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칼럼

  • 송광택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 대표
    바울의 교회 글향기도서관 담당 목사
    한국기독교작가협회 고문대표 저서: 목회자 독서법(한언)
    E-mail songrex@hanmail.net

영적인 성장은 하나의 교육과정이나 훈련 프로그램 그 이상이다(뒤엉킨 영성)

송광택 | 2003.06.29 00:40
뒤엉킨 영성
마이클 야코넬리 지음 / 마영례 옮김 /씨뿌리는 사람

"신앙생활이 어렵습니까? 아니면 쉽습니까?" 청년 시절 섬기던 목사님은 가끔 교우들에게 이런 질문을 하셨다. 그때나 지금이나 내게 신앙생활은 쉽지 않다. 청년 시절에는 너무 높은 기준을 가지고 -약간의 완벽주의도 가미된 상태에서- 나 자신을 몰아치기도 했다. 인격적으로 주님을 나의 주와 구주로 받아들인 후 30여년이 지났다. 돌이켜보면 아주 단순한 성경적 원리(진리)만 알았어도 그렇게 멀리 돌아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된다. 물론 지금도 도상(途上)의 기독도(基督徒)이지만.

신앙생활에는 사실 배우고 깨우쳐야할 것들이 끝도 없이 많지 않은가. 그렇다고 미리 주눅들 필요는 없다. 신앙생활에서 무력감과 좌절감에 시달리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일독하도록 권하고 싶다.  왜냐하면 본서는 불완전한 인간을 향하신 하나님의 손길과 섭리를 매우 인상적으로 펼쳐보이기 때문이다.

저자의 표현대로 "완성되지 못하고 무능력한 당신의 삶" 속에도 주님은 계신다. 신앙생활의 현실은 정리정돈이 완벽하게 된 깔끔한 모습이 아니다. 어질러져있고 흐트러져있고 그리고 뒤엉켜있다.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닐찌라도 우리는 "뒤죽박죽된" 현실 속에 서있는 자신을 볼 때가 있다.

그런데 저자는 우리의 그 현실 또는 뒤엉킨 영성이 우리와 에수님이 만나는 곳이라고 말한다. "현재의 삶 속에 일관성이 없다는 것이 내 생활 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 유일한 일관성이다"(11쪽). 그리고 우리의 영적 생활은 우리가 지금 처해 있는 뒤엉킨 생활 속에서 출발한다. 저자에 의하면 여기서의 영성은 정돈된 상태에 관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어수선한 혼란 속에서 함께 하시는 하나님에 관한 것이다.  "뒤엉킨 영성은 그리스도를 따르는 것이 결코 단정하고 깔끔하고 질서 정연한 것이 아니라는 엉뚱한 주장을 한다"(20쪽).

이런 주장에 일부 독자는 당혹스러을 것이다. 그러나 좀더 귀를 기울여보면 영혼에 한줄기 통찰의 빛이 임할지도 모른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실은, 예수님은 우리가 아무리 엉망진창이고 불완전해도 우리를 거잘하지 않으신다. 유진 피터슨도 말하기를 "하나님은 죄를 짓고 뒤죽박죽이 된 우리를 물리치거나 내팽겨쳐 버리지 않으신다. 오히려 곤경에 처한 우리를 찾아와 구원하신다"라고 했다.

저자의 문제제기는 이것이다. 교회 안에 영적으로 마비된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덕이다. 그 원인이 무엇인가? 그것은 불안과 자신에 대해 느끼는 왜소함과 무가치함 그리고 회의 등이다. 그런데 공동체 안에서 그리스도인들은 그들의 이런 결점을 숨기고 있다. 솔직해지는 것을 두려워한다.

저자에 따르면, 영적인 사람들은 자신들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영성이란 완성되고 완벽해지는 것에 관한 것이 아니라 미완성 상태에서 하나님을 신뢰하는 것에 관한 것이다"(37쪽).
따라서 교회는 무능력하고 불완전하고 온전하지 못한 사람들을 환영하는 곳이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신약성경에 의하면 예수님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못하는 이들에게 마음이 더 끌렸다. 사실 "자신이 엉망진창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때까지 우리는 예수님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49쪽).

우리가 다 알고 있듯이, 진정한 성장은 하룻밤 사이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영적 성장은 하나의 공식으로 정리될 수 없다. 영적인 성장은 하나의 교육과정이나 훈련 프로그램 그 이상이다. 영적 성장은 강의실이 아니라 실생활 속에서 이루어진다. 그것은 변덕스럽고 불안정한 현실 속에서 필사적으로 하나님을 찾는 일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에 의하면, 침체에 빠져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는 아주 좋은 일의 징조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목도하는 것 외에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결국 예수님을 찾게 된다. 침체에 빠지면 우리는 하나님을 향한 목마름과 그 동안 억눌려 왔던 열망과 동경에 우리의 주의를 좀더 집중하게 된다"(129쪽). 즉 침체에 빠지게 되면 우리는 자신의 황폐한 상황을 통해 삶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어 다시 움직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 마이클 야코넬리에 따르면 우리의 뒤엉킨 삶은 하나님의 기회다. 하나님은 우리의 뒤엉킨 삶을 멀리하지 않으신다. 오히려 하나님께서 우리를 만나시는 곳이며, 하나님의 온전한 사랑에 눈을 뜨게 되는 곳이며, 하나님의 은혜로 우리를 변화시키시는 곳이다.

영적인 삶은 우리에게 힘든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하나님의 불가항력적 사랑, 즉 끈덕진 사랑은 결코 우리를 포기하지 않으신다. 독자는 이 책에서 바로 이러한 소망의 메시지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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