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칼럼

  • 송광택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 대표
    바울의 교회 글향기도서관 담당 목사
    한국기독교작가협회 고문대표 저서: 목회자 독서법(한언)
    E-mail songrex@hanmail.net

‘입장 바꿔서 생각해보기’ 훈련

신성욱 | 2022.07.30 11:41

얼마 전 페북에서 남편의 목회 스타일을 맘에 들지 않아 하는 한 사모님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이 사모님은 자신을 예스 노가 분명하고 옳은 것은 옳다 하고 아닌 것은 아니라 할 수 있는 똑 부러지는 스타일로 평가했다. 그리고 부드러울 땐 부드럽지만 강할 땐 강한 그런 목회 스타일을 원하는데, 남편은 한없이 부드럽기만 하고 너무 배려만 하고, 모진 수모와 멸시에도 바보스럽다 싶을 정도로 침묵하는 스타일이라 맘에 안 든다고 했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노라면 속이 다 터질 것만 같다고 한다. 그래도 결혼한 부부니까 정말 못마땅하긴 해도 남편의 그런 스타일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 보니 그렇게 답답해 보이는 남편의 성향과 기질대로 하나님이 사용하신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사모님의 영적 공급원은 남편의 입술로 선포되는 하나님의 말씀이 전부라고 고백한다.

 

그녀에게는 생명의 삶이나 매일 성경과 같은 묵상집이 필요치 않았다. 새벽마다 전하는 남편의 말씀이 그분에겐 최고의 묵상 자료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남편은 매일 같이 하루의 반나절은 말씀을 묵상하는데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그 입술로 선포되는 하나님의 말씀은 늘 새롭게 들려온단다. 이렇게 자랑스러운 영적 사람인데, 교회와 남편 목사님에 대해 늘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분들이 교회 안에 있었다고 한다.

 

교회에서 무슨 행사를 하거나 외부 강사를 모셔서 집회를 하고 나면, 꼭 이런 저런 트집을 잡아서 지적하고 원망과 불평을 늘어놓는 이들이었다. 그 때문에 남편의 사역에 늘 걸림이 되고 방해가 되었다.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3년 전 어느 주일, 그들은 결국 10여명 정도 그룹을 만들어서 교회를 떠나 따로 개척을 했다고 한다.

 

그 때 사모님이 받은 배신감과 상처와 충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 당시 더 기가 막혔던 것은 남편 목사님의 태도였다. 남편은 따로 나가서 개척하는 그곳에 가서 축복기도를 해주고 왔다고 한다.

교회가 싫고 담임 목사가 싫어서 그렇게 원망하고 불평하다가 결국 교회를 떠나 차갑게 등을 돌린 사람들인데, 아무리 그래도 목사가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그런 생각에 불만이 폭발하기 직전까지 왔다고 한다. 사모님은 남편 목사님의 그런 모습이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니 솔직히 화가 났다고 했다.

그런데 그 이후로도 그 사람들의 애경사에 일일이 찾아가서 축복하고 위로하고 했다고 한다. 사모 몰래 말이다.

나중에 그 사실을 알았을 때 사모님은 남편에게 이런 말을 쏟아놓았다고 한다.

 

그들이 아무리 힘들게 하고 했어도 미워해선 안 된다는 것에 대해서는 나도 이해할 수 있어요. 그러나 이렇게까지 하는 건 너무 심한 거 아닌가요? 당신이 싫어서 떠난 사람들인데, 그냥 관심을 끊으면 안 되겠는지요? 당신이 그런다고 그 사람들이 돌아오는 것도 아닐 텐데 너무 오바하는 거 아닌가요?”

그 때 얄밉게도 남편은 이런 말을 아내에게 해주었단다.

 

그래도 그 사람들이 교회가 세워지고 3년이 지나는 동안, 에어컨을 설치하고, 중식을 할 때 쌀을 제공하고, 화장실에 싱크대도 설치하고, 난로도 사놓고 그렇게 한 사람들이야. 그래도 그 때까지 하나님이 이런 모양 저런 모양으로 사용하신 거잖아. 생각해보면 고마운 것도 많아. 그리고 더 중요한 건 내가 이렇게 하지 않으면 나도 저들을 미워할 것 같아서 사실은 나를 지키기 위해서 일부러 더 그렇게 하는 거야!”

 

이후의 내용은 그녀의 말 그대로 여기 옮겨본다.

그런데 그 이후 몇 년이 더 흘렀는데 예상치 못한 일들이 눈앞에 펼쳐지더군요. 그 때 떠났던 사람들 중에 한 사람 두 사람씩 찾아와서는, ‘내가 잘못했어요. 사람들은 누구나 다 부족하고 연약한데, 그 땐 그걸 모르고 칼자루를 쥐고 흔들었어요. 교만했던 내 잘못이에요. 용서해 주세요.” 이런 고백들을 하며 다시 교회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다시 교회로 돌아오지는 않았지만, ‘누리는 교회’(사모님의 교회)가 이전을 할 즈음에 찾아와서는 지난날의 죄스러운 마음을 회개한다며 이전하는데 사용하라고 큰 금액을 헌금하기도 하였답니다.

가만히 보니 모든 상황들을 역전시켜 주시는 하나님의 역사들이었어요.

교회를 세워 가시는 분은 결국 하나님이시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네요.”

 

, 너무도 감동적인 간증이다. 한결같은 목사님의 사랑이 배신한 성도들의 마음을 돌려놓은 것이다. 이게 바로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세상을 이기는 힘이다.

이 글을 읽은 후 사모님은 물론, 넓은 마음의 소유자인 남편 목사님을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만나서 식사대접을 하면서 못다 한 얘기들을 더 들어보고 싶다.

목회학 석사 과정에서 내 수업을 듣고 있는 사모 한 명이 있다.

 

설교학 수업에서 베스트 설교문 작성으로 최고점수를 받은 인재다. 지금 외대 통역대학원에서 박사 논문을 마치려 하는 똑똑하고 강의도 잘하고 대단한 재능을 가진 실력파다.

작년에 남편 목사님과 함께 식사하며 교제를 나눈 적이 있다. 남편은 깐깐한 사모와는 달리 유난히 너그럽고 성격 좋은 덕스런 목회자였다.

위의 얘기가 그 부부의 얘기와 흡사해서 제자 사모에게 문자로 내용을 보냈다.

 

다음날 답장이 왔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교수님, 어쩜 이리도 저와 제 남편 목사님과 쏙 빼닮은 부부의 얘기를 제게 보내주셨는지요? 너무 놀랐어요. 이 글을 읽고 많이 울고 많이 회개했어요. 이제부턴 착한 남편을 더욱 존경하며 목회에 큰 보탬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정말 소중한 글을 보내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해요 교수님!”

 

가슴 뿌듯한 반응이었다. 부부간에 서로 생각이 다르고 성격이 다르기에 부딪치는 일들이 적지 않다. 그러다 보면 갈등이 생기고, 갈등이 깊어지면 심각한 문제로까지 번지게 된다.

서로 자기 입장이 아닌 남의 입장에 서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집집마다 “‘내 생각과 내 방식이 옳다가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에서 보면 어떨까?’”라는 입장 바꿔서 생각해보기를 오늘부터 실천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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