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칼럼

  • 송광택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 대표
    바울의 교회 글향기도서관 담당 목사
    한국기독교작가협회 고문대표 저서: 목회자 독서법(한언)
    E-mail songrex@hanmail.net

‘이 산지를 내게 주소서’

채천석 | 2019.11.22 14:02

개척교회를 시작하며

 

안녕하세요. 올해 들어 처음으로 선교편지를 쓰게 되는군요. 날씨가 하루가 다르게 싸늘해지고 있고, 올 한 해도 이렇게 서서히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희 가정이 필리핀 장기 선교사로서의 사역을 마치고 국내로 들어온 지도 벌써 한 해를 훌쩍 넘기고 있네요. 국내로 입국할 때는 나름대로 여러 계획들을 가지고 들어왔지만, 새삼 고국에서의 삶이 만만치가 않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해외에서 선교사로 생활할 때에도 하나님의 도우심과 인도 없이는 한시도 살아갈 수 없었지만, 국내에 들어와서도 하나님의 보살피심이 없이는 하루도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습니다.

 

되돌아보면 지나온 모든 세월이 하나님의 은혜였고, 앞으로도 하나님의 은혜 없이는 한시도 살아갈 수 없음을 고백하게 됩니다. 어찌 저희 가정이 13년이라는 세월을 해외에 체류하며 선교사역을 감당할 수 있었는지를 돌이켜보면, 그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필리핀 선교사로 떠날 때나 국내 사역자로 다시 들어올 때나, 앞날에 대한 아무런 기약도 없이 그저 하나님만 바라보고 그 모든 일들을 결행했던 것 같습니다. 인간적으로는 무모할 수도 있었지만, 하나님께서는 늘 저희 가정을 선한 길로 인도하셨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국내로 들어와서 그동안 이런저런 다양한 사역들을 해왔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제는 제가 어떤 일을 감당해야 할지 점점 더 명확해지는 것 같습니다. 모두들 아시는 대로 제가 지금 크리스찬북뉴스(www.cbooknews.com) 대표로서 독서운동을 펼치고 있지만, 이 일이 저의 주된 일이 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저는 일찍이 목회자로서 소명을 받았고 이제껏 목회와 선교사역을 감당해 왔는데, 국내에서도 어떻게든 목회나 선교사역과 관련한 일에 매진하고 싶고, 또 가능하다면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가족은 국내에 들어와서 아이들 학교 근처인 연희동에 임시 거처를 마련하여 생활해 왔으나, 첫째는 이미 졸업을 하였고 둘째 아이도 어느덧 졸업반에 이르게 되어 최근에 고양시 향동 지역에 임대아파트를 얻어 주거지를 이동하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곳 향동 지역에서 새로운 비전을 보게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그리 계획하고 주거지를 정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곳이 교회를 개척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입니다. 9천여 세대의 대단위 아파트 단지에 교회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아파트 주변에 이제 막 이런저런 상가들이 형성되고 있어서 얼마 안 있으면 상가 교회들이 들어설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이곳이 예전의 그린벨트 지역을 개발하여 이루어진 아파트 단지라 기존 교회들이 없으며, 특히 제가 속한 교단에 소속한 교회를 주변에서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또한, 향동 인근지역이 3기 신도시 창릉지구로 지정되어 있어서 5년쯤 뒤에는 더 많은 인구가 이 지역으로 유입될 예정에 있습니다.


제가 국내로 들어올 때에도 말씀드렸듯이, 제가 개척교회를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은 나이일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부교역자 생활을 하며 개척교회를 지원해줄 수 있는 모교회를 만들었던 것도 아니고, 개척교회로 함께 동역할 인간관계도 형성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이유들로 인해 많이 망설였지만, 근래에 이르러 하나님께서 저로 하여금 개척교회를 시작하도록 강하게 인도하신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젊은 시절 목회자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을 때도, 신학공부를 마치고 해외 선교사로 나가고자 했을 때도, 저로서는 어찌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하나님의 역사가 있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제가 교회를 개척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것도 성령님의 강한 역사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어떤 분이 소명은 자기로서는 어찌할 수 없는 힘에 이끌린 결심이라고 말한 것을 떠올려 봅니다. 제가 지금 개척교회를 시작하고자 하는 것도 바로 이와 같은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고 확실히 믿습니다.


이제 저는 이곳에서 교회를 개척하는 것이 하나님이 지금의 저에게 주신 소명이라고 확신하며, 다가오는 2020년 새해 첫 주일을 공식적인 교회 설립일로 정하고 개척사역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주변에 상가라도 얻어 교회를 시작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설령 그렇게 할 수 있는 상황이 허락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저희 가정에서 새해 첫 주일에 공식적인 교회를 출발하고자 합니다.

 

이 나이에 무엇을 새로 시작할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에 가끔씩 두렵기도 하지만, 그럴 때마다 여호수아서에 나오는 갈렙의 용기가 떠오릅니다. 그가 85세의 나이에 아낙성읍을 점령하는 일에 앞장서며 이 산지를 내게 주소서라고 여호수아에게 간청했습니다. 저도 제 능력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지만, 하나님께 이곳을 제게 주시옵소서라고 간청하는 심정으로 개척교회에 도전해보고자 합니다.

 

한 명의 생명이라도 귀하게 여기셨던 목자장 되신 예수님을 생각하며, 저의 생명이 다하는 그날까지 복음을 전하는 사역자로서의 사명을 감당하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이 결심을 하나님께서 축복해주시기를 간절히 바라며, 이 일에 함께 해주시는 분들이 생겨나기를 기도합니다.


2019년 11월 22일

채천석                                

                                                   *향동천의 오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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