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칼럼

  • 송광택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 대표
    바울의 교회 글향기도서관 담당 목사
    한국기독교작가협회 고문대표 저서: 목회자 독서법(한언)
    E-mail songrex@hanmail.net

16세기 스페인의 신비주의자 아빌라의 테레사

송광택 | 2003.09.28 14:09
16세기 스페인의 신비주의자 아빌라의 테레사

아빌라의 성 테레사
엠마뉴엘 르노
대원사    


"어느 날 내가 교회당에 들어갈 때 일어난 일이었다. 거기서 나는 하나의 성스러운 상(像)을 보았다. 그 상은 온 몸이 상처로 찢긴 그리스도상이었다. 그것을 보았을 때 나는 온 몸이 고통스러울 정도로 열렬한 신앙심이 솟아났다. 왜냐하면 그 상은 성스러운 주님께서 우리들을 위해서 괴로움을 참는 것을 뚜렷이 상기시켜 주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앞에 몸을 숙이고, 폭포처럼 눈물을 흘렸다. 나는 성스러운 주를 배반하지 않도록 어떤 일이 있어도 이번에는 나를 강하게 붙잡아 달라고 애원했다"(아빌라의 테레사, 자서전 중에서) "참으로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든 착한 것을 사랑하고, 모든 착한 것을 바라고, 모든 착한 것을 권하고, 거듭 그것을 찬양한다"(완덕에의 길, 제40장에서)

   캐롤라인 마샬에 의하면,  아빌라의 테레사(1515-1582)는 "16세기 스페인의 가장 유명한 신비주의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테레사는 아빌라에서 스페인의 귀족 집안의 딸로 태어났다. 이 위대한 여성은 인간적인 정에 넘치고 자연미와 인간적 우정의 기쁨에 끄려 살아왔지만, 흘러가는 인생의 허무함 속에서 구하는 사랑에는 진실한 행복이 결코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끝까지 하나님을 추구하는, 하나님을 향한 끈기찬 신앙의 여정을 떠난다.  1536년 테레사는 아빌라에 있는 갈멜(카르멜) 수도원에 들어갔다. 그녀의 신심(信心) 생활은 중병으로 인해 한때 지장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녀는 1540년에 다시 그 수녀원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테레사의 마음 자세는 인간을 흐트려 놓는 모든 것에서 도피하여 심리적 균형에 도달하기 위해서 세속적인 욕망을 극복하려는 수도주의(修道主義)는 아니었다.

   교회는 당시 곤란한 시기를 겪고 있었다.  종교개혁의 결과로 신교는 유럽의 반을 차지하였다. 교회의 통일성이 깨어지는 과정을 보면서 그녀는 마음이 찢어지는 듯한 아픔을 느꼈다.  테레사는  스페인의 수도원들의 잘못된 상태를 개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부요한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개혁된 갈멜 수도회, 즉 아빌라의 성 요셉 수도회를 창설했다. 수년 안에 그녀는 16개소 이상의 수도원을 세웠다. 한편 테레사는 스페인 전역을 여행하면서 수도원을 조사하고 격려하고 그리고 개혁을 외쳤다.

   테레사는 16세기가 낳은 영적 생활의 위대한 교사이다. 물론 그녀의 종교적 '황홀경'(엑스터시)은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만드는데, 왜냐하면 그 경험은 심지어 에로틱(erotic)하기까지 하기 때문이다. 기본적 자세에 있어서, 테레사는 깊은 명상과 기도를 통해서 하나님과의 일치(하나됨)를 추구하였다. 이것은 심오한 경험과 사랑을 통해 하나님을 알려는 수도자의 추구였다. 테레사는 그것을 '신비적 결혼'이라고 묘사하였다. 그녀는 제2의 회심과 사랑을 통한 연합에 대해 말했다.

   테레사는 그녀의 글 중에서, 창끝에 불을 붙인 창을 가지고 천사가 스랍이 그녀에게  나타났던 엑스터시에 대해 묘사하였다.  베르니니(Bernini)는 이 장면을 보여주는 유명한 조각 작품을 로마에 남겼다. 그러나 그 조각은 테레사의 영성에 어울리지 않게(또는 그 정신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바로크식 조각의 사치스러운 분위로 가득차 있다. 그 천사는 그 창을 심장 깊숙이 꽂아서 그녀의 영혼에까지 이르렀다. 그녀는 하나님에 대한 사랑으로 뜨겁게 불타오르게 되었다. 그녀는 말하기를 그 체험이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러우면서도 동시에 감미로운 것이라고 했다. 그것은 신자와 하나님과의 신비적 연합에 대한 상징이었다.

   '하나님과의 만남' 체험은 테레사에게 새로운 생명력을 주고, 본래의 재능을 풍부하게 하였다. 그녀는 자기의 내부에서 끝없이 지고의 가치를 체험해 갔다. 그리고 그 체험들을 형제들의 유익을 위해서 나누어주었다. 그녀의 시야는 하나님의 사랑이 나아가는 모든 사람을 포함할 정도로 커져 갔다.
   테레사와 그의 동료들은 감성과 종교적 열정을 강조한 카톨릭 개혁의 정신을 대표한다. 이성에 대한 스콜라 신학자들의 강조는 하나님과의 개인적인 체험을 열망하는 사람들의 요구를 채워 주지 못했다. 테레사는 여성 가운데서 처음으로 '교회박사'로 선정되었다. 성녀 테레사가 생애를 보낸 아빌라는 해발 1200미터의 고지로 여름에는 너무나 덥고 겨울에는 너무나 추운 곳으로 알려져 있다. 테레사는 거기서 수도회의 개혁 문제로 괴로워하면서 고독과 함께 기도를 바쳤던 것이다.

   테레사의 삶은 영적 가치를 높이 평가하지 않는 물질주의적 사회에 사는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준다. 본서를 숙독한다면 테레사의 삶과 사상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요, 또한 한 여성의 영성의 깊이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엠마뉴엘 르노 신부는 현재 로마에서 갈멜 수도회의 총장 고문이라는 요직에 있는 신학자로 서인도의 과돌프 섬에서 태어났다. 그는 아빌라의 테레사에 관한 한 세계적인 권위자의 한 사람으로 프랑스의 카톨릭 출판사인 CDRT를 통해 많은 신학 서적을 발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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