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웃프면서 아픈 이야기
웃프면서 아픈 이야기
대학시절 조성기의 라하트 하헤렙을 읽고는 그의 후속작 야훼의 밤 시리즈를 다 읽으며 은혜도 받았고 불편함도 느꼈다. 1부가 하나님을 만나게 된 자신의 이야기를 자전적으로 그렸다면, 2부에서는 그가 회심을 경험한 단체의 내부적 문제를 리얼하게 다루었다- 당시 같은 단체의 문제를 또 다른 책에서 다른 작가가 다루어 연관되어 읽었다. 3부에서는 우리시대의 하비루를, 4부에서는 신학교내의 문제를 다루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1부에서의 은혜와는 달리 이후의 책은 불편했다. 2부에서 영적 지도자의 영적 독단은 그래도 견딜 만했지만 3, 4부는 상당히 강도가 컸다.
김용민의 이번 책도 그랬다. 더 불편했다. 국민 TV에서 풍자극화 되었던 것을 소설화 시킨 것이 이 책이었기에 그 풍자는 과장스러워 보이면서도, 교계에 문제를 일으키는 목사들의 에센스만 조합해 만들어 낸 육봉기라는 목사와- 이름도 의도적이고 풍자적이다- 그의 아들을 통해 그들의 성추문과 독단을 유머와 풍자로 그려낸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 나오는 많은 사건들은 어디선가 본 듯하다. 저자가 직접 출마했다가 어려움을 겪었던 이전 총선에서 받았던 충격파로 인해서인지 그의 풍자와 독설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렬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불편하다. 저자는 통쾌함을 이야기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이들도 기독교 안에 있고 목사라는 이름을 걸고 있기에 마냥 웃을 수밖에 없는 것은 나만의 문제일까? 이것은 죄를 간과하거나 변명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런 일들이 교계라는 울타리 안에 일어났거나 일어났을 수 있다는 것이 부끄럽고 수치스럽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재미있지만 웃을 수 없다. 요새 말로 하면 웃프다.
그런데 이 책의 그런 독설은 2부로 넘어가서는 재작년인가 내놓았던 박사학위 논문을 책으로 냈던 ‘한국 개신교와 정치’ 마냥 그의 주특기인 한국근대교회사와 정치, 특히 자본과의 결탁을 연결시키며 풀어 간다. 그의 박사학위 논문의 객관성보다는 훨씬 거칠고 균형이 기울어진 듯도 보이지만 그럼에도 2부의 그의 논리는 주목할 만하다.
3부는 가상의 인터뷰를 담는다. 육봉기 목사와 김용민의 대담을 다룬다. 이것은 단순히 1부에서 그려낸 육봉기의 행각만이 아니라 한국교계의 어둡고 부정적인 면을 하나하나 신랄히 비판한다. 김용민의 시각, 특히 성경을 읽어나가는 시각은 복음주의적 시각에서는 지나치게 기울어진 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그의 비판은 주목하고 되씹어 볼만하다. 그의 비판이 과격하고 어떤 때는 진영논리에 머무는 듯도 하지만 그 비판의 원인이 우리들 기독교 내에 있기에 더더욱 곰씹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