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일단 읽는 것도 좋을 책
약간만 허기진 사람은 조금 더 깨끗하고 조금 더 맛있는 식당을 찾는데 시간을 투자하기 위해 인내할 수 있다. 약간만 갈증이 나는 사람은 수돗물 대신 정수기 있는 곳까지 여유를 부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장 굶어죽기 직전인 사람들에게는 패스트푸드라도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낫고 당장 목말라 죽기 직전인 사람에게는 그리 깨끗하지 않은 물이라도 먹여야 할 때가 있다. 타이밍을 놓쳐서 목숨을 잃는 것보다는 일단 어떻게든 생명을 유지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나을 것이다.
책도 그럴 때가 있다. 무게감 있고 깊이가 있는 책이 독자에게 장기적인 유익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그런 책들은 편집이나 기획은 둘째 쳐놓고 저술에 있어서도 오랜 시간을 두고 이루어질 것이다. 그렇지만 어떤 때는 책이 그런 세밀하고 신중한 저술이나 편집을 거치지 않고서도 나와야 할 때가 있다. 모든 책들이 그러면 문제겠지만 시의성과 긴급성을 위해 속도감 있게 나와야 할 책들이 반드시 있다. 어떤 때는 그런 신속한 과정 속에서 책에 일부 문제가 있을 수도 있고 어떤 면에서는 부족하거나 그 시기를 지난 뒤에는 별로 쓸모가 없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우리에게 유익할 수 있다.
예컨대 선거철에 나오는 일부 정치가들의 책들도 그렇다. 그런 책들 상당수가 자화자찬과 미사어구로 가득한 책들도 있긴 하지만 그런 책들 중에 그 정치가의 생각과 공약, 진솔성을 잘 담아내는 책들도 간혹 있어서 그것을 통해 옥석을 구분하는 데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꼭 정치가의 책들이 아니더라도 사회적 이슈들에 대해서도 이럴 수 있다. 사회의 민감한 문제나 사건에 대한 책들도 그러하다. 이전에 광우병 당시 나왔던 책들도 그랬다. 일부 지나친 편견과 침소봉대로 가득한 책들도 있었지만 나름 광우병이 무엇인지 알게 하는 데에 도움을 준 책들도 여럿 있었다.
이번에 나온 ‘COVID-19 대유행병과 기독교(황을호, 생명의 말씀사)’도 이런 책들 중에 하나다. 한두 달 동안 코로나로 인한 사건 전개는 마치 반전 많은 영화를 보듯 우리 사회에 충격과 불안을 몰고 왔다. 예측할 수 없이 벌어지는 불똥과 사건들은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고 지금의 상황을 우리가 제대로 대처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반전을 거듭하였고 사건은 커져 갔다. 신천지로 인해 갑자기 커져간 사태 속에서 교회는 현장예배 중지라는 초유의 상황에서 더 당황하고 혼란에 빠져 있는 듯 하다.
그런 와중에 갑자기 등장한 본 책은 일반 출판계에서도 비슷한 책들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등장했다. 특히나 지금 기독교계에서 이슈되어지는 문제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처음 코로나 19가 등장한 중국을 이야기하며 일부 목회자들이 중국이 교회를 탄압해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도 했고 신천지사태도 그런 연장선 상에서 이야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같이 세계 곳곳에 퍼져가는 상황과 확진자 수로는 미국이 가장 많이 발생했고 이 숫자도 아직은 정점이 아니라는 측면에서 지금의 상황은 중국을 비판하듯 쉽게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라는 점에서 이 책은 그런 이슈를 짧게나마 나름 객관화시켜 다루고 있다.
앞서 서두에서 이야기했듯 이러한 책들은 그 속도로 인해 깊이와 무르익음을 담아내기 힘들고 무언가 문제를 지닐 수 있긴 하고 이 책도 어느 부분 그런 부분이 있음도 사실이다. 하지만 속보나 뉴스는 그날 그 시간 등장할 때 의미가 있지 몇 주 몇 달 지난 다음에는 그 의미와 실효성은 약해질 수밖에 없는 것처럼 지금 우리 사회, 특히 기독교인과 교회에 이 책은 분명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고 우리에게 도움을 줄 것이다.
이 책은 판데믹의 의미와 역사 그 영향을 보여주며 그러한 일이 왜 일어나는지 기독교적 여러 시각을 담아낸다. 또 이 상황에서 우리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 지를 잘 보여준다. 부록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이 문제를 성경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말씀묵상까지 갖도록 도와준다는 점에서 그 속도와 책의 얇음에도(책자라 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유익을 준다. 물론 이 책은 아직 설익은 부분이나 다듬어지지 못한 면도 있고(코로나 19와 우한코로나를 번갈아 쓰기도 하는 등 일관성이 결여되어 있는 듯한 모습도 약간 보인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주제에 대해서 일종의 예고편 같은 모습도 일부 있다. 그렇지만 그런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고민하고 생각해야 할 부분들의 단서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유익한 책이고 주목할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교회나 공동체에서 이런 주제를 놓고 스터디하는 것도 좋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