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칼럼

  • 송광택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 대표
    바울의 교회 글향기도서관 담당 목사
    한국기독교작가협회 고문대표 저서: 목회자 독서법(한언)
    E-mail songrex@hanmail.net

지리의 힘

송광택 | 2020.07.11 21:24


     지리의 힘, 팀 마샬 지음, 사이, 2016.

 

     지리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대중 지리서

 

이 책은 지리의 힘이 급변하는 21세기 현대사에 미치는 영향을 파헤친다.

 

첫째, 저자는 우리 삶의 모든 것은 지리에서 시작되었다”(8)라고 단언한다.

세대가 바뀌어도 힌두쿠시 산맥과 히말라야 산맥이 만들어낸 물리적 장애물, 우기에서 비롯된 난관들, 천연자원이나 식량 자원에 대한 제한적인 접근 등은 피할 수가 없다. 결국 이념은 스쳐 지나가도 지리적 요소는 오랜 세월이 흘러도 그대로 남는다.”(10)

이 책은 과거 (국가의 형성)부터 시작해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시급한 상황들(중국의 영향력 확대, 서유럽의 분열 등), 그리고 미래의 조망(북극을 두고 벌어지는 점증하는 경쟁)까지 포괄하는 지정학적 문제들을 다룬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의 삶은 언제나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땅에 의해 형성돼 왔다. 전쟁, 권력, 정치는 물론이고 오늘날 거의 모든 지역에 사는 인간이 거둔 사회적 발전은 지리적 특성에 따라 이뤄졌다는 것이다.

 

둘째, 저자는 지리라는 렌즈를 통해 세계를 본다. 아프리카의 경우는 지리가 최대의 장애물이며 따라서 고립의 영향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이다. 아프리카에는 큰 강들이 많지만 주로 고지대에서 낙하하면서 거대한 폭포를 이루고 게다가 서로 연결되지도 않는다. 이런 조건은 큰 강을 교역로로 이용하는 데는 무용지물이다. 반면 유럽의 경우는 라인 강, 다뉴브 강 등이 평지에서 서로 연결되면서 천연 국경 역할을 했다. 또한 쉽게 배를 띄울 수 있어서 이 지역 교역 시스템의 발전을 촉진시켰다. 하지만 남유럽은 지리적 위치 때문에 서유럽이 누리는 이러한 혜택을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그 위치와 지리적 천연 장벽이 없다는 이유로 강대국들의 경유지 역할을 해왔다. 저자는 오늘의 한국 상황에 대해 냉정하게 바라본다. “한반도라는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풀 수 없다. 그냥 관리만 할 일이다. 무엇보다 전 세계에는 이 문제 말고도 관심이 필요한 시급한 일들이 널려 있다. 말레이시아에서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 항에 이르는 지역 전체는 초조하게 남북한을 주시하고 있다. 만에 하나 그들의 코앞에서 이 문제가 폭발하기라도 하면 인접국들까지 말려들게 되고 그 여파가 당장 경제적 피해로 이어질 거라는 걸 그들은 알고 있다. 중국은 북한의 행위 때문에 전쟁이 일어나는 건 바라지 않지만 그렇다고 통일 한국의 국경, 즉 자신들의 코앞에 미군이 주둔하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 미국도 남한을 위해 싸우고 싶은 마음은 털끝만큼도 없지만 그렇다고 우방을 저버리는 짓을 할 수도 없다... 향후 전망은 누구도 알 수 없다. 언제나 그랬듯 이 상황은 마치 지평선 너머에 있는 보이지 않는 풍경과도 같다... 미국은 거의 3만 명에 달하는 남한 주둔 병력을 철수하는 것이 잘못된 신호로 비쳐져서 북한이 대담한 모험을 감행할까 우려한다.”(161-162)

저자는 마지막 장에서 지구상에서 가장 인적이 드문 지역 가운데 하나인 북극을 다룬다. 인류 역사의 대부분 동안 인류는 이 지역을 무시해 왔다. 20세기에 이 지역이 자원의 보고임이 밝혀졌고, 21세기에 들어선 오늘날에는 그 자원의 소유권이 외교 현안이 되었다. 한마디로 북극은 21세기 경제 및 외교의 각축장이 되었다.

