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칼럼

  • 송광택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 대표
    바울의 교회 글향기도서관 담당 목사
    한국기독교작가협회 고문대표 저서: 목회자 독서법(한언)
    E-mail songrex@hanmail.net

테마독서(아날로그) 아날로그로 살아보기, 느리게가기

송광택 | 2013.02.21 23:18
 

[테마독서/ 아날로그]

 

아날로그로 살아보기, 크리스토프 코흐 지음, 율리시즈, 2012.

느리게가기, 미리암 메켈 지음, 로그인, 2009

 


달콤한 로그인, 행복한 로그아웃

 


“폰 좀 그만 만지고 살아!” 아내가 딸에게 한마디 한다. 그리고 나를 바라본다. “당신도!” 나는 몰래 만화를 보다가 들킨 학생처럼 움찔한다. 전에는 아침에 노트북을 켰는데 이제는 스마트폰부터 살핀다. 카톡에 아는 친구 이름이 뜬다. 이제야 스마트 폰으로 바꾸다니. “스마트한 세계로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문자를 보낸다. 무료로 제공되는 이모티콘도 보내고, ‘절친’이라면 저장해둔 예쁜 꽃이나 멋진 풍광 사진을 보내기도 한다.

바야흐로 스마트폰 세상이다. 이미 1년 전에(2011년 10월 28일) 스마트폰 가입자 수가 2천 만을 넘어섰다. 2009년 스마트폰이 보급됐을 때 가입자 수는 47만 명. 엄청난 속도로 세상은 바뀌고 있다. 그러나 그 속도만큼 세상은 스마트해졌나?

스마트폰 사용자라면 출근길에 스마트폰을 집에 두고 나왔을 때의 기분을 이해하리라. 거의 패닉 상태에 빠진다. 물론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왜냐하면 친구 중에 ‘친구’를 두고 왔기 때문에. 하루에 스마트폰 배터리를 여섯 번 교체하는 사용자가 있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소통 자체가 불가능한 사람들도 늘고 있다. 물론 스마트폰에 죄를 물을 수는 없다.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주인 마음에 달렸으니.

한 신인 연기자는 “스마트폰은 제 여자 친구이자, 엄마이자, 제 보물이죠.”라고 말한다. 그는 연기 연습을 할 때 스마트폰이 없으면 안 된다. 대본도, 영상도 모두 스마트폰 안에 들어있기 때문이다. 연습하다 메시지나 알림이 오면 답장, 내친김에 인터넷 검색하기를 여러 번, 그는 문득 어느 하나에도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스마트폰 중독인가?”

교회 안 풍경도 만만치 않다. 중고등부 학생들은 예배 중에도 문자를 받고 보낸다. 카톡으로 실시간 공유한다! 통제불능의 상황처럼 보이기도 한다. 초등학생들은 새로운 게임을 하는 친구를 둘러싸고 있다. 진정한 몰입이다.


독일의 인기 프리랜서 기자 크리스토프 코흐가 일을 저질렀다. 그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없이 오프라인으로 지낸 40일의 기록을 책으로 고백했다. <아날로그로 살아보기>가 바로 그 책이다. 뒷표지를 보니 “인류의 새로운 중독, 인터넷에서 벗어나기 위한 고통스럽지만 흥미진진한 시도”라는 카피가 눈에 들어온다.

저자는 디지털과 인터넷, 소셜 웹이 현대인의 삶을 크게 바꾸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 자신이 파워 블로거이자 파워 트위터러이다. 독일의 경우 14세에서 29세의 ‘디지털 네이티브’(인터넷과 휴대전화와 함께 자란 디지털 원주민)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이들 중 97퍼센트가 휴대전화가 없는 일상은 상상도 할 수 없다고 답했고, 84퍼센트가 인터넷 없이는 절대로 못산다고 답했다.

이 책을 쓰기 위해 그는 페이스북 창시자 마크 주커버그,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의 저자 클레이 셔키, <디지털 보헤미안>의 저자 사샤 로보 등 이 시대 최고의 지성을 직접 인터뷰했다. 그는 40일간의 체험을 통해 아날로그적 삶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우리 모두를 위해 현명한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먼저 인터넷 금단 기간을 위한 십계명을 정해 나갔다(21쪽). “인터넷 카페와 그 밖의 다른 공공시설의 인터넷 접속을 삼갈 것”, “지뢰 찾기 게임을 하지 않을 것”, “궁금하다면 신문을 읽거나 TV 또는 라디오를 이용할 것”, “내 이웃이 인터넷에서 출력한 내용을 읽지 말 것” 등이다.

