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칼럼

  • 송광택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 대표
    바울의 교회 글향기도서관 담당 목사
    한국기독교작가협회 고문대표 저서: 목회자 독서법(한언)
    E-mail songrex@hanmail.net

교회를 옮기시려는 어머니

서상진 | 2019.01.17 09:46

몇 일전 어머니가 나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내년에는 너희 교회 나갈까?" 저는 단호하게 말씀을 드렸죠. 오지 말라고 했습니다. 오지 말라고 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교회에 목사의 친인척이 오는 것이 별로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거리 때문입니다. 어머니 연세가 내년이면 75세인데 어머니 집에서 교회까지 거리가 만만치 않습니다. 자가용으로도 40분 정도 거리인데, 지하철을 한 번 갈아타고, 오면 1시간 20분 정도 걸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냥 가까운 교회, 지금 다니는 교회 가시지 왜 멀리 올려고 하느냐고 이야기 했습니다. 그랬더니 다 이유가 있더라구요.

아버지가 소천하신 후, 어머니는 교회를 정하는 데, 꽤 애를 먹었습니다. 아버지가 목회하신 지역이 수성구, 경산 지역이기 때문에 저희 교단의 교회에 등록을 하시면 어머니를 목사님들이 거의 아시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그 목사님들에게는 부담을 드리기가 싫으셨습니다. 그렇다고 조금 큰 교회를 가려고 하니, 거리적인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7-8개월 정도 이리저리 다니시다가 결정을 하신 것이 어머니 댁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의 다른 교단의 교회로 120명 정도 모이는 교회였습니다. 담임 목사님 연세가 좀 있으셨다고 하는데 개척을 하셨다고 하더군요. 몇 번 출석을 했더니 여 전도사님이 하도 등록을 권하셔서 등록을 했다고 합니다.

등록을 하니 등록 심방을 오겠다고 하시는데, 그렇게 거부를 해도 심방을 받으라고 하셨나 봅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심방을 했는데, 집에 와보니 아버지가 목회를 하신 것도 알게 되었고, 저도 목회를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거기까지는 별 문제가 없었죠. 그런데 2년 정도 다니다 보니, 그 교회에 출석하는 것이 부담이 되나 봅니다. 왜냐하면 결국 헌금 문제입니다. 설교 때마다 선교 헌금을 강조하나 봅니다. 이번에도 필리핀에 교회를 세운다고 하는데, 헌금 강요를 꽤 많이 하셨나 봅니다. 그리고 70세가 넘으신 어머니 보고 교회 봉사를 하라고 압력(?)을 넣으셨나 보네요. 헌금을 하지 못해서 늘 마음이 불편하셨는데, 너무 많이 강조를 하다 보니, 마음에 불편함을 넘어서 교회에 출석하는 것 자체가 힘이 드셨나 봅니다.

그래서 어머니가 저에게 내년에는 너희 교회를 갈까? 라고 말씀을 하셨던 것이죠. 괜시리 어머니에게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어머니는 저의 대답을 들으시고 제 말이 맞다고 하시면서 근처의 다른 교회를 가겠다고 하셨습니다. 선교는 하는 것이 맞죠. 주님의 사명이기에 해야 합니다. 그런데 교회 형편에 맞게 하는 것은 더 맞습니다. 어머니 말씀으로는 선교지를 가는 데 꼭 사모님이 동행을 해야 하는 필요가 있냐고 하셨고, 안 그래도 선교사 파송을 많이 한 교회임에도 불구하고, 또 교인들에게 부담을 주면서까지 헌금 설교를 그렇게 강조할 필요가 있냐고 하셨습니다. 그리고는 저 보고 헌금을 강조하지 말라고 하시네요. 헌금에 대해서 가르칠 필요는 있지만 강요할 필요는 없습니다. 교회의 형편과 상황에 맞게 선교를 하면 되지, 무리해서 할 필요가 있을까요?

교회를 옮기는 것.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런데 교회를 옮기기로 결정하는 분들의 상당수가 헌금의 문제 때문에, 헌금의 강요 때문에 교회를 옮긴다고 한다면, 한 번쯤 생각을 해 보아야 합니다. 교회의 상황과 형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성도들에게 강요를 하면서까지 헌금을 내라고 강조할 필요가 있을까요? 교회도 돈이 필요한 것 맞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주신 물질을 가지고 허투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절약하고 아껴서 성도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지출이 되어진다고 한다면, 무슨 문제가 생길까요? 울 어머니 맘 편하게 예배 드릴 수 있게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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