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칼럼

  • 송광택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 대표
    바울의 교회 글향기도서관 담당 목사
    한국기독교작가협회 고문대표 저서: 목회자 독서법(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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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강도헌 | 2022.01.21 10:17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근대 후기 계몽주의 사상 발흥의 초석을 놓은 이들 가운데 손꼽히는 영국의 사상가 토마스 홉스는 그의 저서리바이던에서 인간에 대한 본성을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으로 정의를 내렸다. 사회적 통제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인간 개개인은 생존을 위해 지극히 이기적으로 행동하게 되고, 결국 정글 생태계와 같이 먹고 먹히는 무한 생존경쟁의 덫에서 빠져 나올 수 없는 존재로 보았던 것이다.


그래서 홉스는 국가로 대표되는 사회 계약이 등장했다고 보았다. 서로를 끝없이 파괴하기만 하는 소모적 경쟁을 멈추고 인간이 소유하고 있는 지적, 도덕적 가능성을 보다 온전하게 현실화 하기 위해 특정한 사회 계약이 필요하다고 보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사회 계약을 통한 학습으로 협력적 상호작용 경험이 누적되고 전수되면서 사회 질서를 구축하고 보존하는 지혜를 낳게 된다고 보았던 것이다.


이스라엘 정치학자 아자 가트는 그의 저서문명과 전쟁에서 지난 1970년대 이래 민주주의, 자유주의 사회가 서로 전쟁을 치르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면서, 이는 평화를 유지하며 상호작용하는 것이 전쟁을 일으키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커다란 이익을 보장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하였다. 이러한 이익은 단순히 경제적인 차원을 넘어 인간 삶의 질과 문화적, 기술적 역량 증진에까지 이른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과연 민주주의, 자유주의가 평화로운가? 현재의 다양한 사회적 계약들이 인간의 이기심을 통제할 만큼 효과적일까? 역설적이게도 평화의 상태를 강조하면서 강자들이 약자들의 저항을 억누르는 폭력이 자행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자본, 정보, 재능을 갖지 못한 소시민들의 경제적 실패는 강자들만의 평화에 눌린 매일 매일의 폭력에 노출되어 살아가고 있다. 우리 사회의 교육과 경제 시스템은 결코 약자를 배려하고 있지 않다. 기울어진 운동장의 각도는 점점 더 커져가고 있다. 그럼에도 평화의 명분으로 교묘하게 당하고 있는 약자들의 피폭력에 대한 저항을 오히려 평화를 깨뜨리는 저항으로 뒤집어 씌워지고 있다.


1, 2차 세계 대전을 거치면서 하이데거나 사르트르 같은 실존 철학자들이 확인한 사실은 인간은 타인에 대한 무지(무관심), 죄성, 그리고 죽음 앞에 한없이 나약해지는 유한성을 끌어 안고 살아갈 수 밖에 없는 부족하고 허망한 존재라는 사실이다.


2천년 전에 오신 메시아는 로마와 유대교의 압제에 고통당고 있는 주님의 자녀들(모든 민족)과 백성들을 대표하여 유대교와 로마에의해 유지되고 있는 거짓 평화에 대해 십자가를 통해 비폭력적 저항을 하셨다.


조선말 유학자들 중 다수가 천주교를 받아 들였다. 그 이유는 성경을 읽고 하나님 앞에서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사실에 공감을 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같은 이유로 인해 신분제와 집단적 위계적 질서를 강조하는 조선의 왕조와 사대부들에 의해 성경은 금서(禁書)가 되고, 허위 소문들을 조장하여 박해를 가하였던 것이다.


아직도 우리는 진정한 평화가운데 있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평화를 향해 가는 여정 가운데 있다. 약자들의 저항은 집단 이기주의를 정당화 하지 않는다. 진정으로 정의롭고 공의로운 세상(하나님의 나라)을 향해 나아가야 함을 말하는 것이다. 이것을 위해 교회가 십자가를 져야 한다. 개인이나 자기가 속한 집단의 이익을 위해 만인을 위한 만인의 투쟁이 아니라 진정한 사회 계약(공의와 정의)을 위해 교회는 멈추지 않고 십자가(비폭력적 만인을 위한 만인의 투쟁)를 지고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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