연구조사에 의하면 성인 8명 중 1명이 인터넷 의존 증상을 보인다고 한다. ‘인터넷 중독’이라는 개념은 뉴욕의 정신과 의사 이반 골드버그 Ivan Goldberg가 1955년 처음으로 진단명으로 사용했다. 물론 당시에는 풍자적 의미에서였다. 하지만 이제는 사람들이 겪는 장애의 스펙트럼이 크게 넓어진 것이 사실이다. 병원의 고정고객은 주로 과도한 컴퓨터게임 때문에 찾아온 사람들로, 80퍼센트 이상이 젊은 남자들이다. 최근에는 국내외적으로 인터넷 도박게임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베팅 액수가 너무 높은 것이 상황의 심각성을 말해준다.

저자는 자신이 ‘인터넷 중독’이라고 판단하고 이 무모한 도전을 수행했으며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는 독자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시도해 보라고 권한다. 몇 가지 작은 부분에 변화를 시도하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자신을 위한 온라인 시간대를 정하고,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휴대전화를 아예 사용하지 않는 날로 정하는 것이다! (이것이 작은 변화라고!) 물론 즉시 실천 가능한 제안도 있다. 컴퓨터를 사용하는 도중에 누군가 말을 걸어오면, 마우스나 자판에서 손을 떼고 컴퓨터의 화면에서 시선을 돌린 다음 대답하는 작은 행동들이다. 이것은 인간관계에서 한 아름의 꽃다발처럼 의미있는 것이다. 저자는 인터넷과 차단된 상태에서 일상생활을 영위하면서 아날로그 시절의 멋진 경험을 재발견하는 과정을 하루하루의 에피소드를 통해 실감나게 기술한다.

<느리게가기>는 스위스의 미리암 메켈 교수가 쓴 책이다. 독일의 대표적 여성 지성인 그는 디지털 세상에서 다시 소통을 시도하라고 충고한다. 현대의 디지털 보헤미안들에게 전하는 따뜻한 치유의 메시지라고나 할까.

사람들은 휴대폰에 열중할 때 그들은 마치 최면 상태에 있는 것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정보의 홍수와 인간의 과도한 부담을 전문적으로 연구한 미국의 심리학자 에드워드 핼로웰은 전자게임을 예로 들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당신의 뇌를 망치는 것은 비디오게임이 아닙니다. 당신이 게임 때문에 못 한 많은 가치 있는 일, 그 상황이 당신의 삶을 망치고 있습니다”(51쪽).

스위스 철도의 기차에는 얼마 전부터 정말로 정숙 칸이 생겼다. 창과 통행 문에는 작은 스티커로 정숙 칸임을 표시하고 있다. 스티커에는 가상의 인물이 입술에 한 손가락을 얹고 “조용히 해주세요!”라고 말하고 있다. 오늘날엔 시끄럽게 말하지 말라는 표시만으로는 더 이상 충분치 않기 때문에 그 옆에 스티커 두 개가 더 붙는다. 하나는 휴대폰 사용금지 표시이고 또 하나는 음악을 시끄럽게 듣지 말라는 MP3 플레이어 표시이다. 스위스 열차를 타는 사람은 도가 지나친 배경소음의 방해를 받지 않고, 책을 읽거나 일을 하거나 그냥 생각에 잠길 수 있기 위해 얼마나 많은 승객들이 이 정숙 칸을 선택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과도한 디지털 문명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위한 결정을 내릴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통신의 진정한 의미와 목적은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자신의 행복을 이루는데 있으며 이것을 위해서는 반드시 자율적인 의지로 통신을 사용할 것을 권한다.

3년 반 동안, 온라인 안식일을 매주 지켜온 미국의 유명한 저널리스트 윌리엄 파워스씨는 일주일의 하루는 집 안의 인터넷 선을 뽑는다. 컴퓨터와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지 않고 가족들과의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다. 이 날은 가족의 온라인 피로를 풀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덕분에 가족 간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가끔은 디지털 기기를 끄고 가족들과 저녁식사도 하고, 아내에게 키스도 해주고. 그래서 인간과 컴퓨터는 다르다는 걸 우리가 한 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컴퓨터가 존재하는 이유는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파워풀하게 해주는 겁니다.” 구글 회장 에릭 슈미트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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