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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그리스도인들의 작가 수업
2021 세움북스 신춘문예 작품집/권영진 외 12명/세움북스/정현욱 편집인
갑자기 80년대 유행했던 문학의 밤이 생각난다. 일 년에 한두 번 대부분의 교회에서 문학의 밤을 열었다. 중고등부가 주축이 되어, 찬양도 하고 율동도 하고, 시도 낭송했다. 유명한 작가의 시도 있었지만 대부분 자신이 직접 창작한 시였다. 물론 철저히 기독교적인 내용으로.
예를 들면 이런 식이었다.
[찬란한 태양! 너는 모든 만물보다 정열로 타오르고 있구나. 하지만 너는 하나님의 피조물인 것을 잊지 마라. 너는 하나님을 위해 빛을 발해야 한다. 오! 주님, 진토와 같은 저를 태양의 빛처럼 빛이 나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낭송이 끝나면 박수를 치며 다들 좋아해 주었다. 당시만 해도 문학소녀가 아닌 이들이 없었고, 관심이 있든 없든 글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려 했다.
구태여 오래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아도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의 창조적 사역을 잇는 자들이다. 기독교는 언어의 종교이며, 문자의 종교이다. 출애굽은 보는 신의 개념에서 ‘말씀하시는 신’으로 전환시킨 혁명적 사건이다. 신앙의 본질은 ‘청종’에 있다. 곧 기독교는 언어적 종교인 것이다. 구약의 선지자들은 말씀을 귀로 듣고 입술로 전하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기록’했다. 예수님은 광야에서 40일 동안 금식한 다음 사단과 논쟁했다. 예수님께서 사용한 것은 오직 ‘기록된 말씀’이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작가가 된다는 것은 하나님의 창조적 행위를 본받는 것이자 위임받은 사역을 감당하는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은 끊임없이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존재이어야 한다. 누군가는 말로, 누군가는 행위로, 누군가는 글로. 이번에 세움북스에서 그 어떤 기독교 출판사도 도전하지 않았던 놀라운 이벤트를 열었다. ‘2021 세움북스 신춘문예’를 개최한 것이다. 필자는 강인구 세움북스 대표에게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결과가 좋든 그렇지 못하든 이미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이 책은 고르고 골라 13개의 글을 선별해 한 권에 담았다. 놀라운 건 소설이 6편이라는 사실이다. 더 많은 원고들이 들어왔을 것이다. 성경의 내용을 각색한 것도 있고, 과학자답게 인류의 진화의 문제를 소설로 그려나간 김영웅의 <인간, 영적인 존재>도 있다.
수필은 미수상작까지 포함하여 모두 7편을 실었다. 수필은 전체적으로 개인체험을 위주로 글을 쓴 탓인지 간증 문을 읽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아쉬운 점은 대부분의 목회자이거나 사모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이 부분은 참으로 아쉽다. 또 하나의 아쉬움은 과도하게 신앙적이라는 점이다. 소설도 그렇거니와 수필도 애써 좋은 점을 강조하려는 점과 교훈조의 흐름은 기독교 작가들은 주의해야 한다. 최대한 종교적 색채를 빼야 한다. 그래도 철저히 종교적이다.
첫술에 배부르기를 바라는 것이 욕심이긴 하지만, 내년에 할 때는 주제를 정하는 것도 좋아 보인다. 세밀한 주제보다는 몇 가지의 주제를 던져주고 통일성 있는 글을 요구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아마도 글을 처음 쓰는 이들은 글을 쓴 다는 것 자체가 고난이다. 미흡한 부분이 적지 않지만 그대로 첫 삽을 떴으니 앞으로 더 좋은 작품들이 나오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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