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칼럼

  • 송광택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 대표
    바울의 교회 글향기도서관 담당 목사
    한국기독교작가협회 고문대표 저서: 목회자 독서법(한언)
    E-mail songrex@hanmail.net

신창원 신드롬, 그 이후

신성욱 | 2021.07.02 07:48

IMF 시절이던 1997, 한 사람으로 인해 온 나라의 관심이 집중되던 시절이 있었다. 2년 반 동안이나 검거하지 못해 연일 매스컴에서 화제의 뉴스로 떠올랐던 신창원 말이다. ‘신출귀몰’(神出鬼沒)이란 사자성어와 함께 신조어 신출경몰이란 말이 유행어가 될 정도였다. ‘신출경몰이란 신창원이 출현하면 경찰들이 몰락한다란 뜻이다. 신창원으로 인해 수없는 경찰들이 징계를 받거나 경찰복을 벗고 수모를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신창원이 키우던 개가 현상수배되는 일까지 벌어질 정도로 신창원 신드롬은 확산됐다. 신창원이 탈주한 이후 동거하던 몇몇 여인들과의 이야기나 그를 잡으려던 무술 5단 장 경장의 이야기나 훔친 돈으로 불우한 이웃들을 도운 이야기들은 전설처럼 남아 있다. 잘생긴 외모에 탁월한 운동신경과 훈훈한 인간미 등으로 인해 신창원의 팬들까지 생겨날 정도였다. 한 초등학교 담임선생이 학생들에게 신창원이 검거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사람 손들어보라는 질문을 한 적이 있다.

 

50%에 가까운 아이들이 손을 들었다. 이유는 가난한 사람이 아닌 부자들의 돈만 훔치기 때문이고, 또 그 돈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가 잡혔을 때 입었던 티셔츠 쫄티는 동대문 시장에서 대박을 터뜨리게 했다. 신창원의 영적 아버지 김신웅 장로님의 얘기에 의하면, ‘창원아, 그거 얼마주고 샀노?’라는 질문에 이태리제로는 비싼 건데 동대문 시장에서 5천 원 주고 샀어요라 답했다 한다.

 

신창원이 검거된 후 교도소에서 목을 매어 자살을 시도해서 안동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다. 그때 우리나라 모든 매스컴들이 5분 간격으로 신창원의 일거수일투족을 방송할 정도로 그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대단했다.

4년 전, 나는 신창원의 영적 아버지 김신웅 장로님과 광주교도소에서 신창원과의 특별면회를 마치고 택시를 타고 고속버스 터미널로 되돌아가고 있었다.

 

40대의 택시기사에게 신창원을 아느냐고 물었더니 광팬이라고 했다. 그래서 뒤에 탄 분은 신창원을 변화시킨 영적 아버지신데 오늘 1시간 특별면회를 다녀가는 길이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가 광주교도소에 있는 줄은 처음 알았다며 창원에 관한 얘기 좀 들려 달라 해서 터미널에 도착할 때까지 창원에 관한 흥미로운 얘기를 해주었다. 그때 상기된 표정의 택시기사가 집에 가면 친구들을 불러 한 잔 하면서 신창원 얘기해줘야겠다고 신기해했다.

 

김 장로님과 광주교도소에서 처음 만난 신창원에 대한 느낌은 남달랐다. 나보다 5살 어린 나이인데, 운동을 하다가 땀을 닦으며 면회실에 들어섰다. ‘아버지, 오랜만에 뵙습니다!’란 인사말로 두 사람은 허그를 하고 나는 처음으로 악수를 나눴다. 보통면회는 창문으로 얼굴을 쳐다보고 20분간 대화를 나누다가 헤어지는데, 특별면회는 면회실에 들어가 직접 대면해서 1시간 동안 대화를 나눌 수가 있다. 신창원과 악수를 나눌 때의 기분이 아주 묘했다.

 

당시는 유학하느라 미국에 살았던 시기였지만, 매스컴을 통해 거기서도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2년 동안 연일 매스컴에 오르내리던 신출귀몰의 주인공을 면전에서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다니 꿈꾸는 것 같았다. 후배들이 한 살인을 대신 뒤집어 쓴 채 괘씸죄에 걸려 무기징역을 받은 그였다. 억울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감옥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어찌 예수님을 만났겠냐고 괜찮다고 답했다.

