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칼럼

  • 안영혁서울대 철학과와 총신대학교(M.Div., Th.M., Ph.D.)에서 공부했다.
    현재 신림동의 작은교회, 예본교회를 목회하면서, 총신대학원 교수, 지역학교운영협의회 공동대표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저서로는 「작은교회가 더 교회답다」가 있으며, 「청년 라이놀드 니이버」 등을 번역하였다.

[하나님을 사랑한 성자들의 118가지 이야기] - 영적인 예화집

안영혁 | 2003.06.29 01:16
이 책은 기독문서선교원이 편집하고 영성출판사에서 출판한 영성가들의 이야기들이다. 모든 예화집이 그렇듯이 어떤 예화는 우리의 코끝을 찡하게 하는가 하면, 어떤 예화는 깊은 의미가 무엇인지 알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편집을 하면서 나름대로 분류를 하였으나 분류의 제목마다에 알맞은 만큼의 분량이 다 있는 것도 아닌 것 같다. 그리고 예화가 몇 몇 사람의 이야기에 치중하는 편이어서 시대적으로 골고루 나열되어 있지도 않다. 책을 출판할 때의 알맞은 조합이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짐작할 만하다.

그러나 이런 몇 가지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의미있는 접근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선 아주 깊은 신학 서적은 아니어도 나름대로 예화가 영성이라는 한 분야를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전문적 예화집이라는 것이다. 만약 필요하다면 오늘날 기업가의 예화집을 낸다는지, 아니면 샐러리맨들의 예화집을 낸다든지 하는 시도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기독교 2천년의 역사 가운데 쌓여온 영성가들의 이야기인지라 전기를 살피면서 에화를 찾아내기로 했으면 비교적 쉽게 책 한 권을 메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할지라도 전문적 예화집으로 의미가 있다. 편집진과 출판사에 바라는 것은 이 예화가 이렇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시리즈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요컨대 하나의 예화집으로 전문성의 단초를 보인 것이고, 더 바라는 것은 그것이 영역을 넓혔으면 하는 것이다.

또 한가지는 이런 예화들을 아우르는 신학적 논문 하나 정도가 곁들여졌으면 하는 것이다. 이것 저것 잡탕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앗시시의 프란시스가 여러 편의 예화에 나오는데 너무 신비경험에 치중한 듯하고 그것은 개신교 신학과 견주어 볼 때 문제삼아야 할 요소들이 있다. 루터와 칼빈은 수도원 영성에 대하여 분명히 반대하였던 바, 그런 것이 고려가 되었으면 했다. 싣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예화도 관점이 있어야 한다. 신학교에서는 신학 논쟁이 많고, 그래서 신학을 세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데, 이런 예화집에서는 그런 고려가 전혀 없이 그저 이야기를 모아 놓는 식이면 기독교 문화를 쌓아가는 하나의 벽돌이 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이 예화집은 의미가 있다. 적어도 필자에게 이런 문제의식을 주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예화집도 신학이 있어야 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말 신학을 다소 벗어나는 것이 있다면 양해를 구하든지 다른 분류를 취하든지 해서 예화를 읽는 사람들이 그 의미를 나름대로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해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카톨릭 서적들을 보면 그들이 하나의 벽돌을 놓기 위해서 노력한 흔적들을 보여주곤 한다. 개신교 출판도 그런 노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많지 않아도 필요한 것은 반드시 찾아낼 수 있고, 그것이 기독교 출판계 안에서 희미하나마 코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이야기책은 우리에게 하나의 신학적 과제 그리고 기독교 출판의 과제를 던져준다. 바로 예화의 신학이다. 많은 이야기를 모아준 것에 대해서는 깊이 감사한다. 많은 감동을 받았다. 손양원 목사님의 9가지 감사 같은 이야기는 이미도 들어보았지만, 이렇게 분류되어 기록되어 있으니 언제라도 내가 필요할 때 성도들을 감동하게 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현대의 극단적인 예화들보다 신앙 위인들의 예화인지라 믿음도 많이 간다. 하여간 예화집이 나올 때마다 예화의 신학이 하나씩 벽돌을 쌓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도 어떤 시각을 가지고 예화집 하나 정도 써볼 수 있었으면 하는 소망을 갖게 하는 문제의 예화집이다.

이야기는 쉽고 재미있고 감동적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그리고 쇼킹한 예화만 찾는 사람들에게 잔잔한 예화로 적극 추천하고 싶다. 예화의 신학이란 화두를 남기며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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