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칼럼

  • 송광택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 대표
    바울의 교회 글향기도서관 담당 목사
    한국기독교작가협회 고문대표 저서: 목회자 독서법(한언)
    E-mail songrex@hanmail.net

바다 위에 내리는 은총

서중한 | 2003.08.28 20:06
일년에 딱 한 차례의 휴가, 목사님 두 가정과 함께 동해의 어느 바닷가에 군 제대이후 처음 텐트를 쳤습니다. 장마도 아닌 비가 내리더니 텐트를 접고 돌아가는 시간까지 쉼없이 쏟아 붓습니다. 아이들에게 바다의 광활함을 알려주려고 했는데 거친 파도 앞에 두려움만을 안고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비가 줄어 들 때쯤 나는 혼자 바다의 가장 자리에 섰습니다. 밀려오는 작고 큰 파도를 보면서 나는 그저 바다의 가장자리에 서 있을 뿐임을 생각했습니다. 노도(怒濤)의 바다로 인식되는 그 끝자리는 가장 현상적(現象的)인 공간일 겁니다. 함성과 같은 소리, 하얗게 쌓아올린 포말(泡沫), 단련된 바위와의 격돌과 화해.  나는 신학 수업을 거부하고 얼마간 뱃사람이 된 한 후배가 "바다가 아름다운 건 내가 디딜 땅이 있기 때문"이라던 말을 기억합니다. 내가 서 있는 터전에서 곧 바다의 가장자리에서 극명하게 드러나는 표면적인 현상들에 침잠하는 우리 시력의 한계를 꼬집는 말일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내가 볼 수밖에 없는 그 자리를 거부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그 자리에 정초(定礎)하는 삶에서 부단히 떠나려고 애쓸 뿐입니다. 내가 볼 수 있는 맨 밑바닥은 바다의 밑바닥이 아니라 그 표상(表象)일 뿐이지만 나는 그것만이라도 정성되이 바라보고 그 심중(心中)을 그려보며 살고싶습니다.

나는 하늘에서 내리는 비가 얼마나 많은 비인지 알지 못했습니다. 비록 바다의 표면일지라도 내가 바라볼 수 있는 제일 밑바닥을 바라보고서야 얼마나 많은 빗방울이 하늘로부터 나리는 지를 알았습니다. 거추장스럽고 편리한 모든 것들을 벗고, 직선적이고도 상향적인 현대인의 시선을 거두고서야 나는 내 바닥을 볼 수 있었습니다. 고맙고 감사한 일들 그 분의 가없는 은총의 방울들을 그제서 보았습니다. 바다의 가장자리일지라도 그 자리가 때론 바다의 마음을 드러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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