얼음이 녹으면서 또 다른 잠재적 부도 드러나고 있다. 북극에 숨겨져 있어서 이제껏 드러나지 않았던 천연가스와 유전에 대한 접근이 가능해진 것이다. 2009년 미국의 지질조사국은 북극 지방에 천연가스는 약 1,669조 입방피트, 천연 액화가스는 440억 배럴, 그리고 원유는 900억 배럴이 매장돼 있을 걸로 평가했다. 점점 더 넓은 지역에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이미 발견된 것 외에도 금, 아연, 니켈, 철 등이 추가로 더 발견될지도 모른다.(350)

 

셋째, 이 책은 지구상 거의 모든 지역의 지리와 지정학을 아주 쉽게 다룬다.

저자는 서유럽에서 이념적 분열과 지리적 분열이 함께 감지되고 있다고 말한다. 근대 세계는 좋든 나쁘든 유럽으로부터 나왔다. 이 광대한 유라시아 대륙의 서쪽 전초 기지는 계몽주의를 탄생시켰고 이는 산업혁명의 모태가 되어 현재 우리가 일상적으로 영위하는 모든 것을 가능케 했다.(90)

서유럽에는 진정한 의미의 사막이 없다. 빙하는 일부 북쪽 지역에 한정돼 있는데다 지진이나 화산, 대규모 홍수 또한 드물다. 하천들은 길고 평탄해서 선박을 띄워 교역하기가 좋았다. 여러 바다나 대양으로 흘러들어가는 하천들은 서쪽, 북쪽, 남쪽의 연안지대로 흘러가면서 천연 항구를 여럿 만들었다.

저자에 따르면 서유럽은 지리의 축복을 받았고 남유럽은 지리의 차별을 받았다. 서유럽 국가들은 일부 남유럽 국가들에 비해 훨씬 부유하다. 북쪽이 남쪽보다 일찍 산업화를 이룬 덕분에 경제적인 성공도 그만큼 크게 이루었다.

북유럽평원 지역에 속한 나라들 가운데 지리적 이점을 가장 많이 누리는 나라는 프랑스다. 유럽에서 북쪽과 남쪽을 전부 아우르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강국은 프랑스 말고는 없다. 프랑스에서 서유럽에 면한 지역에는 광대하고 비옥한 대지가 펼쳐져 있을 뿐 아니라 상당수의 강들이 서로 연결돼 있다. 서쪽으로 쭉 흘러가다 대서양에 이르는 센(Seine)강이 있는가 하면, 남쪽을 흐르는 론(Rhône) 강은 지중해로 흘러들어간다. “이 지리적 특징은 상대적으로 평탄한 지형과 어우러져 특히 나폴레옹 시대부터 지역 통합을 이루고 권력을 중앙으로 모으는 데 적합했다.”(95)

지리적으로 보면 영국의 조건은 훌륭한 편이다. 질 좋은 농지, 훌륭한 하천들, 최적의 해양 접근성, 유럽 대륙과 교역하기에 부족함 없는 어획량이 있다. 게다가 섬나라 민족이라는 덕도 본다. 오늘날 영국을 유럽연합의 바깥쪽으로 자꾸 내모는 두 가지 쟁점은 서로 연결돼 있다. 그것은 바로 주권이민자 문제. 일부 유럽 통합회의론자들의 지지를 받는 반()유럽연합 정서는 유럽연합이 정하는 엄청난 분량의 법률과 그 내용에 반발한다.(112)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몰려오는 경제적 이민과 난민의 물결 속에서 영국에 오기를 희망하는 이민자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반유럽연합 정서 또한 더욱 거세지고 있다. 영국인들은 다른 유럽연합 국가들이 더 많은 이민자들을 영국으로 보내려 한다고 믿고 있다.

저자는 지리의 관점에서 약사와 정치를 바라보고, 때로는 미래의 변화를 예측한다. 그에 의하면 지금까지 우리는 하늘을 향해 우주선을 쏘아 올림으로써 중력이라는 족쇄만을 겨우 풀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욕망속에 갇혀 있다. 타인에 대한 의심과 자원을 탐하는 원초적 경쟁이 형성한 틀 속에 갖혀있다. “우리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고 저자는 말한다.


* 월간 목회와 신학의 원고를 요약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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