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칼럼

  • 송광택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 대표
    바울의 교회 글향기도서관 담당 목사
    한국기독교작가협회 고문대표 저서: 목회자 독서법(한언)
    E-mail songrex@hanmail.net

삐-----------------(수정)

문양호 | 2016.08.25 11:4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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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K, H, 두 지인과 함께 차를 탔는데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10년을 몰던 매그너스를 정리하고 L사 하이브리드 차를 몇 달 전 자의반 타의반 사게 된 H의 차에서 나는 소리다. 일정한 간격으로 소리가 들린다. 무슨 소리인가 했더니 보조석에 탔던 K가 안전벨트를 매지 않아서 나는 경고음이란다. 기껏해야 운전석에 안전벨트를 매지 않을 때 계기판에 뜨는 경고표시만 보던 촌놈으로서는 보조석에서 나는 경고음은 신기했다.

 

그런데 보조석에선 안전벨트를 매는 것이 습관이 안 되어서인지 이후에도 우리가 몇 번 이동하면서 다시 출발할 때마다 K는 안전벨트를 매지 않아 몇 차례 경고음 소리를 듣게 했다.

 

우리 인생에도 가끔씩 이런 경고음이 울릴 때가 있다.

 

발람이 잘못된 길로 갈 때 발람이 원하는 바와 달리 죽이려는 천사를 피해 나귀가 담벼락으로 그를 몰아갔던 것처럼, 우리가 잘못행할 때 하나님은 우리에게 경고음을 울리시곤 한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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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K는 운전 습관이 바로 안전벨트를 매지 않거나 또 매더라도 대충 매곤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차의 센서는 민감했다. 경고를 내는 데도 빨리 안 매거나 대충 매는 흉내만 내면 경고음을 내는 간격이 점차 빨라졌다. 그럼에도 한동안 그리고 수차례 K는 자신이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던 것을 의식하지 못하곤 했다. 운전자였던 H와 내가 알려줘야 안전벨트를 매곤 했다.

 

십년 전인가 차에 처음으로 네비게이션을 달았을 때다 - 네비게이션이 시동을 건 후에 이십분은 족히 넘어야 정상적인 작동이 되어서 처음에는 원래 그런 건가, 아니면 겨울이라 그런 건가 하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다가 결국 이상을 느껴 서비스 센터에 연락했지만, 아주 불친절해서 결국 며칠만에 반품하고 다른 회사제품으로 바꾸고 말았다 - 네비게이션을 단지 얼마 안 되어 몇 년만에 가족 나들이를 하러 동해쪽으로 겨울에 가던 때였다. 그 네비게이션은 과속카메라를 알리는 경보음이 처음에는 일정기간 간격을 두고 띄엄띄엄 울리더니 과속 카메라에 가까워질수록 신호는 빨라졌고 일이백 미터 앞에서는 마치 미친 것처럼 화면까지 붉어지며 연달아 경고를 날리던 것이 기억난다.

 

우리네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경고음을 주시더라도 우리의 악한 심령은 깨닫지 못할 수 있다. 나쁜 습관과 악에 익숙해져 정작 들어야 할 소리를 듣지 못할 수 있다. 그럴 때 하나님은 여러 가지 형태로 우리에게 경고를 주신다.

 

오래전 세서미 스트리트라는 프로그램에서 아이들에게 신호등을 가르치면서 ‘walk’‘don’t walk’를 알려주던 것이 생각난다. 무언가 딴 생각에 빠져 있는 이에게 곳곳에서 ‘don’t walk’ 메시지가 나타난다. 신호등에서 맨홀뚜껑이 없는 하수구 앞에서, 낙하물 위험이 있는 공사장에서 ‘don’t walk’를 알리지만 주인공은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아슬아슬하게 피해간다. 개인만 모를 뿐이다.

 

우리도 그럴 때가 있다. 우리 주위에서 경고를 알리고 심지어 지인들이 나의 문제와 위기를 알리지만 깨닫지 못하면 그 강도는 더욱 세지곤 한다. K는 결국 우리의 채근에 안전벨트를 매었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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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사람 중에 사고율은 얼마나 될까? 아마도 죽은 사람보다는 산사람이 많을 게다. 아무리 신호가 울려도 우리는 그 경고를 무시할 수 있다. 그 경고음이 귀에 거슬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도 조금 무뎌지면 그런 데로 무시하고 살 수도 있을 것이다. 안전 밸트 좀 안 맨다고 당장 죽을 것도 아닐 텐데... 귀에 거슬리는 것보다 자유로움을 택하는 이들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벼락을 내가 지금 안 맞았다고 영원히 안 맞는다는 보장은 누구도 할 수 없다. 차의 안전벨트도 마찬가지지만 인생의 경고음이 울릴 때, 우리 주위에서 여러 가지로 우리에게 말하는 경고와 알림의 소리에 우리는 반응해야 한다. 늦게라도 주위의 깨우침에 반응할 때 우리는 안전벨트를 맬 것이고 죽음의 질주를 멈출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무딤과 완악함으로 계속 그 경고를 무시한다면 결국 우리에게 경고를 알리던 경고음은 우리의 심장이 더 이상 울리지 않을 것임을 알리는 소리로 바뀔 것이다.

 

-------------------------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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