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칼럼

  • 송광택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 대표
    바울의 교회 글향기도서관 담당 목사
    한국기독교작가협회 고문대표 저서: 목회자 독서법(한언)
    E-mail songrex@hanmail.net

열린 자세로 성경 속 보물 상자를 오픈하라!

신성욱 | 2022.01.17 08:42

책에서 읽은 유머 한 토막을 소개해보자. 한 사내가 오토바이를 타고 국경을 넘으려 했다. 오토바이 뒷자리에는 자루 두 개가 실려 있었다. 국경 경비원이 그를 세우고는 물었다.

자루 안에 뭐가 들어 있죠?”

사내는 대답했다.

돌멩이입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는 사내가 뭔가 의심스럽다는 제보를 받은 경비원이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자루를 풀어 뒤집어보았다. 그런 다음 내용물을 이리저리 들춰가며 살펴보았다. 정말 그 안엔 돌멩이만 들어 있었다.

허탈했지만 경비원은 사내를 통과시킬 수밖에 없었다. 그 후 사내는 수시로 국경을 통과했고, 그럴 때마다 경비원들은 자루 안에 돌멩이만 들어 있는 걸 확인하고 그를 보내주었다.

 

분명 오토바이 타고 지나가는 사내를 조심하라는 제보가 계속 들어왔기에 늘 자루 속을 샅샅이 뒤져보지만 다른 이상한 물건은 발견되지 않았다. 심증은 가는데 물증이 없었다. 어느 날 궁금증을 견디지 못한 한 경비원이 사내를 불러 은밀하게 제의를 했다.

당신이 밀수꾼이란 사실을 입수했소. 그런데 자루를 검사할 때마다 돌멩이 밖에 나오지 않으니 대체 어떻게 된 거요? 솔직히 말하면 눈감아주겠소. 내 약속하리다!”

 

이에 사내는 겸연쩍은 듯 무거운 입을 열었다. “실은 장물 오토바이를 밀수하는 겁니다.” 허를 찔렸다는 표현은 이 때 나오는 거다.

유머에 등장하는 경비원이 어째서 제보를 받고도 그의 혐의를 눈치 채지 못한 것일까? 그것은 바로 경험적 편견때문이다. ‘경험적 편견이란 오랜 세월 살아온 경험으로 인해 생긴 선입견을 말한다. 이것이 어디서 비롯되는가 하면 타성에서 온다.

 

누구든 오토바이에 자루를 싣고 지나가는 사람을 검문한다면 오토바이 자체보다 자루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타성에 젖은 고정관념이 새로운 사고를 하지 못하게 닫아버리는 것이다. 이처럼 긴 세월 살아오면서 축적된 지식이 쌓여 고지식함과 고정관념과 편견으로 굳어버린 것이다. 이 때문에 창의적인 발상과 새로운 상상력이 발동되기 힘이 드는 것이다.

우리가 성경을 해석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17:11-19절에 열 명의 한센씨 병 환자들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들이 예수님을 만나 긍휼히 여겨달라고 간청한 끝에 제사장에게 가서 몸을 보이라는 예수님의 말씀에 순종한다. 나 같으면 그 자리에서 고쳐 달라 간청했을 텐데 한 명도 나처럼 떼를 쓰지 않고 제사장에게로 간다. 예수님을 신뢰하지 않고선 불가능한 행동이다. 물론 그렇다고 이들의 믿음을 구원받는 믿음’(Saving faith)로 볼 수는 없다.

 

풍문으로 들은 바 예수님을 기적을 베푸시는 분’(Miracle maker)으로 믿은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가는 도중에 서로 몹쓸 병에서 깨끗해진 것을 발견한다. 성경에 기록은 없으나 이때 열 명이 취한 행동이 뭐였을까? 그들의 급선무는 제사장에게 가서 몸을 보이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건강해진 것이 확인되면 규례를 지내고 나서 깨끗해졌다는 증서를 갖게 될 것이다. 그 다음 그들이 취할 최선의 행보는 무엇일까?

 

곧바로 집으로 가서 그리운 가족과 재회하는 일 아니겠나? 아마 발걸음도 가벼웁게 모두가 숨 가쁘게 각자의 집으로 뛰어 달려갔을 것이다. 그때 그 심경은 상상만 해도 가슴이 벅차오를 정도다. 그렇게 해서 아홉 명은 집으로 돌아 가버렸는데, 그중 한 명은 집으로 가질 않고 오던 길을 되돌아서 예수님께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이게 바로 우리가 그려온 본문의 상황이다.

 

하지만 본문을 꼼꼼하게 읽어보면 우리가 생각해온 모습과는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된다. 14b-16절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그들이 가다가 깨끗함을 받은지라 그 중의 한 사람이 자기가 나은 것을 보고 큰 소리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돌아와 예수의 발아래에 엎드리어 감사하니 그는 사마리아 사람이라.” 열 명 중 한 명이 병 고침을 확인한 후 곧바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예수께로 돌아가 감사했다고 되어 있음을 보라.

 

이 사건을 알고 있는 대부분이 그들의 몸이 깨끗해짐을 보고 제사장에게 가서 확인을 받은 후에 두 부류로 갈라졌다고 생각하고 있다. 어째서 본문을 자주 읽으면서도 잘못 알고 있는 것일까? 이유가 뭘까? 평소 잘못 박힌 고정관념에 굳어있고 타성에 젖어있었던 까닭이다. 때문에 자기 편견과 모순을 눈치 채지 못한 채 새로운 사고와 발상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본문에 나오는 한센씨 병 환자 아홉 명과 한 명의 차이가 뭔지 아는가?

 

감사의 차이라고? 천만에다. 병 고침 받은 나머지 아홉 명에게 감사가 없었을 거라 생각하는가? 양심에 화인 맞지 않고선 누구도 그럴 수 없다. 아홉 명이라고 왜 감사의 마음이 생기지 않았을까? 그들도 땅에 있는 날 동안은 자기네의 병을 고쳐주어서 그리던 가족과 재회하게 해주신 예수님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갖고 살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홉 명과 한 명의 뚜렷한 차이는 뭘까?

 

감사를 생각과 마음으로 하고 마는가 아니면 감사를 즉시 행동으로 옮기는가의 차이다. 예수님께 즉각 돌아와 감사를 했느냐 하지 았았느냐의 차이를 말한다. 평생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살았을 아홉 명의 한센씨 병 환자들로 하여금 이방인 환자 한 명처럼 예수님께 즉시 나아가지 못하게 한 이유가 무엇일까? 그건 제사장들에게 자기네의 몸을 보이는 것과 이후에 그리움에 사무쳤을 가족들을 만나는 게 더 급선무였기 때문이다.

 

감사는 그 후에 언제든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게다. 그렇다면 예수께로 돌아와 감사를 드린 한 명에게는 제사장으로부터의 확인이 필요 없었을까? 그에게는 돌아가서 만나야 할 피붙이가 없었을까? 물론 있었다.

그런데 그는 어째서 그 소중한 급선무를 포기한 채 즉시 예수께 달려갈 수 있었을까? 아홉 명의 유대인 환자들과는 근본적으로 차별화 되는 참 믿음이 그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네 감사가 너를 구원하였다고 하지 않고,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느니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그렇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그 열매로 보아 원인을 가늠할 수 있다. 이방인 환자에게 참 믿음이 있었기에 감사란 차별화되는 열매가 나올 수 있었음을 기억하자.

타성에 젖은 딱딱한 사고를 버리고 유연하고 열린 자세로 성경을 대해야 함을 보았다. 그렇게 될 때 새해 성경 속 보물 상자가 우리 앞에 활짝 열려질 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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