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한 걸음 더 나아간 만화
한 걸음 더 나아간 만화
만화는 재미있다. 그래서 틈나는 대로 보는 편이다. 단순히 재미나 자극을 담은 만화는 일단 제쳐놓고서라도, 역사나 교양, 지식을 담는 만화들이 많고 웬만한 영화나 소설보다도 강한 임팩트를 주는 만화도 의외로 많다. 강풀의 ‘26년’처럼 스토리를 담은 역사보기도 있고 좀 더 직접적으로 깊이 들어가는 아트 슈피겔만의 ‘쥐’나 기 들릴의 ‘굿모닝 예루살렘’은 역사와 사회의 아픈 현실을 파고 들어가기도 한다. 굳이 역사적인 상황이 아니더라도 친 기독교적이라고 말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크레이그 톰슨의 ‘담요’는 기독교 가정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있어서 신앙교육이 갖는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해주기도 한다. 미국 기독교계에서도 만화책은 아니지만 베지테일의 ‘요나’는 상당한 재미와 흥행성도 가졌던 만화로 꼭 한번 볼만한 작품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런 만화에 비교하면 한국기독교 계의 만화는 깊이나 작품성이 현격히 차이도 나지만 토양 자체가 빈약한 편이다. 물론 성경스토리 만화나 기독교교리, 역사를 다루는 만화는 꽤 나온 편이지만 아무래도 그 격은 차이가 나는 것이 현실이고 진부한 면이 있다.
그런데 에끌툰을 통해 최근 몇 년간 등장한 만화들은 이전과는 다른 차원을 보여준다. 아직 그 작품이나 그림 등이 무르익었다고 말하기에는 조심스러운 면이 있지만 김민석을 중심으로 한 일련의 만화들은 예전과는 다른 재미와 작품성을 보여준다. 특히 ‘뒷조사 시리즈’나 ‘창조론 연대기’, ‘의인을 찾아서’는 진부한 스타일의 이야기 전개나 전통적인 신학적 시각을 넘어 현대 복음주의 신학적 관점과 교계의 이슈들을 담아내면서 현대 기독교 청년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그 이슈들 속에서는 현재 한국 교회나 기독교인들의 부끄럽지만 아픈 문제들을 건드림을 통해 신앙과 삶의 이원적 태도를 넘어서려는 시도를 한다.
이번에 출간된 ‘요한복음 뒷조사’도 그런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이다. 그러면서도 이전 작품보다 한 걸음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다. 기본적인 얼개는 엇비슷해 보이지만 조금 더 기독교내의 어두운 부분들을 들여다보려는 노력을 한다. 일부 한국교회를 비판하는 기독교 저자나 학자들이 비난은 하지만 그러한 시각들은 한국교회에 냉소적이거나 비판자로만 머무는 것과는 달리 저자가 제기하는 문제들을 끌어안고 풀어내려는 노력을 기울인다는 점에서 더욱 긍정적이고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앞서 지적했듯 아직도 작품성이나 이야기 전개에 있어 조금은 세련되어 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고 기본적으로 변증적이거나 신학적 제시가 많은 김민석의 작품을 생각한다면 일부 신학도서에만 편중됨으로써, 참신하긴 하지만 제한적이고 다양한 시각을 담아내지 못하는 한계가 있는데, 차후에는 좀 더 극복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런 한계나 아쉬움이 있지만 저자의 작품들은 한국교회의 만화의 수준을 높이고 그 영역을 높인 중요한 작품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