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칼럼

  • 송광택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 대표
    바울의 교회 글향기도서관 담당 목사
    한국기독교작가협회 고문대표 저서: 목회자 독서법(한언)
    E-mail songrex@hanmail.net

나를 이처럼 사랑하사

송광택 | 2009.02.21 00:22
나를 이처럼 사랑하사
브레넌 매닝
좋은 씨앗

긍휼의 삶으로 그리스도의 수난을 재현하라

탁월한 저자 브레넌 매닝는 이 책에서 ‘자기혐오’의 문제를 다룬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의 기이한 사랑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자기혐오이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예수님의 삶을 분명히 이해할 때에만 자기혐오를 떨칠 수 있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자기혐오’에 시달려온 사람을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밝히고 있다. 자기혐오는 많은 사람들이 상대해야 하는 가장 집요하고 만연한 영적 문제이다.

저자에 의하면 “도덕적 가치를 지나치게 앞세우는 도덕주의는 종교를 망친다. 도덕규범에 대한 책임이 하나님의 사랑에 대한 반응을 몰아낸다. 도덕주의와 그 의붓자식인 율법주의는 자기 백성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 이야기를 부담스런 의무와 무거운 율법 준수로 전락시킨다”(20쪽).

저자는 이렇게 묻는다: “누가 우리를 죄책감에서 해방시킬 것인가? 누가 우리를 투사주의, 완벽주의, 도덕주의의 굴레에서 풀어줄 것인가?”(31쪽).
저자는 이렇게 고백한다: “나의 내면에 계신 그리스도는 사랑으로 나를 자기혐오에서 구원하시는 분이다”(48-49쪽). 그에게 그리스도는 우리의 ‘깨어진 죄인의 모습 그대로’ 두려움과 불안을 모두 안고 오라고 초청하는 분이다. “내가 네 삶의 바로 그 자리로 가서, 네가 생각하는 바른 모습의 네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너를 사랑하리라”(49쪽).

저자에 따르면 예수의 내면생활의 가장 중요한 핵심주제는 하늘 아버지 아바를 향해 점점 깊어지는 신뢰, 친밀한, 사랑이다. 그리스도의 내면생활은 철저히 아버지 중심이었다. 그리스도의 뜨거운 열정의 근원은 하나님을 ‘아바’로 누리신 그분의 인격적 경험이었다.

“예수는 하나님 이해에서 일대 혁신을 이루셨다. 아버지의 차고 넘치는 긍휼과 사랑은 아무리 과장해도 지나치지 않다...  자녀들을 향한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은 우리를 신비에 빠뜨린다. 그 사랑은 인간 경험의 범위를 완전히 벗어나기 때문이다. 탕자의 비유는 값없는 사랑을 잘 보여준다”(58쪽).

저자에 의하면, “하나님을 ‘아바’라 부르기는 쉽지만 그분의 사랑받는 자녀로서 신실하고 견고하게 살아가기란 불가능에 가깝다”(60쪽).

신학자 마커스 보그(Markus Borg)는 말하기를 “예수의 사역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죄인들’ 즉 버림받은 자들과 함께 나누신 식사였다”(67쪽). 오늘날 서구 사회는 공동 식사의 의미를 다분히 잃었다. “식탁을 나누는 것은 삶을 나누는 것이다”(68쪽). 정통 유대인에게 “당신과 저녁식사를 함께하고 싶다”고 말한다면 “당신과 우정을 맺고 싶다”는 말로 통한다.
“예수의 초대 손님인 죄인들은 식탁 교제의 의미가 단순한 예의와 호의 이상임을 잘 알았다. 그것은 화평과 수용과 화해와 우애를 뜻했다”(71쪽).
한스 큉은 이렇게 말했다: “교회는 짓밟힌 사람들에게 용서와 화해와 구원을 베풀고 심판을 하나님께 맡기며 아버지의 무차별한 사랑과 무조건적 은혜를 선포하는 치유 공동체다. 교회가 죄인들로 구성되며 죄인들을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는 교회는 자기의에 빠져 마음이 냉혹하고 무자비해진다. 이런 교회는 하나님의 자비도 인간의 신뢰도 마땅히 받을 수 없다”(74쪽).
저자에 따르면 “주일 예배는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공적이고 단체적인 표현이다. 무엇이든 사랑을 막아서는 의식 행위는 곧 하나님 자신을 막아서는 것이다”(77쪽). 라틴아메리카 신학자 혼 소부리노(Jon Sobrino)는 말한다: “다른 사람들을 향한 사랑이 수반되지 않는 예배 의식은 위선일 뿐 아니라 전혀 무의미하다. 그런 예배는 하나님께 부합하는 길일 수 없다”(78쪽). 하나님 보시기에 공동체 예배의 가치는 훌륭한 음악, 효과적인 설교, 창의적으로 제작된 현수막 등과 무관하게 신앙 공동체 내의 삶과 사랑의 질로 측정된다(79쪽).

끝으로 저자는 ‘긍휼’을 말한다. 신학자 마커스 보그는 이렇게 썼다: “하나님의 지배적 속성은 거룩함이 아니라 긍휼이며, 따라서 하나님의 반사체인 공동체의 정서도 긍휼이 되어야 한다”(145쪽).
매튜 폭스(Matthew Fox)는 긍휼이란 우유가 아니라 고기요, 소아가 아니라 성인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박애주의가 아니라 정의의 영성이다. “이는 성숙, 넓은 마음, 모험의 의지, 상상력을 요한다”(147쪽). 17세기 신비가 빈센트 디폴(Vincent DePaul)은 예리한 통찰력으로 “긍휼을 베풀라. 그러면 성인(聖人)이 되리라”고 말했다.
창자로부터 끓어오르는 그리스도의 긍휼은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깊이를 보여주며 인간이 모방할 수 없는 차원에서 이루어진다(151쪽). 예수는 아버지의 긍휼의 화신이다. 13세기 신비가 마이스터 에크하르트는 “하나님을 사랑이라 부를 수 있고 선이라 부를 수도 있지만 하나님의 최고의 이름은 긍휼이다”고 썼다(152쪽). 하나님 나라를 임하게 하는 것은 마음에서 우러난 긍휼이다.
도널드 그레이는 이렇게 말한다: “그분의 긍휼 덕에 우리는 자신을 긍휼히 여길 수 있다. 예수께서는 자신의 삶과 죽음을 통해 인간 역사 안에 하나님의 긍휼을 구현하신다. 고통 당하는 내 형제자매들에게 긍휼을 베풀기 전에 나는 자신의 삶 속에 아버지의 긍휼을 받아들여야 하고, 그로 말미암아 변화되어야 하고, 고통과 상처와 실패와 궁핍에 처한 내게 긍휼과 애정을 베풀어야 한다”(156쪽).
“제자들은 기꺼이 십자가를 지고 긍휼의 삶으로 그분의 수난을 재현할 수 있어야 한다...  긍휼하신 예수가 계신 곳에 그분의 종들도 있다”(159쪽).

빌 하이벨즈는 말하기를 “나는 매닝의 책이라면 전부 읽으려고 한다”고 했다. 독자는 이 책에서 그 이유를 스스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의 방대한 책읽기와 사유의 깊이가 우리들을 압도할 것이다. 그는 진리를 구체화시키는 글쓰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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