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칼럼

  • 송광택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 대표
    바울의 교회 글향기도서관 담당 목사
    한국기독교작가협회 고문대표 저서: 목회자 독서법(한언)
    E-mail songrex@hanmail.net

개척 이야기 - 짧고 굵게가 아니라 가늘고 길게

서상진 | 2019.01.24 09:58

미래로교회에 2012년 4월부터 사역을 시작했으니 벌써 만6년이 다 되어 갑니다. 이 시간 속에서 참 많은 일들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어렵고 힘들었던 일들, 난감했던 일들, 어떻게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난감했던 일들, 그러나 그런 목회의 어려움 속에서도 목회의 끈을 놓을 수 없었던 이유는 소소한 목회의 기쁨과 감격 때문이었습니다. 처음 시작해보는 담임목회, 처음 시작했기에 어느 정도 셋팅이 되어 있는 교회에서 시작을 했더라면 이런 경험을 하지 않았을 법 했지만, 아무 것도 없고, 교회의 예배당만 덩그러니 있는 상태에서 시작한 담임목회의 첫 출발이었기 때문에 분명히 답답함이 많이 있었습니다. 저의 성격상 무엇이든 빨리 시작하고, 빨리 결정을 짓고, 빨리 결과를 보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나의 기질대로 하나도 되지 않고, 오히려 발걸음을 더디게, 천천히 해야 한다고 하는 새로운 방향성을 얻게 하심은 저에게 큰 도전이었습니다.

이제 와서 생각을 해보니, 그 당시에 무엇인가를 얻겠다고 교회의 몇 안되는 성도들을 다그치고, 그들에게 채찍질을 가했다고 한다면, 아무 것도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참치 못하고, 인내하지 못하고, 기다리지 못하는 젊은 목회자의 실수를 저 또한 되풀이 하면서 그렇게 교회를 더욱 힘들게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때 우리 시찰의 개척한 지 20년이 넘게 목회를 한 어느 목사님의 설교가 저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그 설교의 핵심은 다른 것 다 기억나지 않았는데, '개척 목회는 버티는 것이다' 라는 말씀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버팀에 대한 성경의 확신과 하나님의 말씀의 인도를 받으며, 꾸준하게 책을 읽고 묵상하는 시간을 가진 것이 오늘의 나를 만들어 낸 유일한 길이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에 하는 나의 목회가 그리 성공적인 것도 아니고, 대단한 것도 아니고, 처음 시작할 때보다 나아진 것은 별로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나와 성도들의 마음 속에 하나님의 말씀대로 행하기만 하면, 언제가는 하나님께서 우리의 기도를 이루어주신다는 확신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다시금 교회에 대한 안목을 새롭게 열어주었던 한스 퀸의 교회란 무엇인가를 다시 읽고 정독하면서, 또한 구원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 김세윤 박사의 책들을 다시금 읽어가면서 구원이 무엇이고, 교회가 무엇이고, 우리의 삶이 어떤 식으로 변화가 되어야 하는지를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고, 목회를 해야 할 사람도 없고, 누구하나 전화 한통 걸려와서 식사를 하자고 하는 사람도 없었던 그 시절, 홀로 사무실에 앉아서 성경과 독서로 씨름하던 약 3년 간의 시간은 내 자신이 다시금 하나님 앞에서 바로 설 수 있는 소중한 시간들이었습니다. 교회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성도들을 모아 놓고, 교회의 장단기 비전을 발표한다고 하면서 3년 차의 목표치, 5년 차의 목표치, 10년 차의 목표치를 숫자로서 정하고, 그것이 교회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식의 조급함도 저에게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시금 하나님의 말씀 속에서, 그리고 독서를 통해서 얻어진 새로운 사실은 내가 행하고자 했고, 추구하고자 했던 것들이 사실은 허수였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요즘 꽤 많은 성도들이 저희 교회에서 예배를 드립니다. 작년에 비해서 30-40%정도 성도들이 더 오는 것 같습니다. 유치부 예배도 시작을 했더니 9-11명 정도의 아이들과 함께 예배를 드립니다. 성도들이 참 좋아하고, 기뻐하고, 무엇인가 되어져 간다고 생각하고 느껴지는 이 때에 저는 더 신중해지고, 다시는 예전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아야겠다고 하는 결심 속에서 제 자신을 다잡아 봅니다. 어제 설교 준비를 하면서, 바울이 산헤드린 공회에서 바리새인과 사두개인이 가지고 있는 가장 민감한 신학적 문제인 부활의 문제를 부각시킴으로 공회 자체가 큰 혼란에 빠지게 됨을 보게 되었습니다. 산헤드린 공회원들이 바울을 재판하기 위해서 하나되어 모였지만, 내부의 문제를 통해 분열이 되었다고 한다면, 한 공동체가 무너지는 것도 결국 내부의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제가 섬기는 교회를 다시금 보게 됩니다. 새로오신 분들이 많아졌기에 결속력은 더욱 약해졌을 것이고, 그러다 보면 하나됨의 의미도 예전보다는 더 약해졌을 것입니다.

새로오신 분들이 적응하는 기간도 필요하고, 기존의 교인들과 하나될 수 있는 시간도 필요할 이 때에, 교회의 어떤 내부적인 문제로 인해서 갈등이 일어나, 하나됨이 분열된다고 한다면, 더 안 좋은 상황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은 눈에 보듯 뻔한 일입니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기 보다는 미리미리 예방하고, 서로를 알아감에 있어서 성령의 하나되게 하심을 지켜 나간다고 한다면, 분열됨은 사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 목회는 짧고 굵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가늘고 길게 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고, 성급하게, 급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신중하게,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기도하는 마음을 가지고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이 교회에 주신 사명들을 다시금 되새기며, 본질을 찾아가는 목회를 해야 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겉이 아니라, 속이며, 결과가 아니라 과정임을 다시금 생각합니다. 저는 가늘고 길게 목회할렵니다. 차근차근 기초부터 다시 다지고, 다져서 어떤 어려움에도 흔들리지 않는 교회로 자라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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