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칼럼

  • 송광택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 대표
    바울의 교회 글향기도서관 담당 목사
    한국기독교작가협회 고문대표 저서: 목회자 독서법(한언)
    E-mail songrex@hanmail.net

사람이 사람을 빛나게 합니다.

서중한 | 2003.06.29 00:47
잠 27,17
철이 철을 날카롭게 하는 것 같이 사람이 그 친구의 얼굴을 빛나게 하느니라


대학교 2학년 때의 일입니다. 20만원 사례를 받으시던 여전도사님이 나를 조용히 부르시더니 주머니에서 흰 봉투 하나를 꺼내셨습니다. 하나님이 주시는 것이라 생각하고 받으라는 간곡한 말에 멋쩍게 봉투를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오는 길에 봉투를 열어보니 10만원이 들어 있었습니다. 당시 내게 너무나 큰돈이었습니다. 대학 등록금이 37만원, 38만원일 때의 일입니다. 며칠 후 나는 전도사님에게 너무 큰돈이라 받을 수 없다고 말씀드렸더니 대꾸도 없으십니다. 너무 고마운 일이었습니다. 집안이 힘들다는 사실을 잘 알고 계셨던 여전도사님이 내게 베푼 사랑이었습니다. 그러나 충격은 그 후였습니다. 어느날 나는 그분이 교회건축 헌금으로 10만원을 매달 바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전도사님의 한달 사례가 20만원이었습니다. 교회 모퉁이에 주저앉아 참 많이 울었습니다.

본문말씀을 읽고 읽으니 20년 전의 그 일이 생각났습니다. 내 마음 깊이 새겨진 일이었나 봅니다. 한 달 사례를 털어 내시던 그 분의 얼굴이 생각났던 것이지요.

서로 부대끼면서 날카롭게 빛나는 철처럼 우리의 만남이 그런 빛나는 젊음이기를 바랍니다.
생각해보니 나는 당신을 빛나게 만드는 철이 아니었습니다. 나는 당신에게 돌 같은 말들을 무수히 날려보냈고 당신의 생각과 삶을 오히려 무디게 했습니다. 사과하는 것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나의 무례함에 대해 당신에게 용서를 구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내 힘으로 해결될 수 없는 거대한 삶의 질곡을 관(棺)에 누워있듯 빠짐없이 온몸으로 받아 냅니다. 관 뚜껑을 닫고 마지막 횡대(橫帶)를 덮을 쯤 생기는 생의 적막함이 산 사람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됩니다. 관계로 지쳐있는 서로에게 힘이 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내게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을 때는 당신을 끌어안을 수 있었지만 준열(峻烈)한 삶의 자리에서 당신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기에는 땅을 딛고 서 있는 내 힘이 너무 미약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서로의 생각을 갈아주고, 닦아주다 퍽퍽해질 때쯤 손에 한 웅큼의 물을 뿌려 더 큰 예지(銳智)의 날을 세울 수 있다면 고마운 일입니다. 하나님은 내게 함께 서는 일이 곧 홀로 서는 일임을 깨우쳐 주고 계십니다.  당신의 생각에 내 생각을, 당신의 말에 내 말을, 당신의 영혼에 내 영혼을 기대면 기댈수록 나도 당신만큼 단련되어 있음을 알리십니다. 사람이 사람을 단장시킵니다. 나는 오늘 당신을 곱게 단장하고 싶습니다. 내 사랑을 받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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