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칼럼

  • 서중한총신대 신학과
    총신대학원(M.Div.)
    연세대연합신학대학원(Th.M.)
    총신대학원 박사 과정 마침(Ph.D.Cand.)
    다빈교회 담임목사

주님이 머무실 영혼의 들녘을 만들라

서중한 | 2019.01.21 14:49

하인리히 아놀드는 공동체의 제자도에서 제자 됨이란 우리가 무엇을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우리 안에 살아 역사하시도록 자리를 마련하는 문제라고 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이 이루어야할 성장과 성숙의 의미를 잘 표현한 말입니다. 제자의 삶은 더 높이, 더 많이 쌓으려는 몸부림이 아니라 우리의 몸과 마음을 하나님께서 역사하기에 적합하도록 내어 드리는 일입니다. 작년보다 올해, 어제보다 오늘, 내 영혼의 더 넓은 공간을 내어드려 언제 어느 때나 그 분께서 일하실 수 있도록 말입니다.

 

새벽안개가 들녘만큼 내려앉듯이 오래전 교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야베스의 기도에서 지경을 넓혀 달라’(대하4:10)는 말의 의미가 그런 것이 아닐까요. 야베스는 스스로 다스릴 수 있는 자신의 영토를 넓혀 달라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다스리시고 역사하시는 범위를 확대해 달라고 기도합니다. “야베스가 이스라엘 하나님께 아뢰어 이르되 주께서 내게 복을 주시려거든 나의 지역을 넓히시고 주의 손으로 나를 도우사 나로 환난을 벗어나 내게 근심이 없게 하옵소서 하였더니 하나님이 그가 구하는 것을 허락하셨더라내가 넓혀달라는 지경은 하나님의 손이 임하여 나를 도우시고 나를 환란으로부터 건져내시는 하나님이 일하시는 공간입니다. 내 삶의 모든 것이 찢겨지고, 무너져 더 넒은 영혼의 들녘을 만들 때 그 안에서 새벽안개처럼 우리를 감싸 쥐시고 일하시는 하나님의 역사를 보게 됩니다.

 

얼마 전,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유진 피터슨은 기도를 헬라어 문법의 중간태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중간태는 능동이나 수동의 의미를 넘어서 어떤 일이나 결과에 참여하지만 내가 주도하지 않는 상태를 말합니다. 그는 우리는 자신의 운명을 주도하거나(능동) 엄청나게 큰 힘 앞에 서있는 동물처럼 수동성에 빠져버린다(수동). 하지만 복음은 중간태를 회복시킨다. 우리는 자신에게서 시작되지 않은 행위에 기도와 의지로 참여하는 법을 배운다.”고 했습니다. 기도뿐 아니라 신앙 전반이 우리 자신을 합당하게 하나님께 드리는 일이고, 그 안에서 이루실 하나님의 일을 바라보며, 그 일에 동참하는 것입니다.

 

어린왕자를 쓴 앙투안 드 생떽쥐페리는 모든 것이 더 이상 덧붙일 것이 없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을 때 마침내 완성된다고 했습니다. 우리의 행위와 열심으로 덧칠하고, 덧댄 신앙이 아니라 지울 만큼 지우고, 버릴 만큼 버려서 주님이 머무실 내 영혼의 빈 공간을 마련하는 삶이야말로 우리가 걸어야할 제자의 길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불확실과 불안을 견딜 수 있는 신앙의 역량입니다. 오늘도 나는 영혼의 덤불을 헤치고 주께서 내 삶을 통해 일하시도록 내 자신을 한 발자국 더 내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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