있다. 그속에서 자신의 나침반과 네비게이션의 문제를 발견하기도 하고 자신의 얼굴에 묻은 얼룩과 자신의 건강을 돌아보게 되기도 한다. 우리의 무딤을 깨우치시는 하나님의 은혜라 할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이다. 우리는 그 열린 문에 한 걸음 발을 디뎠지만 우리가 원하던 문과 길은 아니었기에 우리는 주저하고 거북해할 수 있다. 그러다보면 이미 발을 디뎠던 한 발마저 다시 빼내 열린 문을 닫는 이도 있고 심지어 이미 들어와 한참을 머물다가도 다시 자기의 길을 찾는 선택을 하는 이들도 있다.

 

청년은 이야기를 마치고 나가면서 다시 만나고 싶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야기를 나누었던 문제를 놓고 좀더 깊게 상담을 원하는 듯 했다. 그는 다시 만날 것을 비치며 떠나갔다.

그를 다시 만나게 될지, 아니면 또다른 열린 문으로 하나님이 인도하실지는 나는 알지 못한다.

 

주변에 이 청년보다 좀더 긴 시간을 상담하고 조언했던 이들이 여럿 있다. 하지만 그들이 항상 열린 문으로 들어온 것은 아니다. 종종 한참을 상담하고 그 결론이 옳다는 것을 알고 떠나가지만 정작 선택은 엉뚱한 것을 하는 이들을 숱하게 보곤 한다. 그들은 다시 닫힌 문으로 돌아가고, 그중 어떤 이들은 열린 문에 들어놓은 한 발을 뺄까 말까 고민하는데 오랜 망설임을 갖는 이들도 있다. -그러기를 몇 년 째- 결국 그것도 그들의 선택인 걸 어이하리. 단지 도움이 필요할 때 도와줄뿐. 어떤 땐 그런 만남후 몇 년만에야 연락해서 기껏 그저 뺐던 발한쪽을 다시 넣는 정도로 그치는 이들도 있다

 

그를 보낸 후 청년을 위해 기도 한다. 옳은 결정을 내리기를...

그건 내게 꼭 찾아오는 것이 정답이라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그를 선한 길로 인도하시기를, 그를 위해 나를 통한 문이 아니더라도 하나님이 그를 위해 마련해놓은 열린문으로 나아가기를 바랄뿐이다. 단지 그가 열리지 않는 문에서 마냥 기다리거나 하나님이 만들어놓으신 길을 외면하지 않기 말기를 기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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