 

사실 그날 나는 김신웅 장로님의 인도로 신창원 자서전을 쓰려고 그와의 면회를 한 것이다. 그간 국내 최고 출판사의 작가들과 영화사에서 그에 관한 자서전을 쓰고 영화를 만들려고 찾아왔지만 다 거절당했다. 장로님이 다 막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작업을 나에게 맡기시려는 것이다. 물론 나는 김 장로님의 부탁으로 그분의 자서전을 먼저 집필했다. 날마다 교도소로 가는 수의사란 제목으로 작년에 출간됐다.

 

거기 탈옥 후 한 아파트에 들어가 처녀에게 몹쓸 행동을 한 얘기가 나온다. 개인의 명예에 흠이 갈 수 있는 내용이기에 내키진 않았으나, 감동적이고 신앙적인 반전이 있는 부분이기에 꼭 기록하고 싶어서 집어넣었다. 책이 출간된 지 약 4개월 뒤 김신웅 장로님의 교회 담임 목사가 전화가 왔다. 내가 쓴 책을 읽은 신창원의 고모가 명예훼손에 해당된다고 장로님께 연락이 왔다고 알려줬다. 그날 밤 나는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책을 다 회수를 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법적인 조치를 당해야 하는 건지, 가슴이 두근거리던 며칠을 보냈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아서 김 장로님 교회 담임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굿 뉴스였다. 신창원 고모 되는 분이 창원에게 면회를 가서 그 내용을 알렸더니 자기가 허락한 사안이니 절대 실례하지 말라고 했다면서 장로님께 알려왔다는 것이었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신창원이 얼마나 멋있게 느껴진지 모른다. He is so nice and cool!!!

 

이젠 신창원 자서전을 집필할 차례다. 그걸 써서 억울하게 무기징역을 받은 그의 형량을 낮추게 해 출옥하게 하려는 장로님의 의지가 아주 크다. 하지만 창원은 그걸 원치 않는다. 자신은 영웅도 챔피언도 아니고 중한 죄인이기 때문에 교도소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불우한 이들에게 선한 영향을 많이 끼치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그래서 고등학교와 대학교 검정고시를 거쳐 지금 심리학을 공부하고 있다.


물론 창원과 같은 이들에겐 불가능한 시험이지만 장로님의 탄원으로 학위과정을 이수하게 된 것이다. 창원은 성경을 많이 읽고 영어성경도 읽고 성경구절도 많이 암송하는 사람이다. 그가 장로님과 내게 보낸 편지를 읽으면서 나는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설교자들의 설교문을 분석비평하면서 띄어쓰기나 오탈자까지 상세하게 수정해주는 걸 직업으로 삼고 있는 나이지만 그의 편지 속에서는 도무지 흠을 발견할 수가 없었다.

 

글씨도 멋있게 쓸 뿐 아니라 문장력이 얼마나 탁월한지 놀랄 때가 많다. 정이 많고 따뜻한 마음씨가 매문장마다 느껴질 정도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이가 맞는지 의심이 갈 정도로 빼어난 글솜씨를 갖고 있는 그였다. 어린 시절 불우했던 가정환경이 아니었다면 그는 지금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8살 때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백수건달로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가 아닌 다른 환경에서 태어났다면 어찌 됐을까를 상상해본다.

 

비록 죄를 지은 몸이긴 하나 그가 하나님의 사람이 되었고 성경을 사랑하고 약자들에 대한 깊은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조만간 김 장로님과 오랜만에 신창원 면회를 다녀올까 한다. 하나님이 보실 땐 들킨 죄인과 들키지 않은 죄인이 별반 다르지 않다. 나 역시 들키지 않은 죄인이다. 신창원의 남은 생이 이전과는 달리 선한 방향으로의 신드롬으로 마무리 될 수 있도록 돕는 조그만 도우미가 될 수 있다면 더없는 기쁨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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