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왜 신학이 필요한가?
신학이 왜 필요할까?
가끔 목사님들 중에서도 ‘신학’과 ‘목회’는 다르다는 생각을 가지신 분들을 만나게 된다. 나 또한 과거에 그러한 생각을 잠시 가지고 있었던 적도 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과거에 신학의 불용(不用)을 주장(무용(無用)이 아니다)하던 나의 경우를 돌이켜 보면 ‘바른’ 목회 보다는 ‘빠른’ 목회에 집중하였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솔직히 나의 부목사 시절은 철저하게 ‘목회성공’에 집중하였던 것이다. 다시 말해 내목회의 성공이 곧 하나님의 성공이라는 당위적 믿음가운데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목회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신학, 때로는 목회 성공을 방해하거나 복잡하게 만드는 신학은 불필요했고, 그래서 신학 무용(無用)에 가까운 불용(不用)적인 사상을 가지고 있었다. 즉, 사람이 아닌 교회(조직)를 복음의 대상으로 보았던 것이다.
질문
저자가 밝히듯이 본서는 신학의 내용을 직접 다루는 전문 신학적 내용을 다루는 책이 아니다. 그럼에도 신학적 질문들에 대한 대답의 방식을 취하고 있는 신학적인 책이다. 그렇다. 한국교회의 성도들에게 없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이 바로 ‘질문’이다. 목사님의 설교나, 성경공부의 가르침에 대한 도전적 ‘질문’은 ‘금기’이다. 그 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모든 성도들은 그 교회의 담임목사님과 똑 같은 신앙적 사상과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 건강한 성도이고, 믿음이 좋은 성도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소위 믿음이 좋은 분들을 만나면 두드러진 특징이 바로 믿는 것이 중요하고 질문은 불경건하거나 도전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실제로 질문도 없다. 그래서 신학적 질문의 방식을 취한 기획된 이 책이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갈망하던 책
사실 오래전부터 현재 담임을 하고 있는 교회의 성도들에게 신학을 훈련시키기 위해 부단히 고심과 시도들을 하는 중에 있었다(필자가 추구하는 신학은 어떤 특정의 교리가 아니다. 다양한 교리들을 통합할 수 있는 신학적 사고와 신앙훈련을 말하고 있다). 그래서 이런 책 저런 책들을 함께 읽어 왔지만, 신학을 전공하지 않은 분들에게 맞춰진 체계적 신학훈련 교재가 필요하다는 갈망이 늘 있었다. 그리고 현재 필자가 갈망하는 부분에서 이 책이 가장 근접한 책이다. 즉, 필자가 보기에 이 책이 가지고 있는 목적과 특징은 신앙을 가지고 있는 성도들이 큰 저항이나 부담을 가지지 않고 신학적 훈련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봐 왔던 대부분의 책들이 특정 교리를 주입시키거나, 특정 신학을 설명하는데 그 목적이 있었다면, 이 책은 교리적 신앙에 근거하거나, 교리적 신앙을 주입시키는 것이 아닌, 근본적인 신학의 정의와 목적, 그리고 그 출발점을 매우 탁월한 부드러움으로 안내하고 있다. 물론 이 책도 전문 신학적 관점에서는 편향된 전제를 가지고 있지만, 이미 특정한 신앙을 가진 성도들을 특정 교리가 아닌 신학으로 안내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립적이라고 여겨지며, 또한 필자가 갈망하던 책에 가까운 것이다.
또 다른 질문을 던지는 책
저자의 글을 읽는 내내 가상적 독자들을 매우 의식하면서 쓰고 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즉, 읽는 독자가 너무 충격을 받지 않게, 또 다른 오해를 낳지 않게, 또한 그 동안 묻어 두었던 의문들을 다시 질문으로 고민할 수 있게 불러내는 매우 어려운 작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사실 신학을 한다는 것은 하나님에 대하여, 하나님을 향하여, 또한 지금 일어나고 벌어지는 현상들에 대하여 ‘질문’하는 것이다. 그래서 신학은 하나님의 계시를 받아들이고 믿지만, 그 계시는 우리 인간의 인식과 체험(경험)의 깨달음의 과정과 그 범주들을 통해 주어지는 것이라는 분명한 전제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우리는 특정한 교리를 공부할 수는 있겠으나, 모든 것을 포괄해 내는 완벽한 교리는 없으며, 그러므로 특정한 교리를 기준으로 신앙하는 차원에서 다양한 교리들을 통합할 수 있는 신학적 신앙의 훈련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고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물론 이 책은 필자가 궁극적으로 요구하는 수준에는 많이 못 미치지만, 이러한 신학적 작업을 위한 단계적 입장에서 매우 중요하고 탁월한 입문서가 나왔다는 점에서 매우 반가웠고, 현재 함께 읽고 있는 존 스토트의 글이 끝나면, 본서를 성도들과 함께 읽을 계획이다.