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건강한 부부를 위한 영양제
부부 영양제
인류학적으로 볼 때 결혼은 부계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신석기 시대에 등장하기 시작하고, 인류는 농경 사회 이후 정착단계에 이르러 결혼이라는 제도를 발명해냈다(성경은 결혼은 하나님께서 짝 지워 주신 것이라고 말씀한다). 농경 정착과 고대국가의 등장 이후 결혼은 거래 형태로도 활용되었다(정략결혼). 결혼 제도라는 것을 통하여 부계불확실성을 없애거나 최대한 줄이기 위해 고대 국가에 이르러서는 첩을 거느리는 것이 법률로 규정되었고, 타인의 아내나 첩과 간통했을 경우 국가에 따라 최대 사형에 처하는 규정도 만들어냈다.
그러나 16세기부터 페미니스트들에 의해 결혼 제도는 남성 중심적이고 여성에게 폭력적이라는 주장이 나타나기 시작하였고, 오늘날은 결혼 제도가 남성에게도 폭력적이라는 주장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성적 욕망의 자유라는 속셈이 숨겨져 있다. 앞으로 결혼을 하는 남녀의 비율은 현격히 줄어들 것으로 학자들은 예상한다(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문제들이 얽혀 있다).
시소게임
20여년 전 존 그레이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가 한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꽤 오랜 시간동안). 그 책은 남녀의 차이에 대한 일반적 관점의 책이었지만, 당시 한국의 입장에서는 매우 획기적인 책이었다. 그 책으로 인해 남자와 여자의 차이에 대한 이해가 한국사회에 일반화 되는 계기가 되었다.
본서 또한 남녀의 차이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본서는 결혼 생활에서 남녀의 차이를 다룬다. 즉, 남자들의 욕구인 일곱 가지 ‘모드’와 여자들의 욕구인 일곱 가지 ‘무드’라는 주제로 다루어진다. 사실 모든 것이 그러하지만, 무지는 죄이다. 결혼생활도 마찬가지이다. 서로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에 행복해야 할 결혼 생활이 고통스러운 의무가 되어버린다. 그리고 소위 개방된(?) 사회에서 우리는 이혼이라는 편한 방법을 선택해 버린다(무지하고 자기중심적인 가운데 하나님께서 짝 지워주신 것이라고 하여 고통스러운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것도 어리석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부모의 이혼을 경험한 자녀들은 결혼에 대한 신뢰가 깨어지고, 자신은 자기와 같은 고통을 2세에게 물려주지 않기 위해 결혼을 하지 않기로 마음먹는다(고통스런 부모의 결혼 생활을 목격한 자녀들도 마찬가지이다).
이처럼 부부의 결혼 생활은 단순히 둘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자녀들의 미래와 사회의 문제로 이어진다. 그래서 오늘날 결혼의 주례자인 목회자들은 성경적 관점에서 ‘하나님께서 짝 지워 주신 것을 사람이 임의로 나눌 수 없다’라는 결혼의 서약을 공표하는 것을 넘어 건강하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한 양육과 훈련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사실 다수의 가정에서는 배우자 중 한 사람이 교회에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앗겨 부부생활에 불화를 유발하고, 자녀들이 교회를 멀리하게 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현재 한국교회의 상당부분은 교회생활과 가정생활의 시소게임 중에 있다. 필자는 이런 분들을 다수 상담하였고, 그때마다 매우 곤혹스럽다).
오늘날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경계해야 할 것은 ‘무지’에 근거한 믿음(확신)이다. 오해하지 말라. 다시 사변적 스콜라주의로 돌아가자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믿음’을 강조할 때 그 믿음의 대상과 내용이 매우 중요하다. 즉, 하나님에 대해서만 알고 인간에 대해서 무지한 가운데 있거나, 그와는 반대로 인간에 대해서만 알고 하나님에 대해서는 무지한 가운데 있을 때 그 믿음은 매우 위험한 것이 되어 크고 강할수록 배타적이고 파괴적이게 된다(오늘날 교회와 가정의 시소게임은 분명 건강한 성경 이해가 아니다). 분명 오늘날 한국교회는 편향적이고 무지한 믿음에 대해 회개해야 한다.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훈련하라
본서는 매우 유익하고 중요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 분야의 전문가는 아닌 듯하다(전문가만을 너무 선호하거나 신뢰하는 것도 좋은 것은 아니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또 나름의 개인적 연구와 강연들을 통해 나름의 지혜를 얻은 것 같다.
본서의 유익은 그동안 대부분의 부부가 소홀히 하였거나 놓치고 있었던 부분들에 대해, 그것이 왜 중요하고 필요한 것인지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어떤 부분에서는 약간 주관적이고 억지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웃어넘길 수 있는 수준이다). 결국 건강한 결혼 생활을 향하여 나아가는 것도 그동안의 자기만족이나 자기중심적인 습관에서 벗어나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처음부터 완벽한 결혼생활을 시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문제는 스스로 자신의 이러한 문제를 깨닫기는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그래서 본서가 유익한 것이다.
분명 대부분 남편은 남편대로, 아내는 아내대로 자신은 가정에 충실하였다고 스스로 확신하면서, 자신에게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며, 상대방이 자신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불편한 고통의 해결점은 사실 멀리 있거나 어려운 것이 전혀 아니다. 서로에 대해 조금만 알고 이해하고자 한다면, 그동안의 결혼 생활의 불편한 일들의 상당 부분은 해소가 되고 부부는 더욱 친밀해 질 것이다.
본서가 말하는 일곱 가지의 모드와 무드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어렵지 않은 것처럼, 상대방이 가진 모드와 무드를 잘 파악하고 협조해 준다면, 결혼 생활도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단 결혼하기 전에 서로가 결혼을 위해 노력한 것처럼, 서로에게 행복한 결혼이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훈련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한 관점에서 본서에 나오는 남편과 아내가 서로의 배우자에 대해 바라는 요구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본서의 각 장 마지막에 소개하는 툴과 팁은 좋은 힌트를 제공한다. 결국 남녀가 살아가는 방식과 사랑하는 방식의 차이이다. 그 차이를 본서는 잘 정리하고 설명해 주고 있다. 본서는 건강한 부부를 더 건강한 관계로 만들어주는 부부 영양제로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