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2019년 우리 사회로 룻을 소환하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공약으로 내걸었던 멕시코 국경장벽 문제로 인해 아직도 논란과 장기간의 셧다운이란 대가까지 치렀던 미국의 문제는 결국 난민과 외국인을 어떻게 바라보고 이해하느냐 일 것이다.
우리나라도 지난 제주의 예멘 난민 논란과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문제도 결국 미국에서 벌어지는 문제들과 근원적으로는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 속에서 그리스도인들은 어떤 시각으로 이런 문제를 바라보고 접근해야 할지는 중요한 고민거리가 되어야 한다. 그것은 우리들의 삶이 이 세상과 유리된 것이 아니며 말씀은 예배당에서 듣고 마음의 감동에서 그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말씀을 예배당 밖에서 우리가 어떻게 적용하고 그 약속을 붙들고 나아가야 하는 것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수천 년 전에 쓰여진 말씀과 그 말씀 속의 사건들을 우리들의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하여 나아갈 것이냐 하는 것이다. 수천 년이란 시간을 넘어 그 말씀이 우리들의 삶 속에서 그 본질을 흐트러트리지 않으면서 실천적으로 스며드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닐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것이 녹녹한 문제가 아니라고 해서 그 현실을 외면하거나 그 말씀을 우리 속에 녹아들게 하지 않는다면 그 말씀은 피상적이 될 것이고 현실 세계를 살아가는 우리로서는 그 말씀은 뜬 구름 같은 것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성경에 대한 접근은 그 시간적 문화적 간극으로 인해 여러 가지 불협화음과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만일 이 말씀을 단순하게 문자적으로만 접근하거나 또는 시대와 문화적 간극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적용한다면 또는 현 시대의 이슈와 욕구라는 관점으로만 성경을 바라볼 때 전통을 정통으로 착각하는 오류를 범하거나 성경을 도구화시켜 주변화 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레서원에서 계속적으로 내고 있는 ‘일상을 변화시키는 말씀’ 시리즈는 이런 문제와 착오를 줄이는 일종의 가이드 역할을 충실히 해주는 좋은 책들이라 말할 수 있다. 비록 저자들과 각 책들은 각기 다르지만 그 출간 목적에 맞는 충실하게 좋은 결과물들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일곱 번째로 선을 보인 ‘소외된 이들의 하나님: 룻기’는 이전 시리즈보다 더 그 목적에 접합한 책이라 할 수 있을 듯싶다. 이전 책들이 각 성경들이 쓰여진 목적과 주제, 우리에게 행하시는 하나님의 말씀을 잘 드러내고자 노력하고 또 각 성경들이 갖고 있는 지금 우리에게 주는 약속과 교훈들을 보여주는 데에 충실했다는 측면에서 탁월했다면, 이번 룻기는 이전 책들과 달리 그 시야를 개인적 차원이나 공동체적 차원을 넘어 그 울타리 밖의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실제적인 핫 이슈들을 룻기를 통해 바라보는 노력을 기울인다.
마침 이 책의 원서발간이 2018년이라는 점에서 앞에서 언급한 미국의 난민 이슈를 말씀으로 실제적으로 조명하려는 노력을 보인다. 이방족속이며 외국인이었던 룻을 현대의 난민과 빈민의 문제로 시각을 치환하여 줌으로써 수천 년 전 있었던 당시의 문제를 현재의 문제로 끌어내는 시도에 성공한다. 설교나 성경에서 듣고 보는 사건이 성경책에 갇힌 사건이 아니라 지금 우리들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으로 체화시킨다.
게다가 여성인 저자가 룻기를 바라봄으로써 페미니즘이란 관점에서 룻기를 재해석하고 우리의 일상에서 어떻게 여성의 문제를 고민하고 적용해갈 것인지를 시도한다. 저자는 룻의 주도성과 용기가 그가 지배당할 수 있는 보아스나 나오미를 넘어서고 이끌고 있음을 룻기해석을 통해 보여준다.
이러한 시도는 여성성도들에게 일부 목회자가 성경이 권장한다고 착각하는 가부장적 제도에 그냥 순응하며 살아가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반대로 일부 여성 그리스도인들이 페미니즘을 주장한다는 명목하에―페미니즘을 무시하거나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일부가 그렇다는 것이다―말씀을 무시하거나 일부 구절만 부각시켜 말씀에 대한 무리수를 두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이러한 저자의 시도는 이 시리즈의 이전 책들이 개인적 차원에서 일상을 그리스도인들이 어떻게 살아갈지를 많이 보여주었다면, 이번 책은 많은 문제와 실제적인 숙제를 안고 있는 우리 사회의 ‘일상을 변화시키는’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시각과 적용점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이전 책들과 그 격을 달리한다고 할 수 있을 듯싶다.
종종 이렇게 말씀을 우리들의 실제적이고 민감한 문제들에 적용하다보면 시대가 원하는 요청에―그것이 옳고 그르건 간에―지나치게 민감해져서 앞서서 언급했듯이 성경이 중심이 아니라 도구화 되고 주변화 되는 경우들이 적지 않다. 실제로 우리 사회의 여러 이슈들에 대해서 그리스도인들 간에서도 말씀이 무엇을 드러내느냐보다는 말씀을 자기들의 논리에 대한 논쟁의 도구로 전락시키는 경우들을 자주 본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시리즈의 제목 마냥 ‘일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우리의 생각이 아니라 말씀이라는 것을 잊지 않는다. 난민과 소외, 빈곤, 성폭력, 여성문제 등 각 이슈들을 현실적인 측면에서 돌아보면서도 성경본문에 대해 충실한 노력을 놓치지 않는다. 가끔씩 아슬아슬한 경계선상까지 다가갈 때도 있지만 말이다.
이 책은 지금 우리나라 교회 내에서도 오해되고 갈등을 겪고 있는 난민, 외국인 노동자, 빈민 및 여성문제 등을 실제적으로 고민하고 논의할 수 있는 데에 좋은 가이드가 될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