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칼럼

  • 송광택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 대표
    바울의 교회 글향기도서관 담당 목사
    한국기독교작가협회 고문대표 저서: 목회자 독서법(한언)
    E-mail songrex@hanmail.net

익숙한 것이 익숙한 것이 아닐 수 있다

문양호 | 2016.05.10 12:18


   

1.

얼마 전 대형마트에서 있었던 일이다.

물건을 고른 뒤 계산하려고 하는데 제품 하나가 5,590원으로 알았는데 계산대에 찍히기는 7,900원으로 나오는 것이었다. 그래서 캐셔 맡은 분에게 내가 본 것과 가격이 다르다고 이야기하자 담당 매대 직원에게 연락을 하더니 바코드 상으로는 맞는데 표시해놓았던 가격을 변경하지 않아 발생된 일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미 바코드 상으로 등록된 가격이 있어서 계산대에서 변경은 불가능해서 일단 바코드상의 가격으로 처리한뒤 고객센터에서 보상처리해주겠다고 한다. 그리곤 매장 직원이 내가 산 제품을 들고 가더니 고객센터에서 처리하는 것을 돕는다. 카드 취소 및 재계산을 한 뒤 물건과 함께 5,000원 마트 상품권을 제시한다. 그래서 이것은 무엇이냐고 했더니 보상해주는 것이라고 한다.

 

물건과 상품권을 들고 나오면서 드는 생각.

아까 고객센터로 가면서 매장 직원이 한 보상이야기가 이것을 가리키는 구나 하는 것을 그제서야 깨닫는다.

또 하나 이렇게 일처리를 하면서 서녀명의 직원을 만났지만 어느 누구도 죄송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이러한 진행에 대해 이런 경우 어떻게 처리되는 것이 설명을 해주는 이들도 없었다.

그분들에게는 이러한 일들이 자주 일어나는 일이기에 일상적인 업무로 처리하는 일중의 하나일 것이다. 솔직히 잘못된 업무처리에 보상까지 해주는 것은 고객의 입장에서는 기분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떤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이러한 일이 일상적이거나 익숙하지 않은 고객에게는 설명해주는 것이 도리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적절한 보상과 사과는 별개의 문제다. 고객을 위한 적절한 조치와 진정성은 좀 다른 것일 수 있다.

그들에게는 익숙하지만 고객에게는 익숙한 것이 아닐 수 있음을 그 대형마트는 알아야 했다.

 

2.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런 실수를 나도 하곤 한다. 내겐 익숙한 말과 행동이 남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잊곤 한다. 특히 목회자로서 성도들을 대할 때 그런 실수를 하곤 한다. 목회자에겐 익숙한 교회 환경과 문화가 초 신자나 새신자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것일 수 있음을 잊곤 한다. 또 기독인으로서 하나님께 관심은 있지만 아직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이들을 만날 때 내게는 익숙한 교회 언어와 단어로만 그들을 대하고 복음을 설명하고 상담하곤 할 때가 있곤 하다. 내게 익숙한 언어와 행동이 그들에게는 외국인을 대하는 것과 알아들을수 없는 언어일수 있음을 잊는다.

종종 어떤 일을 보는 관점도 그렇다. 목회자로서 보기에는 너무나 당연한 일들이 성도들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잊을 때가 있다. 내겐 쉬운 결정이 세상과 사회 속에서 부딪혀 살아가는 성도에게는 결코 쉽지 않고 많은 고민과 갈등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을 잊는다. 어떤 때는 그에게 닥친 시험을 이겨내기에는 아직 그의 신앙적 성숙과 체력이 미진 할 수 있고 목회자입장에서는 그 말이 정답일수는 있지만 직접 겪어보지 않았기에 그 정답을 이루어내기에 치러야 할 대가와 희생과 고민을 미처 깨닫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목회자는 범하곤 한다.

 

성도도 마찬가지이다. 성도의 입장에서 목회자를 대할 때 성도의 익숙한 언어로 다가가다 보면 목회자를 영적 리더보다는 그저 세상물정 모르는 풋내기로 이해하거나 조금의 번민도 없고 이슬만 먹는 신선같이 세상의 물질과는 무관하고 돈없이도 사는 이로 오인하는 경우들도 있다.

성도와 목회자의 관계는 차치하고서라도 공동체 속에서도 이런 일은 일어난다. 내게 익숙한 언어와 관점에서 상대를 대하다보면 교회내에서 많은 갈등을 겪곤 한다. 교회내의 많은 갈등과 분쟁의 적지 않음은 이런 데서 나옴 아닐까?

 

이런 일은 교회가 세상을 대할 때도 일어난다. 교회의 언어로 세상에 이야기하면서 왜 이해하지 못하냐고 이야기하곤 한다. 왜 우리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느냐고 말하곤 한다. 지금 세상과의 부딪힘 중의 적지 않은 것은 틀린 것은 아닌데 우리에게 익숙한 것을 세상에 설명없이 마구 내어놓기 때문은 아닐까? 맞아도 알아듣게 이야기 한다.

내게 익숙한 것이 당신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것일수 있음을 우리는 자주 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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