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쉽게 시작해 깊이 이해하는
조직신학이란 말 자체가 우리들에게 주는 부담감이 있다. 조직신학을 영어로 “Systematic Theology”라고 한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이성을 하나님이 자신을 드러내는 계시의 수단으로 보고, 성경을 체계적인 관점으로 탐구하는 학문영역이 조직신학이다. 그렇기에 기존의 조직신학은 방대하다. 논리적이고 철학적이다. 신학이라고 하는 것이 이단과 이교도의 진리 논쟁과 그 논쟁에 대한 변증으로 형성되었기에, 조직신학은 성경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조직신학이 변증으로 발전된 것이기에 매우 논리적이고 철학적이다. 그런 이유로 개념 자체가 어렵고, 문체도 쉽지 않기에 목회자들만 봐야 하는 학문으로 여겨지는 선입관이 우리들에게 있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 조직신학은 쉽게 접할 수 있다. 사도신경, 십계명, 주기도문과 같은 해설이 조직신학의 한 분야라고 할 수 있고 다양한 신앙고백이 조직신학을 근거로 한 것이라고 한다면, 조직신학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인 조직신학의 책들을 보면, 서론으로 시작을 해서, 신론, 인간론, 기독론, 구원론, 교회론, 종말론의 순서로 기록이 되어 있다고 한다면, 본 책도 그 순서에 따라서 배열은 되어 있지만, 필요에 따라 임의적으로 순서를 변경하기도 했다. 특별히 기존의 조직신학에서 말하는 성경의 구절과는 전혀 상이한 구절이 각 장마다 배치가 되어 있다.
이 책은 두 권의 책으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첫 번째 책에서는 신론과 성경론, 그리고 하나님의 작정과 삼위일체를 비롯한 신론, 그리고 죄와 기독론 일부가 기록되어 있고, 앞으로 나올 두 번째 책에서는 구원론과 교회, 그리고 종말에 대해서 다루게 된다.
이 책의 재미가 있는 점은 우리가 잘 아는 성경의 본문과 사건을 조직신학적인 관점에서 풀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조직신학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엘리 시대에 블레셋과의 전쟁에서 패배한 이스라엘이 언약궤를 전쟁터로 가지고 온 이야기를 기록한다. 조직신학의 관점에서 성경을 읽어야 한다고 하는 것을 말하는 곳에서는 룻기의 사건을, 하나님을 아는 지식에서는 마태복음 25장의 달란트 비유가 등장을 한다. 삼위일체를 설명할 때는 물 위를 걸으신 예수님께서 ‘내니 두려워하지 말라’에서 자기를 드러내신 ‘내니’ 라고 하는 말을 가지고 예수님의 하나님되심을 설명하기도 한다. 성경에서 일어난 다양한 사건을 예로 들면서 삼위일체가 우리의 삶 속에서 어떤 적용점으로 다가올 수 있는지도 설명해 준다.
하나님의 작정의 부분에서는 ‘미리 아셨다’라는 의미와 ‘미리 정하셨다’라는 의미를 차별적으로 설명해 줌으로써 하나님의 작정에는 변함이 없고, 하나님의 다스리심과 하나님께서 선한 의지로 시작하신 일에는 어떤 일에도 방해받지 않음을 자세히 설명을 한다. 그리고 성경의 예로서 요셉이 형제들의 미움을 받아 애굽으로 팔려갔지만,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요셉은 자신이 팔려온 상황을 하나님께서 선으로 바꾸게 하심으로 우리 민족을 구하게 하셨다고 하는 말을 한다. 요셉이 총리가 되는 것이 미리 정해져 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누구도 하나님의 선한 의지를 꺾을 수 없고, 다스리심에 벗어날 수 없음을 강조한다. 창조에 대한 부분도 노아 홍수 이후에 하나님께서 노아에게 내리신 생육하고 번성하라고 하는 말씀을 창조 때 아담에게 주신 말씀과 연관을 시켜서 설명을 한다.
이러한 내용들이 처음부터 책의 마지막까지 계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그리고 각 장의 마지막 부분에는 그 장에서 말했던 사항들을 조직신학적으로 다시금 재해석을 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조직신학자들의 책들 속에 있는 중요한 부분들을 인용을 해서 기록함으로 앞에서 제시한 다양한 내용들을 논리적이고, 철학적으로 정리를 해 놓았다. 또한 각 장의 정리를 하는 부분에서는 ‘한 걸음 더 조직신학’이라고 하는 챕터를 통해서 그 장에서 말했던 내용들을 내 삶 속에서 어떻게 적용하고 재해석할 수 있는지에 대한 3-4가지 질문을 적어 놓음을 통해서 읽고 이해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독자로 하여금 다시금 자신의 삶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동기를 유발해 놓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조직신학은 성경을 읽고 신앙을 함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해 주었다는 것이다. 어려운 학문을 쉽고, 다양하고, 보편적으로 알게 해주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종교개혁의 정신이기 때문이다. 이 책처럼 책 안에 다양한 삽화가 삽입되어 있다고 해서 이 책이 가볍다고 말할 수는 없다. 어떻게 해서든 손쉽게 하나님을 이해하고, 하나님에 대한 오해와 잘못된 신학으로 인해서 어긋난 길로 가지 않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그대로 녹아져 있는 것 같다.
끝으로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와 닿는 대목이 있어서 기록을 하고 마무리 짓고자 한다.
“성경에 나오는 개념들은 하나님과의 관계를 기준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죄는 하나님에게서 벗어남이고, 구원은 하나님과 함께 있음이며, 지혜는 하나님을 경외함이고, 기도는 하나님과의 대화입니다. 타락은 하나님으로부터 끊어진 것이기에 그분과 우리 관계의 모든 의미는 사라지게 됩니다. 중략.....타락은 그런 하나님을 의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스스로 최종 결재자가 되어 하나님으로부터 도망치는 어리석은 가출인 것입니다”(p. 214-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