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칼럼

  • 송광택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 대표
    바울의 교회 글향기도서관 담당 목사
    한국기독교작가협회 고문대표 저서: 목회자 독서법(한언)
    E-mail songrex@hanmail.net

유명세에 속지 말라

신성욱 | 2021.04.13 08:31
남의 글을 읽거나 강의를 듣다 보면 논리적으로나 성경적으로 맞지 않는 내용들을 접할 때가 종종 있다. 그럴 땐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그 내용을 부정하거나 받아들이지 않으면 된다. 문제는 그런 내용들에 관하여 옳은지 그른지 질문을 해왔을 때 사실 그대로 답하기가 난처할 때가 있다. 그 대상이 자신의 은사이거나 아니면 아주 유명세를 타는 분들일 때 말이다. 
최근에 꽤 알려진 우리의 은사께서 시비가 될 만한 내용의 강의를 하신 것 때문에 학자들과 목회자들 사이에서 적잖은 이슈가 되고 있다. 

그분이 은사라는 이유 때문에 제자 교수들이 대놓고 비판을 못하고 주저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보고 있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아선 안 된다’는 한국인의 정서상 참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그렇다고 잘못되거나 틀린 심각한 사안에 대해서 침묵하거나 그냥 넘어가는 것은 학자의 도리가 아닐 것이다. 
그럴 경우 스승을 욕보이지 않으면서 진솔한 대답을 하도록 지혜를 짜내야 할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들에 대한 비판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설교자들에게 ‘강해설교’의 샘플을 한 사람 꼽으라 한다면 대부분은 영국의 로이드 존스 목사를 말할 것이다. 그런데 그분의 글 가운데 논리상의 모순이나 극단적 사고의 내용이 가끔씩 발견된다. 로이드 존스라 하면 누구도 따지거나 비판하기 어려운 최고의 강해설교자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그분의 내용을 반박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문제가 있는 부분을 그냥 지나갈 순 없다. 대표적인 예를 하나 들어보자. 그분의 책 『설교와 설교자』 속에 나오는 문제되는 부분을 소개한다. 
“로이드 존스는 설교에서 소위 ‘기술’이 끼어드는 것을 혐오하며 재미있는 예화를 주제별로 모아두는 것을 최악의 직업주의, 매춘부의 기교라고 깎아 내린다. 그는 더 최악은 그런 예화나 예증꺼리를 얻기 위해 설교집을 사 모으는 것이라고 말한다. 

로이드 존스는 설교에서 예화나 예증이 목표가 아니며, 예화나 예증을 남발하는 것은 듣는 자의 정욕에 영합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예화나 예증은 단지 진리를 더 잘 설명하기 위한 것이며, 이런 현상이 지난 100년간 설교의 쇠퇴를 불러온 요인 중에 하나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설교자는 진리를 부각시키고 예화는 보조적인 위치에 두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불과 7줄 밖에 안 되는 문장 속에 논리상의 모순과 오류가 꽤 있음이 보이는가? 

로이드 존스는 설교에서 인간의 기술, 즉 예화나 예증이 끼어드는 것을 매춘부의 기교라고 비판 정죄한다. 예화나 예증이 진리를 더 잘 설명하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과 그것들을 보조적인 위치에 두어야 한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예화나 예증 사용이 설교 쇠퇴의 요인 중에 하나라고 단정하고 있다. 설교에 있어서 예화와 예증 활용이 매춘부의 기교라고 확신한다면 그것들을 진리를 더 잘 설명하기 위한 보조 도구로라도 인정해선 안 된다. 

