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종교개혁사’를 가장 잘 배울 수 있는 학습서
이 책은 정말 압권이다. 한권의 책을 읽으면서 이리도 감탄해 본적이 얼마나 있었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저자와 출판사에 대해서는 이전에 나왔던 다른 책들을 통한 신뢰가 있었지만 이번 책에서 더 진보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권의 책으로 종교개혁을 정리해야 한다면 전혀 주저함 없이 이 책을 추천할 수밖에 없을 책을 써주었다. 종교개혁 500주년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이 2017년에 꼭 읽어볼만한 관련 책 한권을 꼽는다면 역시 이 ‘특강 종교개혁사’일 것이다.
이 책에 대한 서평을 쓰기가 늦어졌던 가장 큰 이유는 이 책의 가장 앞부분에 있는 우병훈 교수의 추천사 때문이었다. 우병훈 교수는 추천사에서 “이 책은 좋은 교회사 서적이 갖춰야 할 미덕을 두루 갖추고 있다”로 시작하며 이 책의 특징 일곱 가지를 말한다. 1) 당시 교회의 상황을 사회, 정치, 문화, 지리적 배경에서 자세히 설명한다. 2) 일반역사와 교회사의 연결지점들을 설명한다. 3) 당시 교회의 예배, 관행, 교회 정치 등도 중요하게 다룬다. 4) 웨스트민스터 총회 당시 중요한 인물들을 설명한다. 5) 웨스트민스터 표준문서들의 의의와 핵심사항을 잘 정리한다. 6) 교회사의 발전, 퇴보, 진전, 정체 등의 흐름을 설명한다. 7) 가장 큰 장점은 독자들이 적극적으로 책 속에 들어가게 한다. 책을 다 읽고 난 이후, 나는 이 추천사보다 더 좋고 정확한 글을 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정 없이 이 책은 적어도 이 영역에서 최고의 학습서이다.
학습서는 ‘학습을 도울 수 있는 책이어야 한다’는 생각에, 초등학교 6학년 아이와 함께 이 책으로 종교개혁사를 공부해서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와 함께 읽고, 함께 읽은 내용을 서로에게 묻고, 문답형으로 시험을 보는 방식으로 4주 정도 공부했다. 결과는 초등학교 6학년의 지적인 수준으로 충분히 그 복잡했던 종교개혁의 시대를 입체적으로 그려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세세한 역사적인 부분들에 있어 성인인 나보다 더 정확하게 기억을 하며, 새로운 적용을 이끌어 내는 것도 볼 수 있었다(첨언하면, 책의 앞부분 역사의 부분에서는 많은 것들을 기억하고 정리했지만 후반부의 교회정치나 예배모범과 교리 부분에서는 정리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다). 서평을 쓰면서 4개월 전에 학습했던 이 책에서 나왔던 주제 몇 가지를 딸에게 물었다. 딸은 아직도 많은 부분을 기억하고 있었다. 기억에 남는 책이라는 것이고 기억에 남는 학습이었다는 것이다. 아주 특별한 경우이다.
이 책의 후반에 제시되고 있는 웨스트민스터 회의의 결과물인 교회정치, 예배모범, 신앙고백서와 교리문답은, 종교개혁의 열매이며 동시에 오늘날 조국교회의 여러 가지 모습들을 비추어 볼 수 있는 기준이었다.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 아는 것은 중요하다. 늘 성경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하고 또 성경이 이 땅의 교회 공동체의 기준이라고 말하지만 실상 교회 공동체의 기준으로 성경을 제시하는 교회에 아무런 기준이 세워져 있지 않을 때가 많다. ‘체계적으로 정리되지 않은 기준’은 때로는 무엇이나 할 수 있는 ‘기준 없음’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장로교의 신앙의 핵심을 이루는 웨스트민스터 회의에서 정리되는 내용들로 장로교의 현실을 본다. 그리고 어디가 얼마나 비켜갔는지 확인해 볼 수 있는 시간들을 가질 수 있었다. 더 멀고 바른 길을 그리려 할 때 반드시 점검해야 하는 기준을 정리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다시 강조하는데, 이 책은 ‘학습서’이다. 학습서라는 장르를 어떻게 규정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반적인 독서를 통해 가장 많은 유익을 얻을 수 있는 책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혼자 읽지 않았으면 좋겠고, 함께 읽어가며 질문하며 정리해가는 그런 독서법으로 읽어 가면 좋겠다. 저자가 책의 서두에서 책을 읽는 방법을 통해 밝히는 것처럼 몇 주에 걸쳐 이 주제를 심화해가며 공부를 한다는 생각으로 공격적(?)으로 읽어 가면 좋겠다. 정보를 빨리 얻고 정리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지식을 넘어 지혜를 정리하는 태도로, 종교개혁의 정신과 그 이면에 흐르는 이야기들, 그 사회, 문화, 인물들과 함께 호흡하며 그 시대를 여행해 보는 것이다. 딱딱한 표준문서로서가 아니라 그 문서가 나오게 된 시대의 배경과 그 치열한 토론 가운데 서서 그 문구 하나하나가 어떻게 태어나게 되었는지 느껴보는 것이다. 분명 이전과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종교개혁과 웨스트민스터 회의와 그 결과물들을 바라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책을 함께 읽고 공부했던 초등학교 6학년 딸이, 이 책을 읽다가 무심결에 흘린 말로 글을 마무리 한다. “아빠! 이렇게 책을 만들면, [저자와 출판사에게] 남는 게 있어?”(“[ ]”안은 필자가 의도를 고려해서 추가한 부분). 정말 공을 들여 열심히 만든 작품이다. 그리고 이 책을 사서 진지하게 읽는 이라면, 누구라도 이 평가에 공감하게 될 것을 확신한다. 계속해서 저자와 출판사의 선전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