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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겸손한 도미니언'을 찾는 과정
도미니언/톰 홀랜드/이종인/책과 함께/김석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서 스파이더맨은 특유의 재치와 분석으로 자신이 만난 위기를 잘 통과해낸다. 만약, 스파이더맨을 영국의 배우 ‘톰 홀랜드’가 아닌 다른 배우가 연기했다면 과연 MCU의 스파이더맨에게 많은 이가 공감할 수 있었을까? 캐릭터의 특성 때문에 연기하는 배우에 따라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 않겠지만, 나는 톰 홀랜드가 스파이더맨을 잘 묘사했다고 생각한다.
이 책, <도미니언>을 영국의 역사가이자 작가인 (또 다른) ‘톰 홀랜드’가 쓰지 않았다면, 아마도 이 책은 시시한 책이 되었을 지도 모르겠다. 자칫하다가는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에 역사적 사실을 끼워 맞추려는 시도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사실, 초반에는 내용이 그렇게 잘 들어오지 않았다. 그렇지만 점점 작가의 전개 방식에 익숙해지면서 어느 새 그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책을 다 읽고 보면 왜 그런 형식으로 서술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도미니언>은 3부 21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어판으로 856쪽이다. 미주와 참고문헌과 찾아보기를 포함한 분량으로 소위 말하는 ‘벽돌책’에 해당된다고 하겠다. 각 장은 3개의 연결되는 역사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이 이야기들은 작가의 실력과 배치로 각 장을 설명하는 하나의 단어 아래서 모아진다. 내가 초반에 집중하지 못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 있었다. 그러나 저자가 세 이야기를 한 단어로 묶어 놓았는지를 생각하면서 읽는다면 저자의 의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자신의 의도를 처음부터 대놓고 드러내지 않는다. 점진적으로 조금씩,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 다 보여준다. 그래서 이 책은 어찌하든지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어야 한다. 만약 도중에 멈추면, 미궁에 빠지게 될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역사 이야기는 서양사와 교회사에 대한 지식이 있는 독자에게 익숙한 것도 있고, 생소한 것도 있다. 그런데, 그 생소한 것도 익숙한 것과 연결되고 저자가 잘 이끌어주니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심지어 현재 독일의 총리인 앙겔라 마르켈도 등장한다. 이는 이 책이 2019년에 처음 나온 것을 반영하는 것이다. 책 뒷부분에 옮긴이의 말이 있다. 일종의 해제인데, 책을 읽기 전에 먼저 읽어도 되고, 책을 다 읽은 후에 읽어도 된다. 그것이 방해가 될지, 아니면 도움이 될지는 독자의 판단에 있다. 나는 후자를 추천한다.
<도미니언>은 주도권, 지배, 통치를 의미한다. 제목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여전히 기독교가 적어도 서구에서는 ‘유효’하다는 것이다. 책의 부제가 이를 설명하고 있다. 과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나는 ‘지배’라는 말보다는 ‘유효’가 더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정당한지 아니면 그렇지 않은지는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기 바란다.
저자는 이 과정을 흥미롭게 추적한다. 제국의 지배와 박해를 받았던 이 종교가 어떻게 제국을 지배하고 또 다른 종교와 사상을 박해하는 종교가 되었는지, 더 나아가 기독교와 관계없어 보이는 여러 사상과 역사적 사건이 어떻게 기독교와 관계하고 있는지 그 나름의 관점에서 잘 보여주었다. 그 과정에서 기독교가 어떻게 지배권을 행사했고, 어떻게 그 지배를 상실하게 되었는지, 그러한 가운데서도 기독교의 영향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배후에서 그 자신이 여전히 살아있고 유효한지를 묘사하고 평가하고 있다.
