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칼럼

  • 송광택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 대표
    바울의 교회 글향기도서관 담당 목사
    한국기독교작가협회 고문대표 저서: 목회자 독서법(한언)
    E-mail songrex@hanmail.net

예수님의 실망스런 요청과 탄식의 의미

신성욱 | 2021.04.07 06:35

고난주간의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동생 같이 지내는 병원 원장 집사가 카톡을 보냈다. 내용은 질문이었다.

어제 구역에서 순예배를 드리는데 순원 한 분이 이런 질문을 해서 순장으로서 시원한 답을 못해서 곤란했었다고 한다.

질문의 내용은 이랬다.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이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라는 말을 내뱉으셨는데, 메시아 되신 분이 어떻게 그런 비복음적인 표현을 하실 수 있었냐?”는 질문 말이다.

사실 이는 성경 속에 나오는 이해불가와 설명불가의 난제들 중 최대의 난제로, 아직까지 제대로 그 의미를 깨닫고 명쾌하게 설명하는 이가 없을 정도로 난해한 말이다.

 

아버지여, 할 수만 있다면 이 잔을 내게서 옮기시옵소서!”(14:36)란 겟세마네의 기도와 함께, 예수님이 돌아가시기 전 내뱉으신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27:46)란 이 실망스런 말씀의 의미는 제대로 이해하기가 너무 어려워 우리를 큰 실망으로 몰고 갈 때가 많다.

예수님의 이 말을 학자들은 그분의 인성 때문으로 해석한다.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셨기에 보일 수밖에 없는 두려움으로 말이다.

 

완전히 틀린 해석은 아니나 백프로 만족할 만한 설명은 아니다. 사실은 턱없이 짧고 얕은 해석이다.

그럼 더 깊은 의미’(deeper meaning)는 뭘까?

생명 없는 불교의 이차돈도 자기 신앙을 위해 순교했거늘, 어찌 한 종교의 메시아라 일컬어지는 이가 죽음을 앞두고 그런 실망스런 말을 남길 수 있을까?’

 

이런 의구심을 지울 수 없는 게 그분을 사랑하는 우리 모두의 솔직한 마음이다.

그럼 이제부터 내가 깨달은 의미를 명쾌하게 설명해보자. 위에서 언급한 예수님의 실망스러워 보이는 두 문장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기만 한다면 그분에 대한 실망이 아니라 오히려 깊은 감사가 터져 나와야 정상이라는 점을 먼저 밝힌다.

불교의 이차돈을 비롯하여 기독교의 주기철 손양원 목사님처럼 자기 신앙 때문에 순교를 한 이들이 있다.

 

그들의 죽음과 예수님의 죽음은 차원이 다름을 알아야 한다. 그들은 남의 죄를 뒤집어쓰지 않고 의롭게 죽어갔다. 하지만 예수님은 온 인류의 죄를 한 몸에 뒤집어쓰신 대죄인으로 죽으셨다. 그 죄의 무게가 얼마나 컸을지 짐작이 가는가?

당시 그분이 홀로 담당하셔야 했을 죄의 무게가 얼마나 컸으면 예수님을 그렇게 깊은 고뇌 속에 빠뜨렸겠는지 한 번 상상해보라.

 

그렇다. 여기서 우리는 죄의 삯이란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조차도 두려워 떨 정도로 무겁고 엄중하고 무서운 것이란 사실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개인 한 사람의 죄도 무겁고 두려운 것이거늘 온 인류의 죄를 혼자서 뒤집어쓰신 예수님이 당시 느끼고 감지하셨을 죄의 무게가 얼마나 무겁고 컸을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온 인류의 심각하고 깊은 죄를 짊어지심으로 최고로 악한 죄인이 되셔서 십자가에 달려 죽으셨다.

 

뿐만 아니라 아버지 하나님과 처음으로 3일간이나 단절이 되어 음부에 놓이셨다. 그 일이 어디 보통 일이던가? 그것은 하나님의 아들 예수님에게도 견디기 힘든 고통스러운 일이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때문에 할 수만 있다면 이 잔을 내게서 옮기시옵소서!”란 처절한 부탁의 말씀과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란 외마디의 탄식이 터져 나온 것이다.

 

따라서 예수님의 이 두 가지 말씀은 우리가 그분에 대해 실망할 내용이 아니라, 죄의 삯이란 건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에게조차도 두려워 떨릴 만큼 무겁고 엄중한 것이었다는 사실을 우선 깨우치게 하는 내용이며, 다음으로는 그렇게 두렵고 무시무시한 죄를 내가 스스로 감당해야 함에도 예수님이 대신 당하셨다는 사실로 인해 더없이 깊은 감사의 마음을 가지게 하는 내용임을 기억해야 한다.

 

고난주간을 다시금 맞으면서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이 주는 교훈과 깨우침이 뭔지를 새롭게 되새기면서 그분이 남기신 우리 몫의 십자가 사명을 떠올리면서 남은생을 그분을 위해 더 멋지게 살아가기를 다짐하고 헌신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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