그리고 그는 “예화나 예증이 단지 진리를 더 잘 설명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표현했는데, 이 또한 예화나 예증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무시하고 소홀히 생각하는 잘못된 처사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예수님은 하늘의 진리를 바로 전하시면 되셨을 텐데 어째서 굳이 세상의 예화나 예증을 활용하셨을까? 설교의 능력이 없어서 그러셨을까? 결코 아니다. 같은 값이면 진리를 보다 쉽게 잘 설명함이 듣는 이들에게 필요하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그렇다. 쉬운 수단을 놔두고 어려운 방식을 사용할 이유는 없는 법이다. 따라서 설교자들이 재미있고 이해를 쉽게 하는 예화를 얻기 위해 명설교자들의 설교집을 사서 그것을 주제별로 모아두는 행위는 결코 무시되거나 비판되어선 안 된다. 남의 설교집이나 예화집을 뒤적이기보다는 자신이 읽은 책들이나 경험들에서 유용한 내용들을 활용하는 것이 훨씬 더 좋고 효과적이긴 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주님이 즐겨 활용하신 예화나 예증은 ‘단지 ~일뿐’이라는 말로 매도되거나 멸시 천대 받아선 안 되는, 효과적인 진리증거에 소중한 수단임을 인식해야 한다. 주님이 사용하신 예화나 예증들이 포함된 메시지를 통해 우리가 구원받고 천국백성 되었음을 부인할 이가 누가 있겠는가? 로이드 존스 역시 그 말씀을 통해 천국의 진리를 이해하고 깨달아서 설교자의 사명까지 받아서 수행하지 않았던가?

그는 그저 “예화와 예증이 진리 증거의 유용한 도구이긴 하지만, 남발 되거나 또한 진리보다 주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라고만 살짝 언급하기만 하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예화나 예증 모으는 일을 최악의 직업주의나 매춘부의 기교’라고 한 로이드 존스의 말은 사실에 맞지 않는 극단적이고 지나친 발언이었다.  
복음서에 등장하는 예수님의 설교들을 보라. 거기엔 본문과 예화 예증이 분리되지 않는다. 

 마 6:26에 나오는 ‘공중에 나는 새’의 예증(비유)을 생각해보라. “공중의 새를 보라 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고 창고에 모아들이지도 아니하되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 기르시나니 너희는 이것들보다 귀하지 아니하냐.” 예증 그 자체가 예수님이 전하고자 하신 메시지를 전달하는 설교였음을 확인해볼 수 있지 않은가? 
그렇다. 예수님은 진리와 예화나 예증을 구분하거나 분리하실 의도가 없으셨다. 

모두가 전하고자 하시는 진리의 말씀을 구성함에 중요한 설교의 수단들이었다. 
따라서 설교자들은 한 편의 설교에서 본문과 예화(예증)를 분리해선 안 되며, 예화나 예증들을 천대하거나 무시해선 안 된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예수님은 예화나 예증(비유)이 아니면 설교하지 않으셨다(마 13:34)고 성경은 기록하고 있다. 로이드 존스의 말대로 그것들을 ‘매춘부의 기교’라고 한다면 예수님의 설교들부터 ‘매춘부의 기교’라 비판해야 한다. 

예화나 예증을 너무 남발해선 안 된다는 점과 그들을 본문의 내용이나 진리보다 더 부각시켜선 안 된다는 점만큼은 모든 설교자들이 주의해야 할 사항이 틀림없다. 
유명한 이들의 책이나 강의나 설교들은 그만큼 권위가 있고 큰 영향을 끼치는 법이다. 그들은 그 명성에 어울리는 수준 높은 내용과 분명 다른 이들과는 차별화 되는 뭔가를 갖고 있는 대단한 분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주장이 항상 옳거나 논리에 맞는 것은 아니다라는 사실은 염두에 둬야 한다. 괜히 유명세에 기세가 눌려 그들의 문제점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거나, 혹 파악은 했어도 따지고 대들거나 부정하지 못한 채 말려들어 버린다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유명세에 기죽지 말고 그것이 성경적인지 논리에 맞는 얘기인지를 꼼꼼하게 따지고 점검해서 받아들이거나 거부하는 것이 진리를 대하는 온전한 자세임을 꼭 기억하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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