일례로 저자는 비틀즈에게도 기독교의 영향이 보인다고 말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그들의 노래는 기독교적이지 않다. 오히려 무신론에 아주 가깝다. 이를 분석하는 저자의 통찰은 주목할 만하다.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웨스트민스터신학교의 변증학 교수였던 코넬리우스 반 틸의 사상이 생각났다. 그는 모든 인간이 하나님과 언약을 지키는 자 아니면 언약을 파기하는 자로 관계하고 있다고 했다. 즉, 인간은 하나님과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도미니언>에 적용하면, 적어도 서구인은 자신이 인정하든 그렇지 않든 기독교와 관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의식구조에는 수많은 시간을 거쳐 형성된 기독교의 가치관이 깊이 자리하고 있어서 완전히 빼 낼 수 없음을 톰 홀랜드는 말하고 있다. 그 예로 혐신론자인 리처드 도킨스를 들고 있다.
책 시작에는 아우구스티누스, 니체, 비틀즈의 멤버인 존 레논과 폴 맥카트니의 말이 있다. 저자는 그들의 말을 인용하여 세속적인 차원에서 기독교의 갈 길, 다른 말로 기독교가 유효하기 위해서, 낮아진 상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사랑을 ‘바르게’ 실천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이 과연 정당한지 책을 읽고 독자들이 곰곰이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나는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임과 의무라는 면에서 그의 말이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기독교가 당하는 일들은 나의 생각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
사실, <도미니언>은 사랑의 실천과 적용이라는 관점에서 기독교와 서양의 역사를 조망한 책이다. 그렇지만 저자가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단지 서양에만 적용되지 않는다고 본다. 기독교는 보편적인 종교이다. 서양을 비롯한 전 세계 어디서든지 그 복음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도 그러하다. 지금 한국의 기독교는 서양의 기독교와 같지 않지만, 외부로부터 좋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과거에는 선한 영향력을 드러내었던 한국의 기독교가 이제는 미움과 멸시를 당하고 있다.
과연 무엇이 문제인가? 기독교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그것을 받아들이고 적용하는 많은 사람의 문제이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성경이 가르치는 것과 함께 주변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이 책은 서양의 역사를 통해 우리에게 ‘주변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그것이 성경의 가르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이상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좋겠다. 그렇게 할 때 기독교는 소망의 이유에 대해 모든 사람 앞에서 겸손하게 자신의 소리를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겸손한 ‘도미니언’이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서 스파이더맨은 특유의 재치와 분석으로 자신이 만난 위기를 잘 통과해낸다. 만약, 스파이더맨을 영국의 배우 ‘톰 홀랜드’가 아닌 다른 배우가 연기했다면 과연 MCU의 스파이더맨에게 많은 이가 공감할 수 있었을까? 캐릭터의 특성 때문에 연기하는 배우에 따라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 않겠지만, 나는 톰 홀랜드가 스파이더맨을 잘 묘사했다고 생각한다.
이 책, <도미니언>을 영국의 역사가이자 작가인 (또 다른) ‘톰 홀랜드’가 쓰지 않았다면, 아마도 이 책은 시시한 책이 되었을 지도 모르겠다. 자칫하다가는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에 역사적 사실을 끼워 맞추려는 시도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사실, 초반에는 내용이 그렇게 잘 들어오지 않았다. 그렇지만 점점 작가의 전개 방식에 익숙해지면서 어느 새 그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책을 다 읽고 보면 왜 그런 형식으로 서술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도미니언>은 3부 21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어판으로 856쪽이다. 미주와 참고문헌과 찾아보기를 포함한 분량으로 소위 말하는 ‘벽돌책’에 해당된다고 하겠다. 각 장은 3개의 연결되는 역사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이 이야기들은 작가의 실력과 배치로 각 장을 설명하는 하나의 단어 아래서 모아진다. 내가 초반에 집중하지 못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 있었다. 그러나 저자가 세 이야기를 한 단어로 묶어 놓았는지를 생각하면서 읽는다면 저자의 의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자신의 의도를 처음부터 대놓고 드러내지 않는다. 점진적으로 조금씩,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 다 보여준다. 그래서 이 책은 어찌하든지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어야 한다. 만약 도중에 멈추면, 미궁에 빠지게 될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역사 이야기는 서양사와 교회사에 대한 지식이 있는 독자에게 익숙한 것도 있고, 생소한 것도 있다. 그런데, 그 생소한 것도 익숙한 것과 연결되고 저자가 잘 이끌어주니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심지어 현재 독일의 총리인 앙겔라 마르켈도 등장한다. 이는 이 책이 2019년에 처음 나온 것을 반영하는 것이다. 책 뒷부분에 옮긴이의 말이 있다. 일종의 해제인데, 책을 읽기 전에 먼저 읽어도 되고, 책을 다 읽은 후에 읽어도 된다. 그것이 방해가 될지, 아니면 도움이 될지는 독자의 판단에 있다. 나는 후자를 추천한다.
