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칼럼

  • 송광택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 대표
    바울의 교회 글향기도서관 담당 목사
    한국기독교작가협회 고문대표 저서: 목회자 독서법(한언)
    E-mail songrex@hanmail.net

당신께 띄우는 편지(3)

서중한 | 2003.06.29 00:46
4월의 예수  

언젠가 당신은 '하필 그 분은 봄꽃 만발한 4월의 한 복판에서 죽음의 고난을 받으셨는가' 라고 말했습니다. 찬란한 봄 햇살 등에 업고 골고다를 오르시는 그 분의 모습에 못내 눈시울 붉혔다고 말했습니다. 나는 그 말이 당신의 지극히 감상적인 성향에서 나온 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교정에 핀 목련이 당신의 말을 돌아보게  했습니다. 순결한 목련 꽃송이들이 그 낙화(洛花)된 꽃잎과 너무 대조되어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아름다운 것의 비참한 끝을 알려주기나 하듯 송장처럼 썩는 꽃잎은 살짝 건드려도 상흔(傷痕)이 선명합니다. 다른 그 어떤 꽃보다 앞서 겨울을 끝장내더니 다른 꽃보다 먼저 생명을 다합니다. 당신은 죽음의 겨울을 끝내고 생명의 봄을 열고서는 그 생명 다른 꽃들에게 전하기 위해 새까맣게 탄 가슴으로 요절하는 목련의 행보 속에서 예수를 보았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이름 없는 들꽃까지 그 향기 날리게 하고서는 거름이 되어버린 목련 속에서 생명의 길잡이 되신 예수의 삶을 느꼈겠지요.

나는 당신의 그 눈물과 아픔이 그렇게 살지 못한 삶의 안타까움이었음을 알았습니다. 살아가면서 잊어버렸던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코로 냄새 맡는 모든 것들에 대한 섬세함을 당신이 일깨워 주었습니다.  
꽃잎 하나에 담긴 사연을 읽어내는 당신의 여린 시선이 둔해진 내 오감(五感)을 봄바람처럼 흔듭니다.
죽음에 직면해서가 아니라 살아 숨쉬는 동안 내 육신의 장막이 걷어지는 것을 어떻게 매일 경험하며 살수 있을까요. 나도 누군가의 향기를 날리게 하고서 흙을 베고 조용히 썩어 갈수 있을까요. 지금도 그 어디선가 4월의 예수, 그 분의 가슴에 얼굴을 묻을 당신에게 내 작은 엽서 띄웁니다.


계곡에 떠오른 별 나무 가지에 걸쳐놓고
홀로 성탄을 축하하다 눈물났습니다.
계곡도 얼음장 밑으로 밤새 울었는지
눈시울 붉어옵니다.
별은 강물 따라 흘러가고
바람도 패인 상처 따라 불어 올때 나는
가야할 길과 가지 말아야 할 길을 가르쳐 달라고
애원했습니다. 바위의 세월로 눈물 닦고 돌아서는데
하늘은 남은 눈물마저 씻어 내립니다.


그 날밤 계곡이 되어 함께 울었던 12월의 그분이
당신의 4월의 눈물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건승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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