<도미니언>은 주도권, 지배, 통치를 의미한다. 제목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여전히 기독교가 적어도 서구에서는 ‘유효’하다는 것이다. 책의 부제가 이를 설명하고 있다. 과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나는 ‘지배’라는 말보다는 ‘유효’가 더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정당한지 아니면 그렇지 않은지는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기 바란다.
저자는 이 과정을 흥미롭게 추적한다. 제국의 지배와 박해를 받았던 이 종교가 어떻게 제국을 지배하고 또 다른 종교와 사상을 박해하는 종교가 되었는지, 더 나아가 기독교와 관계없어 보이는 여러 사상과 역사적 사건이 어떻게 기독교와 관계하고 있는지 그 나름의 관점에서 잘 보여주었다. 그 과정에서 기독교가 어떻게 지배권을 행사했고, 어떻게 그 지배를 상실하게 되었는지, 그러한 가운데서도 기독교의 영향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배후에서 그 자신이 여전히 살아있고 유효한지를 묘사하고 평가하고 있다.
일례로 저자는 비틀즈에게도 기독교의 영향이 보인다고 말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그들의 노래는 기독교적이지 않다. 오히려 무신론에 아주 가깝다. 이를 분석하는 저자의 통찰은 주목할 만하다.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웨스트민스터신학교의 변증학 교수였던 코넬리우스 반 틸의 사상이 생각났다. 그는 모든 인간이 하나님과 언약을 지키는 자 아니면 언약을 파기하는 자로 관계하고 있다고 했다. 즉, 인간은 하나님과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도미니언>에 적용하면, 적어도 서구인은 자신이 인정하든 그렇지 않든 기독교와 관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의식구조에는 수많은 시간을 거쳐 형성된 기독교의 가치관이 깊이 자리하고 있어서 완전히 빼 낼 수 없음을 톰 홀랜드는 말하고 있다. 그 예로 혐신론자인 리처드 도킨스를 들고 있다.
책 시작에는 아우구스티누스, 니체, 비틀즈의 멤버인 존 레논과 폴 맥카트니의 말이 있다. 저자는 그들의 말을 인용하여 세속적인 차원에서 기독교의 갈 길, 다른 말로 기독교가 유효하기 위해서, 낮아진 상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사랑을 ‘바르게’ 실천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이 과연 정당한지 책을 읽고 독자들이 곰곰이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나는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임과 의무라는 면에서 그의 말이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기독교가 당하는 일들은 나의 생각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
사실, <도미니언>은 사랑의 실천과 적용이라는 관점에서 기독교와 서양의 역사를 조망한 책이다. 그렇지만 저자가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단지 서양에만 적용되지 않는다고 본다. 기독교는 보편적인 종교이다. 서양을 비롯한 전 세계 어디서든지 그 복음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도 그러하다. 지금 한국의 기독교는 서양의 기독교와 같지 않지만, 외부로부터 좋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과거에는 선한 영향력을 드러내었던 한국의 기독교가 이제는 미움과 멸시를 당하고 있다.
과연 무엇이 문제인가? 기독교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그것을 받아들이고 적용하는 많은 사람의 문제이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성경이 가르치는 것과 함께 주변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이 책은 서양의 역사를 통해 우리에게 ‘주변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그것이 성경의 가르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이상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좋겠다. 그렇게 할 때 기독교는 소망의 이유에 대해 모든 사람 앞에서 겸손하게 자신의 소리를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겸손한 ‘도미니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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